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nic Audio H-262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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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nic Audio H-262E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5.05.01 00:00
  • 2015년 5월호 (5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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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노 앰프의 신기원을 이룩하다

마이클 라빈이 연주하는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1악장. 과연 아날로그 전성기 때 녹음된 음악에서, 연주자의 기교가 얼마나 완벽의 경지에 올랐는지 절실히 깨닫게 해준다. 아주 어려운 패시지도 아무렇지도 않게 처리한다. 가만히 들어보면 약음에서도 일체 노이즈가 없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바이올린 자체의 매혹적인 음색은 특히 인상에 남는다.

적막강산이다. 무척 민감한 스피커인데도, LP 특유의 히스 소리가 감지되지 않는다. 시험 삼아 볼륨을 더 높여도 마찬가지다. 혹 파워 앰프의 전원을 껐나 싶을 정도로 조용하다. 이런 정적감은 수많은 포노 앰프를 들으면서도 한 번도 체험하지 못했다. 나는 경탄의 심정으로 다시 한 번 제품을 바라봤다. 모델명 H-262E. 뭔가 새로운 경지가 열리고 있다.
오디오 멘토스로부터 연락을 받고, 호기심에 시청실을 방문한 것은 바로 그 다음날이다. 워낙 까다로운 오디오파일 출신으로, 그간 다양한 기기를 섭렵하고 또 아날로그에 있어서는 기준치가 무척 높은 분이라, 나는 오디오 멘토스의 사장님 견해를 무척 존중하는 편이다. 그리고 전화 너머로 그의 음성엔 가벼운 흥분도 감지할 수 있었다. 과연 어떤 음을 낼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음악을 틀기도 전에, 시청실을 감싸는 침묵과 고요에서 이미 나는 한 방 먹고 만 것이다.

본 기의 최대 성과는 아날로그에서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노이즈를 놀랍도록 깔끔하게 제거한 것이다. 그렇다고 음성 신호 자체를 손상시키는 일은 전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배경이 깨끗할수록 음이 살아나는 것은 당연지사. 실제로 디지털 쪽과 비교해 봐도 오히려 이쪽이 더 적막하다. 과연 수 십 년간 진공관 앰프를 만들어온 내공이 여기서 단단히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포노 앰프에 대한 외지의 찬사나 애호가들의 몰입에 대해선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터이고, 드디어 나도 올닉의 진수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것이다.
본 기의 퀄러티를 위해 정전압에 무척이나 신경 썼다. 그러므로 7233과 5654 두 개의 관을 척 하니 전원부에 투입한 것이다. 얼마나 안정적이냐면, 통상 배터리 전원이라 부르는 것보다 더 낫다고 한다. 직접 확인할 수 없지만, 이런 조용함은 충분히 그런 실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이 된다.
섀시의 맨 앞, 정 중앙에 나 있는 버튼은 MM과 MC를 선택할 수 있는 스위치다. 통상 이것은 뒤편에 설치한다. 그만큼 신호 경로를 짧게 해서 노이즈를 억제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미 정전압과 전원부에서 충분한 퀄러티를 확보했기 때문에, 이렇게 앞에 설치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오히려 이런 소비자 친화적인 배려가 감사할 따름이다.
한편 MC의 입력 임피던스도 여러 선택 사항이 따른다.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50, 100, 200, 860Ω까지 제공한다. 그럴 경우, 극단적인 저 임피던스 카트리지도 커버할 수 있다. 언젠가 극악무도하면서 또 전설적인 얀 알러츠를 한 번 걸어보고 싶어진다.
증폭단은 E180CC를 무려 네 개나 동원했다. 이것 자체가 쌍삼극관이라, 여기서 얻어지는 안정적인 출력에는 무척 신뢰가 간다. 또 이렇게 많은 진공관이 쓰인 것은, 이 자체가 일종의 헤드 앰프이기 때문이다. 즉, 통상 승압 트랜스를 통해 MC 입력을 해결하는 것을 뛰어넘어 모든 종류의 카트리지를 다 커버해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세심하게 만든 것이다. 그와 더불어 안정적인 RIAA 커브에 대응하는 점도 짚고 넘어갈 만하다. 한편 출력단을 보면 고맙게도 밸런스단이 제공된다. 아무래도 언밸런스보다 노이즈에 강하기 때문에, 이런 배려는 더 진지하게 아날로그를 대하게 되리라.
본 기의 시청을 위해 턴테이블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테크닉스의 SP10 MK2를 동원했다. 당연히 베이스를 튼실하게 짜고, 꼼꼼한 오버홀을 실시해서 어느 현역기 못지않게 싱싱하다. 여기에 FR66 톤 암을 달고, 역시 올닉에서 만든 뉴 퓨리타스 카트리지를 달았다. 한편 앰프, 스피커 쪽도 올닉 제품으로 통일. 프리는 L5000에 파워는 A6000이다. 파워의 경우, 모노블록이면서, 각 채널마다 두 개의 300B를 달아서 일종의 파라 싱글로 제작되었다. 마지막으로 음의 출구인 스피커는 S12000이다. 수프라복스 풀레인지 알니코 드라이버에 포스텍스의 트위터를 결합한 제품이다.

첫 곡부터 흥미진진한 재생이 이뤄지고 있다. 안네 소피 무터 연주의 ‘Carmen Fantasy’. 일단 절정에 달한 기량과 카리스마가 곡 전반에 확연히 발휘되고 있다. 그냥 힘만으로 미는 게 아니라, 섬세한 터치나 다양한 테크닉이 두루두루 표현된다. 확실히 정보량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총주에서 몰아칠 때, 상당히 볼륨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귀에 아무런 자극이 없다. 중간에 더블 스토핑이라던가 줄을 뜯는 모습 등에서 매우 사실적인 묘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어서 마이클 라빈이 연주하는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1악장. 과연 아날로그 전성기 때 녹음된 음악에서, 연주자의 기교가 얼마나 완벽의 경지에 올랐는지 절실히 깨닫게 해준다. 아주 어려운 패시지도 아무렇지도 않게 처리한다. 가만히 들어보면 약음에서도 일체 노이즈가 없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바이올린 자체의 매혹적인 음색은 특히 인상에 남는다.
마지막으로 사치모와 엘라 피츠제럴드가 공연한 ‘Tenderly’. 시작부터 마음을 사로잡는다. 터프하면서 약간 거친 맛이 감도는 트럼펫 솔로는 귀를 솔깃하게 하고, 이어서 유려하게 펼쳐지는 엘라의 노래에 더 이상 분석할 의욕이 상실되고 만다. 그리고 나오는 사치모의 보컬. 더 이상 무슨 묘사가 필요할까? LP를 한다는 것은 일종의 멋이고 로망이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의 기술적 완성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본 기의 출현은 아날로그에서 커다란 전기를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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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550만원   사용 진공관 E180CC×4, 7233×1, 5654×1 
전압 게인 66dB(MC), 40dB(MM)   입력 임피던스 860Ω 이상(MC), 47KΩ(MM) 
THD 0.1% 이하   S/N비 -85dB   크기(WHD) 43×16×2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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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5년 5월호 - 5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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