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koon Products SCA-7511 MK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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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koon Products SCA-7511 MK3
  • 오승영
  • 승인 2015.03.02 00:00
  • 2015년 3월호 (512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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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버전으로 진화한 원초적 바쿤

갖고 싶은 스피커가 하나 생겨났다. 오디오파일에게 그런 게 어디 하나뿐이겠느냐만, 불과 얼마 전까지 곁눈질에도 심심치 않게 시야에 들어오던 이 제품은 모처럼 맘먹고 찾으려니 예정이라도 있었던 듯 모두 종적을 감추었다. 이젠 이런 짓은 좀 그만했으면 싶으면서도 마음은 과연 천리를 달리고 있었다. 어쩌다 매물이 발견되었다 싶으면 할퀴고 부러지고 해서 멀쩡한 경우가 없었다. 3웨이 톨보이에 내부에 베이스 유닛을 하나 더 숨기고 있는 이 스피커는 앰프 쪽에서 보면 대표적인 난제 중의 하나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명성에 비해 만인 취향이 되지 못해왔지만, 그 반대의 경우로서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는다. 잠시 이 스피커를 찾아다니는 며칠 동안 그런 상황은 재삼 확인되었는데, 한 가지 필자의 시선을 끈 것은 이 스피커의 한 사용자가 바쿤의 앰프로 구동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시작은 엔트리 모델인 SCA-7511에서부터였다.
선입관에 대한 우려 때문에 구체적인 제품명을 밝히지 않고자 함에도 불구하고 상기 스피커를 거론하는 것은 물론 SCA-7511에 작위적인 전능함을 부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런 방식에 대한 경종이 필요하다. 종종 특정 앰프의 마케팅을 위해 구동이 어려운 스피커들을 공공연히 들이대는 방법은 이미 고전이 되었다. 하지만 화제성 이벤트에 치우칠수록 긴 생명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던 것 같다. 정작 뛰어난 성능과 범용성이 있는 제품들은 사용자들에 의해 실험되고 사용자 그룹이 확산되곤 한다. 다시 한 번 느끼지만 언제나 제품을 알리는 일은, 특히 다량의 판매를 목표로 한다면, 그 제품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서 출발해서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판매자와 평가자 모두가 그러하다. 그런 사실을 상기하고 보니, 바쿤의 제품들이 좀더 진지한 모습이 되어 있었다. 요컨대 현재 바쿤 앰프의 사용자들과 그들이 사용하는 스피커들에 급 관심이 생겨나는 것이다. 마치 채로 쳐서 선별되어 남은 입자들처럼 바쿤은 2010년대의 오디오파일들에게 실질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어 보인다. 그런 현상의 배경에는 이 제품이 20여 년 전에 지향했던 사운드가 2015년 시점의 하이엔드 앰프들에게 요구되는 덕목과 상당 부분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조차 주관적인 범주의 얘기지만, 이 현상에 대해서는 많은 오디오파일들이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바쿤의 SCA-7511은 바쿤 최초의 상용화 모델이자 이후로 확장된 전체 라인업의 기점이 되는 제품이었다. 출시된 이후 15년(SATRI 회로 개발부터는 25년)을 지나면서 버전 3까지 확장된 결과물인 SCA-7511 MK3은 내용에서 몇 가지 중요한 변화를 거쳤고, 외관에서도 다소간의 변화가 보인다. 하지만 제품의 등급과 콘셉트를 분명히 유지시켜서 제품 컬러를 해치는 확장이나 변경은 확실히 금지되어 있어 보인다. 이 부분에서 이 제품은 양산품이나 기타 대규모 라인업을 앞세운 브랜드들과 차별화된다. 필자가 처음 이 제품을 시청했을 2000년 초반의 느낌은 마치 차폐 장치를 사용한 듯한 정숙한 배경과 순도가 높게 느껴지는 사운드로 인해 음악을 듣는 뉘앙스가 마치 진공관의 음색처럼 느껴지기도 했었는데, 10W의 출력에 따른 파워풀 드라이빙에 대한 아쉬움으로 스피커에 제한을 받거나 특정 용도에 한정해서 사용할 제품으로 생각되었다. 초기부터 7511을 사용해온 유저라면 버전 별로 시청을 시도해보았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의 틀은 오리지널 버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제품을 살펴보기로 한다.

