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이들의 이름이 빠질 수 없다. 아날로그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수많은 명작들을 탄생시킨 제조사. 지금도 아날로그 제품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며, 그 이름과 명성을 알리고 있는데, 바로 덴마크의 오토폰이다. 그런 그들의 수많은 아날로그 라인업 중에서도 유독 낯선 카테고리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놀랍게도 이어폰을 출시하고 있는 것. 하이파이나 아날로그를 주로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오토폰의 이어폰은 단연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만큼 아날로그 제조사로서의 이미지가 강하고, 조금은 보수적인 전통의 회사라는 느낌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에 와서 이어폰을 즐겨 사용하는 젊은 층에게는 오토폰의 아날로그 제품들이 더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e-Q7의 성공적인 데뷔와 e-Q5로서의 대중화 등 이어폰 제조사로서의 오토폰도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듯하다. 국내에서도 e-Q7이 좋은 평가를 받으며, 이어폰 제조사로서의 오토폰을 알렸는데, 이제 그 상위 모델 e-Q8을 출시하여, 오토폰 이어폰의 정점을 이야기한다. 그들의 신작 e-Q8을 소개한다.
처음 제품을 받자마자 자연스레 e-Q7이 연상된다. 그만큼 e-Q7을 기반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는 느낌으로, 전체적인 디자인 이미지는 꽤 동일한 편이다. 일본 제조의 이어폰들이 하나의 디자인 콘셉트에서도 소리 차이를 극적으로 만들어내는 면모를 보이는데, 이 제품 역시 그렇게 이해하면 될 것이다. 가격은 전작에 비해 제법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소리 차이는 또 그만큼 보상하고 있다고 미리 언급해둔다.
전작이 블랙, 레드, 실버로 하우징 색에서 차이를 두었다면, 이번 e-Q8은 화이트 톤의 제품으로 통일되었다. 단순히 색깔의 변화이지만, 굉장히 감각적이라는 인상으로 다가오며, 젊은 층에게 디자인적 매력으로도 다가갈 수 있을 듯하다. 실버 하우징은 한층 더 광택을 더했고, 이곳저곳에 화이트 색상을 부가하여, 더욱 백색의 느낌이 강조되도록 포인트를 주고 있다. 실제 제품을 받아보면, 확실히 화사하고 깨끗한 이미지로서 다가오는데, 같은 디자인으로도 이렇게까지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특별하다. 패브릭 소재의 케이블을 활용한 것도 전작과 동일. 위쪽과 아래쪽 케이블 부분을 소재로서 구분 짓고 있는데, 선 꼬임, 터치 노이즈, 단선 등을 방지하는 실용적인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참고로 전작에서도 볼 수 있었던 카드 지갑을 연상케 하는 휴대용 케이스와 크기 별로 나눠진 이어 팁 역시 제공한다.
e-Q8의 출시는 오토폰의 96주년을 기념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기도 하는데, 그만큼 이 제품을 위해 신기술과 신유닛을 적극 개발했다. 2009년에 최초의 BA 유닛을 채용한 e-Q7을 출시했고, 2010년에는 그 보급기인 e-Q5를 선보였는데, 그 공백기 동안 e-Q8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e-Q8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순은 코일의 BA 유닛을 투입했다는 것. 여기에는 오토폰 특유의 아날로그적 노하우가 대폭 가미된 것으로, 자체적으로 특허까지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덕분에 한층 더 깨끗하고 높은 품질의 사운드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실제 시청에서도 e-Q7보다 몇 단계 이상의 품격을 보여주기도 했다.
e-Q7의 기억을 더듬어가면서, e-Q8을 수 시간 들어본다. 첫 몇 소절을 듣는 순간, 전작의 이미지들이 묘하게 그려진다. 밝은 색감, 인상적인 고음, 한 발 더 다가온 듯한 무대, 기분 좋은 청량감 등 이전에도 느꼈던 감정들이 다시 한 번 상기된다. 하지만 조금 더 뒤로 갈수록 e-Q8의 저력이 느껴진다. 고역에서 힘을 빼면서도 고역의 매력을 진득하게 전해주며, 저역에 대한 반응도 빠르고 탄력이 붙었다. 질감도 단순히 딱 떨어진다는 느낌보다는 적당히 살집을 붙일 줄 아는 여유도 가미되었다. 이전 제품이 너무 차가운 이미지와 너무나도 탁 트인 개방감을 그려냈다면, e-Q8은 적당히 절제할 줄 아는 묘미를 더하여, 한층 더 완성도 높은 무대를 그려낸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오토폰 특유의 매력을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완벽히 완성되었다는 인상. 대역 밸런스적인 면모가 확고히 자리 잡아, 오토폰 특유의 매력들이 더 진득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부담스럽지 않다는 이야기. 2% 부족했던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에 새로운 케이블을 투입했을 때, 더욱 완성도 높아진 무대를 보며 흐뭇했던 기억이, 바로 이번 오토폰의 플래그십 제품에서도 느껴진다. 순은 코일을 더한 BA 유닛의 가치가 확실히 빛나는 제품이다.
수입원 소비코AV (02)525-0704
가격 66만원 유닛 타입 BA 유닛 임피던스 21Ω 감도 115.5dB
주파수 응답 10Hz-20kHz 무게 11.5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