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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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5.05.01 00:00
  • 2015년 5월호 (514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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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미문의 새로운 스피커 콘셉트, 듀에벨을 만나다

전반적으로 듀에벨이 추구하는 것은, 일종의 무지향성. 이런 계통의 스피커는 핀 포인트의 음장보다는, 마치 공연장에 온 듯 넉넉하게 펼쳐진 스케일을 자랑한다. 그러므로 서비스 에어리어가 비교적 넓다. 심지어 등을 돌리고 앉아서 들어도 큰 문제가 없다.

듀에벨의 제품들은 특이한 외관을 갖고 있다. 창업자인 마르커스 듀에벨의 이름에서 따온 이 브랜드는, 원래 혼 스피커의 연구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혼이라는 것이 음 자체의 에너지는 뛰어나지만 음장에는 약한 게 흠이다. 이것을 무지향성 스피커와 결합시켜 그 장점을 끌어내려다 보니, 이런 결론에 다다른 것이다. 무려 20여 년의 연구 끝에 얻은 수확인데, 솔직히 말하면, 미쳤다고밖에 할 수 없다. 그러나 음을 듣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현재 동사에서 내놓은 모델은 총 다섯 가지. 이번 시청은 플래그십인 시리우스를 제외한 나머지 네 개의 모델을 들었다. 맨 아래 기종부터 차근차근 위로 올라가는 방식이었는데, 그레이드가 올라갈수록 당연히 음이 좋아지지만, 하위 기종은 또 그 나름의 매력과 개성이 있다. 그러니 호주머니 사정과 리스닝 룸 환경에 맞게 부담 없이 선택하면 좋을 것 같다. 참고로 시청에 동원된 앰프는 에소테릭의 I-03 인티앰프에다가 TDL 어쿠스틱스의 TDL-18CD이다. 듀에벨이 기본적으로 많은 출력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인티앰프를 고정해놓고 듣는 재미도 각별했다.

전반적으로 듀에벨이 추구하는 것은, 일종의 무지향성. 이런 계통의 스피커는 핀 포인트의 음장보다는, 마치 공연장에 온 듯 넉넉하게 펼쳐진 스케일을 자랑한다. 그러므로 서비스 에어리어가 비교적 넓다. 심지어 등을 돌리고 앉아서 들어도 큰 문제가 없다. 우리나라 애호가들이 아직 이런 음에 익숙하지 않은데, 듀에벨을 통해 조금씩 학습해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들은 것은 엔트리급인 플래닛. 이것은 둥근 알루미늄 볼 두 개가 스피커 상단에 설치된 포름이다. 얼핏 보면 무슨 조명 기구나 룸 튜닝 기구로 착각할 법도 한데, 이 볼의 크기나 위치에 따라 미묘하게 음이 변한다. 숱한 반복 청취 끝에 현재의 구조가 얻어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제품은 리뷰를 위해 다른 매체에서 심각하게 들어본 바가 있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우선 군더더기가 없는, 약간 슬림한 음이다. 그렇다고 유약하거나, 골격이 흐트러진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디스카우의 보리수를 들으면, 분명한 발성과 탄탄한 기본기를 발견할 수 있다. 독일 쪽 스피커들이 갖는 단단한 골격이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목소리 자체가 매우 부드럽고 심지어 달콤한 맛도 난다.
이런 강점은 특히 바이올린과 여성 보컬에서 남다르다. 얀센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어보면 물찬 제비처럼 빠르면서도 여류 특유의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조수미의 ‘도나 도나’도, 은은하면서 세련된 음향이 연출되고 있다. 단, 박스의 크기나 미드·베이스의 사이즈가 갖는 한계는 분명하게 있어서 바닥을 치는 저음까지는 힘들다. 그러나 아무런 부담 없이 어느 공간에 갖다놔도 즐길 수 있는, 일종의 라이프스타일에 가까운 매력은 거부하기 힘들다.

그 다음은 엔터프라이즈인데 구조가 좀 다르다. 우선 트위터를 보면, 적절한 혼 로디드 방식으로 세미 혼의 역할을 하면서 그 위에 팽이 모양의 확산기를 달았다. 한편 우퍼의 경우, 무슨 운전대같이 생긴 것을 그 위에 달아놓았다. 이 역시 확산기 역할을 한다. 즉, 두 발의 드라이버를 위로 향하게 해서, 거기서 나오는 음을 사방에 방사시키는 기구들을 설치한 방식인 것이다.
음을 들어보면 확실히 여유가 있다. 저역이 적절히 뒷받침되어, 음 자체에 살집이 붙고, 잔향도 길다. 얀센의 경우, 몰아칠 때 오케스트라가 내는 묵직한 저역은 무척 인상적이다. 정명훈 지휘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중 행진을 들어보면, 퍼커션이 압박해오는 기세가 남다르다. 이 사이즈의 스피커에서 기대하기 힘든, 빠르고, 묵직한 저역이다. 그러므로 더 콘서트홀에 가까운 음을 들려준다.

