슈로더(H.L. Schroeder) 라디오 리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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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로더(H.L. Schroeder) 라디오 리시버
  • 김기인
  • 승인 2015.06.01 00:00
  • 2015년 6월호 (515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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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7년 프랑스 레옹 스콧(Edouard-Leon Scott de Martinville)이 에디슨 원통형 축음기와 비슷한 포노토그래프(Phonautograph)를 발명했고, 1877년 4월 역시 프랑스 샤를르 크로(Charles Cros)가 에디슨과 거의 비슷한 유성기 팔레오폰(Paleophone)을 발명해 놓은 상태에서 발표 시기를 잡던 중, 같은 해 12월 에디슨이 대중 앞에서 공개 시연회를 열어 포노그라프(Phonograph)라는 유성기가 세계 최초의 음성 녹음 재생 유성기로 기록되었다. 시연회에서 에디슨은 ‘Mary Had A Little Lamb(메리는 작은 양을 가졌네)’를 직접 불러 녹음을 하고 재생했는데, 동 실린더에 주석 호일을 감고 그 위에 인치당 10개의 소리 골(Groove)을 새긴 후 수동으로 돌려서 재생하는 원시적 실린더 유성기로, 틴 포일(Tin Foil - 즉, 주석 호일을 실린더로 사용했기 때문)이라 부르기도 했다.
이후 1877년 독일 에밀 베르리너(Emile Berliner)가 그라모폰(Gramophone)이라는 원반 유성기(72 회전)를 발명해 대량 원반 생산이 가능해졌고, 이 셀락 SP 음반이 비로소 대중적 사운드 재생의 문을 연 셈이 되었다. 엔리코 카루소는 이 SP 음반 취입으로 인해 일약 스타가 되었고, 최초의 카루소 녹음 음반은 1902년에 발매되었다. 1925년부터는 집음기에 의한 어쿠스틱 녹음에서 벗어나 마이크를 사용하는 전기 녹음이 시작되었으며, 1948년 미국 컬럼비아 사에서 LP 모노 음반을 발표해 10인치로 15분, 12인치로 25분 정도를 녹음했다. 1958년 스테레오 LP가 실용화되며, 이때부터 1965년까지 약 7년 동안 소위 LP 황금시대가 열린다. EMI, Decca, RCA, Mercury 등에서 최고의 음반들이 이때 발매되었다. 드디어 1981년 4월 15일 필립스, 소니, 폴리그램 등의 연합 기술을 바탕으로 카라얀이 참석한 가운데 CD의 최종 규격과 시연회를 개최하면서 디지털 음반 시대가 열린다. 이것이 대략적 음향 재생기와 관계된 우리들의 레코드 발전사다.
1877년 에디슨이 유성기를 발명한 직후 그 인기에 힘입어 라디오 방송도 덩달아 발전하는데, 최초의 라디오 방송 수신기도 이 무렵 상품화되었다. 초기 버전은 원시적인 광석 수신기였고, 진공관이 발명되면서 뉴트로다인 3구, 슈퍼헤테로다인 5구 등 기술적 발전과 함께 라디오 수신기도 줄지어 상품화된다. 초기 라디오들은 고가품이어서 대부분 원목 케이스에 육중한 코일과 바리콘, 트랜스 등을 탑재하고, 벌룬관을 장착하고 있다. 가장 많이 쓰는 관은 UV-216, 202의 200 시리즈와 UX-200, 201, 210, 250, 281 등의 200 시리즈였으며, 3극관을 검파와 증폭 역할용으로 함께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 시기에 등장하는 라디오 회사는 저 유명한 웨스턴(Western), 드 포리스트(De Forest), 앳워터 켄트(Atwater-Kent), 마그나복스(Magnavox), RCA(Radio Corporation of America), 슈로더(H.L. Schroeder) 등이며, 모두 후기 진공관 앰프 시절까지 유지되는 회사들이다. 이 중 비교적 마이너 레이블 라디오로 슈로더 1924년 모델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당시 라디오 방송은 대부분 단파 위주였으며, 지금의 라디오 방송과는 차원이 다른 저급한 수준이었다. 초기는 헤드폰과 같은 이어폰으로 스피커를 대신하다가 후기에는 각 사에서 혼이 달린 라우드 스피커를 발매한다. 스피커라고 해 봤자 전면에 혼이 달린 임피던스 마그네틱 타입으로, 미세한 음량으로만 재생되는 저급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음질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가지 연구가 시행되고 적용되어 소비자들의 귀를 유혹했는데, 사실적이면서 각 주파수 대역을 평탄하게 하려고 연구한 흔적이 여기저기 보이며, 가장 인간의 목소리와 흡사한 재생이라는 선전 문구도 많이 보인다. 혼 스피커는 지금과 같이 별도로 판매되었으며, 당시 가격으로 대당 20~30달러 정도하는 고가품이었다(라디오 본체는 60~100달러 선).

슈로더는 두 개의 RCA 모델 UZ-1325 라우드 스피커 혼을 사용하는 슈퍼헤테로다인 라디오다. 케이스는 모두 증기로 찐 오크 원목이며, 5개의 UX-201A가 내부에 장착되어 검파 증폭관으로 사용되었다. 모든 배선은 솔리드 사각 스틸 봉을 사용해 완성되었고, 내부의 바리콘이나 트랜스 코일 등은 마치 먼 우주로부터 날아 온 외계인의 우주선 같다. 3개의 코일의 비스듬한 배치는 각자 각도가 다르게 조정되어 있는데, 우주 레이더 안테나 같은 기분이 들어 상당히 재미있었다. 커버를 열고 내부를 보면 시각적 아름다움이 가히 일품이라 말할 수 있는데, 소리는 나지 않지만 그 소리가 부드럽게 울려 퍼지는 듯하며, 보는 재미만으로 가치가 충분히 있다. 진공관과 코일 등 여러 부품이 라디오 상자 안에서 협심해서 합주한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소리를 내 보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별 의미가 없는 듯해 시각적 감상용 라디오로 한 번 소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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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5년 6월호 - 5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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