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beth Super HL5 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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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beth Super HL5 Plus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5.03.02 00:00
  • 2015년 3월호 (512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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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베스가 전하는 온고지신의 미덕

확실히 예쁘다. 화사하면서 또 깊은 맛이 우러난다. 여기서는 피아노 대신 첼로가 화답하고 있는데, 그게 더욱 분위기를 장엄하게 고조시킨다. 두 악기의 영적인 대화가 르네상스 시대의 베니스 어느 한 골목길을 걷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런 음이야 말로 하베스로 들어야 제 맛인 것 같다.

오랜만에 하베스 제품을 만났다. 개인적으로 HL 컴팩트 계열을 장기간 사용한 적도 있고, 모니터 30 시리즈는 무척 좋아한다. 덕분에 본 기도 무척 기대가 된다. 사실 슈퍼 HL5 플러스라는 상당히 긴 이름을 가진 본 기는 정확하게 3웨이라고 하기엔 뭐하다. 왜냐하면 그 구성이 미드·베이스 콘에 트위터, 그리고 슈퍼 트위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 슈퍼 트위터라고 하면 20kHz 이상을 재생하는데 반해, 본 기는 20kHz에 머물러 있다. 그 이상은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본 기의 콘셉트는 ‘2웨이 플러스 알파’쯤이 좋을 것 같고, 그 핵심은 미드·베이스를 담당하는 래디얼 콘에 있다. 원어로 ‘Radial’이라고 쓰는 이 단어는 하우드 씨의 야심이 총집결된 산물로, 그간 하베스의 간판 역할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상세한 스펙이 나오지 않아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아마도 이 드라이버가 거의 풀레인지 역할을 하지 않나 싶다. 하베스 특유의 따스하면서 풍부한 질감에 섬세한 디테일 묘사는 전적으로 이 유닛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가의 보도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것이 최근에 래디얼 2로 진화하면서, 그에 따른 업그레이드가 이뤄진 것이다. 그러므로 본 기는 클래식 HL5에서 앞에 슈퍼가 붙으며 한 차례 진화한데다가 거기에 플러스가 붙어서 3세대 째에 이른 것이다. 한데 거의 40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하베스를 생각하면, 이런 변화는 꽤나 느긋하고 또 신중해 보인다. 그만큼 정교하게 업그레이드를 시행했으니 당연히 기대가 된다.
래디얼 테크놀로지에 대해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느나, 앨런 쇼 씨에 따르면 진동판에 있어서 획기적인 복합 물질의 개발에 관련된 것이라 하겠다. 통상 PP 콘이라 부르는 폴리프로필렌의 경우, 엑슨 모바일이 주로 공급하며, 승용차용 배터리의 케이스나 범퍼에 최고라고 한다. 이것을 스피커용 진동판으로 쓸 경우 우수하기는 하나 음을 좀 흡수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폴리머라는 소재가 있는데, 이것은 가볍고 성형이 쉽지만 고주파 대역의 재생에 문제가 있다. 이런 여러 여건을 고려해서 새롭게 만든 것이 바로 래디얼로서, V.F.H. 폴리프로필렌이라고 부른다. 이 부분에서 상당한 화학 지식이 필요할 것 같으니, 대강의 흐름만 이해하면 좋을 듯싶다. 아무튼 동사에서 새롭게 래디얼 드라이버를 개량했다는 것은 빅 뉴스이고, 그러므로 본 기의 탄생은 여러모로 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 같다. 

여기서 잠깐 기술적인 이야기를 좀더 하면, 미드·베이스의 경우 200mm 구경이다. 트위터는 25mm, 슈퍼 트위터는 20mm로 되어 있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사각형 박스 구조이지만, 설치법은 그리 간단치 않다. 오픈형 구조의 튼실한 스탠드는 필수로, 높이는 약 16~20인치가 되면 좋다. 말하자면 트위터가 청취자의 귀 높이에 오도록 조정해야 하는 것이다. 한편 어느 평론가에 따르면 옆벽엔 96cm, 뒷벽엔 80cm를 띄우고, 두 스피커의 거리는 210cm가 좋다고 하기도 한다. 이를 추측해보면 스피커 사이즈보다 꽤 큰 룸이 필요한 것이다. 입력 감도는 86dB에 불과하지만, 최소 권장 출력이 25W에 불과할 정도로 구동이 편하다. 담당 주파수 대역은 40Hz-20kHz. 그리 욕심을 내지 않았는데, 하베스 특유의 풍부하며 달콤한 중역의 매력은 이내 음악에 빠져들게 한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앰프는 플리니우스의 카이타키 프리앰프와 P10 파워 앰프 세트를 사용했고, 소스기는 럭스만의 D-06u를 동원했다.
첫 곡으로 스탄 게츠의 ‘Desafinado’를 들었다. 플리니우스 특유의 중립적이면서 맑고 신선한 음이 잘 배어 나와, 하베스가 더 자유분방하고, 밝게 들린다. 이런 조합이 나름 괜찮게 다가온다. 특유의 벨벳 톤으로 부는 게츠의 개성이라던가 천의무봉의 솜씨를 자랑하는 기타리스트 찰리 버드의 신기라던가, 세밀하면서도 감칠 맛 나는 음이 더 없이 매력적이다. 보사노바가 추구하는 이지 리스닝 계열의 세련미가 잘 살아나고 있다.
비발디의 바이올린 소나타 C단조를 파브리치오 치프리아니의 연주로 듣는다. 확실히 예쁘다. 화사하면서 또 깊은 맛이 우러난다. 여기서는 피아노 대신 첼로가 화답하고 있는데, 그게 더욱 분위기를 장엄하게 고조시킨다. 두 악기의 영적인 대화가 르네상스 시대의 베니스 어느 한 골목길을 걷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런 음이야 말로 하베스로 들어야 제 맛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모스크바 쳄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The Rush Light’를 듣는다. 러시아 민속 음악을 편곡한 것으로, 황량한 시베리아 벌판이 연상되는 우수에 찬 곡이다. 확실히 스케일이 제대로 살아나고, 곡에 배인 슬픔이 아낌없이 표출된다. 마침 날씨도 꿀꿀하고, 어두컴컴한 오후다. 그래서 이 곡이 더욱 가슴에 진하게 다가온다. 역시 하베스는 결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특히, 자신의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 더욱 연마된 음으로 보답하는 부분은 이런 메이커만의 내공이 아닐까 한다. 

수입원 다웅 (02)597-4100
가격 505만원   구성 3웨이 3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미드·우퍼 20cm 래디얼 2, 트위터 2.5cm, 슈퍼트위터 2cm 
재생주파수대역 40Hz-20kHz(±3dB)   임피던스 6Ω   출력음압레벨 86dB/W/m 
권장 앰프 출력 25W   파워 핸들링 150W   크기(WHD) 32.2×63.5×30cm   무게 15.8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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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5년 3월호 - 5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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