그 다음 기종은 비너스다. 이것은 생긴 모양은 상급기와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혼이 없다. 중간에 놓인 기구는 위 아래로 뾰족하고, 중간 부분이 확 펼쳐져 있다. 즉, 위의 트위터와 아래의 우퍼에서 나오는 음이 이 기구를 통해 역시 사방으로 방사되게끔 만들어진 것이다. 혼을 쓰지 않고도 그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동사 특유의 음장을 풍부하게 이끌어내고 있는 점에서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아론 네빌의 ‘Stardust’를 들으면, 리드미컬한 더블 베이스를 배경으로, 공간을 강력하게 점하는 보컬이 나타난다. 그 뒤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코러스가 꿈결처럼 황홀하게 나온다. 누구나 들으면 흡인될 수 있는 음이다. 한편 오스카 피터슨의 ‘You Look Good to Me’의 경우, 초반에 길게 더블 베이스를 긁는 활의 움직임이나 탱탱 치는 트라이앵글의 명징함 등이 돋보이고, 이윽고 본격 연주 시의 활력과 기세가 뛰어나다. 마치 혼 타입 스피커에서 듣는 듯한 에너지가 일품이다.

마지막으로 벨라 루나인데, 일종의 톨보이 스타일이다. 드라이버가 프런트가 아닌 상단에 나 있다. 마치 하늘을 향해 소리치는 형국이다. 그런데 그 위에 서로 얼굴을 맞댄 혼이 붙어 있고, 그 위로 또 유닛이 하나 있다. 대체 이게 무슨 포름인가? 자세히 보면, 박스에 들어간 것은 우퍼이고, 맨 위에 있는 것이 트위터다. 즉, 2웨이 방식으로, 그 각각이 혼을 갖고 있으며, 이것을 서로 마주보게 만든 것이다. 거기서 나오는 음이 자연스럽게 믹스되어 360도 전 방향으로 방사되게 만드는 구조인 것이다.
이렇게 쓰면 음의 혼탁이나 일그러짐 등을 연상하기 쉽지만, 의외로 음이 명.료하고, 반응이 빠르다. 특히, 입체 음향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빼어난 음장감은 거의 경이롭기만 하다. 이를테면 마델라인 페이루나 멜로디 가르도트와 같은 여성 보컬의 경우, 정중앙에 확고히 자리 잡고 노래하는 부분이 정교하게 묘사된다. 거기에 혼 특유의 에너지감도 살아있어서 필요할 때 쿵쿵 바닥을 치는 저역은 꽤나 인상적이다. 말러의 교향곡 정도는 가볍게 재생하는 실력이 있다. 확실히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기술적 내용과 완성도가 있다고 하겠다.
시험 삼아 정명훈 지휘의 말러 교향곡 2번 1악장을 들었다. 초반에 나타나는 첼로군의 긴박한 움직임부터 차분히 떠오르는 현악군의 등장 등이 일목요연하고, 이윽고 퍼커션과 관악군이 가미되어 본격적인 악상이 전개될 때엔 박력만점이다. 저역의 펀치력이나 숱한 악기들의 홍수를 분해하는 해상력 등에서 별 불만이 없다. 솔직히 다른 브랜드의 플래그십에 버금가는 내용이다. 사면 이득이라는 것은 이런 경우를 말한다.
한편 레드 제플린의 ‘Babe, I'm Gonna Leave You’를 들었는데, 그야말로 눈부신 해상도가 나온다. 명징한 어쿠스틱 기타의 음향이나 무대를 장악한 보컬의 힘, 거기에 베이스와 드럼의 압도적인 에너지 등이 어우러져 한 판의 제대로 된 헤비메탈이 연출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명료한 음은 어지간한 하이엔드 부럽지 않다. 무지향이라고 음 자체가 결코 애매하지 않은 것이다.

자고로 무지향 스피커는 의외로 독일 쪽이 강하다. mbl이나 저먼 피직스 등 떠오르는 브랜드가 많다. 단, 여기서 자칫 부족해질 수 있는 다이내믹스를 어떻게 해결하냐가 관건이다. 한데 이런 무지향의 정반대에 서 있는 혼의 장점을 적절히 융합한 경우는 유래도 없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게 단순히 기술적 성취에 머물지 않고, 진한 음악적 감동까지 함께 한다는 점에서 듀에벨의 진가는 앞으로 더 널리 알려져야 할 것 같다.
이럴 때 가격 이야기를 해서 뭐하지만, ‘Made in Germany’를 단 브랜드 치고 참 착하다. 더구나 10년 전 가격 그대로 받는 모델도 있다. 그 사이 꾸준한 개량이 있었음에도 이런 고집이 가능한 것은 역으로 더 많은 애호가들이 자사의 제품을 듣고자 하는 바람에서다. 정말 고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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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5년 5월호 - 5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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