SCA-7511 MK3는 오리지널 버전 이래로 유지되고 있는 전원부 R코어 트랜스를 그대로 유지시키고 있다. 정숙도가 뛰어난 장점과 자속의 손실이 적으면서도 같은 용량의 EI트랜스보다 가볍고 토로이달 방식처럼 납작한 디자인은 앰프를 내용과 형식에서 다양하게 설계할 수 있도록 해준다. 트랜스의 전면 쪽에 위치한 전원 정류부에는 6개의 커패시터가 보이는데, 선콘(Suncon: 산요의 해당 사업부를 흡수) 사의 전해 콘덴서들이다. 섭씨 105도의 온도에서 5000시간의 성능을 보장하는 고성능 제품들이다. 또한 메인 증폭부에 사용된 산요와 니치콘 사의 오스콘(os-con: 유기반도체 콘덴서)은 용량과 수명이 달라 섭씨 105도에서 10,000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105도의 온도는 테스트에 한해서 적용한 지표라서 실제 이 콘덴서들의 수명은 다음 대에 물려줘도 될 만큼의 내구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오리지널 SCA-7511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부분은 SATRI 회로가 위치하는 메인보드 부분이다. 사이즈를 비교하면 SCA-7511 MK3 버전의 메인보드가 두 배 가까이 확장되어 있는데, RCA 단자로 입력되는 전압 증폭단과 BNC 단자를 통해 SATRI 회로를 거치는 전류 증폭단의 두 가지 입출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 주로 기인한다. 이렇게 해서 MK3의 출력은 15W로 소폭 늘어 있다. 오리지널 버전이 12W로 표기된 경우가 있어서 혼돈스럽지만, SCA-7511은 정확히는 10W의 출력을 내는 제품이었다. 선형 증폭을 하는 바쿤의 전류 증폭 방식을 기준으로 한다면 15W로의 출력은 +5W의 증가라기보다는 50%의 확장으로 파악하는 게 옳다. 실제 시청해 보면 그 차이는 좀더 커질 것이다. 알려진 바, SATRI 회로 기판은 표면 실장(SMT) 방식으로 기판을 뚫지 않고 표면에 장착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부품을 축소시켜 보드 면적을 작게 할 수 있었고, 진동에 더 강한 디자인이 되어 SCA-7511 MK3은 이런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두 개의 헤드폰 출력 단자를 두었던 오리지널 버전의 모습은 SCA-7511을 헤드폰 앰프, 혹은 인티앰프로 알려지게 했었다. 사실 원래 제작 초기에는 그런 용도로의 사용을 고려했었다. 처음 본 제품이 국내에 소개되었을 때, 헤드폰 동호회원들이 필자와 대담을 하면서 시청회를 진행했던 기억도 있는데, 뛰어난 노이즈 억제력과 전용 출력을 둔 설계는 헤드파이 유저들이 여전히 반길 내용이다. SCA-7511 MK3에서는 헤드폰 출력은 현재의 용도에 적당한 한 개만을 지원하고 있다.
본 제품의 볼륨은 기본 사양인 알프스 사의 블루벨벳 가변 저항 볼륨 이외에도 금속 피막 저항 어테뉴에이터, 칩 저항 어테뉴에이터 등의 두 가지 옵션이 있다. 상급기에 채용되었던 무유도 권선 저항 방식은 단종되고, 이보다 상급의 칩 저항 방식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바쿤 고유의 SATRI 회로 입구와 출구는 임피던스 모듈이 되며, 이 두 임피던스단 사이에 흐르는 전류는 자체 증폭단이 없이 오로지 입구와 출구 임피던스의 조합에 따라서만 전류 부하가 변동하는 회로가 된다. 이에 따라 바쿤의 앰프에서 볼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본 제품의 시청은 기본 사양인 알프스 사의 블루벨벳 버전으로 진행했으며, 기본 사양 볼륨의 품질 또한 만족스러웠다. 향후 상위 볼륨단과의 비교 시청은 무척 흥미로운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위 기종과 마찬가지로 볼륨의 스텝은 1부터 10까지의 구간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본 가변 저항 볼륨은 클릭의 느낌 없이 연속으로 회전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SCA-7511 MK3의 본래 용도는 정류를 거친 시그널을 증폭시키는 파워 앰프이다. 소스기기를 그대로 직결하는 것은 언제나 가능하며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운용되어질 부분이지만, 프리앰프의 사용은 사뭇 다른 뉘앙스를 선사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사전 프로세스를 거치는 동안에 순도가 약화되지 않도록 하는 설계뿐이다. 그런 면에서 지난 번 AMP-5521 시청에서도 사용한 바쿤의 PRE-7610 MK3에 대한 관심 또한 커진다. 전용 SATRI LINK를 탑재한 PRE-7610 MK3 프리앰프에 대한 심도 있는 시청 내용은 다음 기회에 별도의 지면이 필요해 보인다.

블랙 하이글로시 마감의 표면과 무광 도장의 섀시는 필자의 눈에 익숙해졌다. 패널과 섀시 모두 알루미늄으로 제조되었고, 전면 패널은 블랙 펄 코팅에 유광 페인트로 다시 마감을 했고, 섀시는 크리스털 분체 도장 처리되어 있다. 도료와 운모 입자를 혼합해서 스프레이 도장한 이 방식은 보기보다는 고난도의 마감 방식이다. 이러한 마감의 결과물은 변색의 문제없는 오랜 내구성을 주로 고려한 것이다. 사실 처음엔 뭔가 석연치 않던 디자인이었지만, 마치 주문 제작 제품처럼 약 7cm 높이 정도의 경제학 서적 사이즈만한 슬림하고 산뜻한 디자인은 회를 거듭할수록 친근감이 늘어간다. 다른 앰프에서는 보기 힘든 포맷이다. 약 3kg 중량의 본 제품은 전면 패널의 구성도 무척 명료하다. 우측에 전원 토글스위치가 있고, 그 대칭점인 좌측에 1번과 2번 상하 입력 선택 토글스위치가 있다. 그리고 중앙에서 약간 왼편으로 치우쳐 볼륨 노브가 위치한다. 오렌지색 베이클라이트 재질의 노브는 SCA-7511에서는 단 한 개뿐이라서 좀더 강렬해 보인다. 휨 특성이 강해서 변형이 적지만 밀도 높은 고분자들과 달라서 차갑지 않고 적당히 온기가 있으며 매끈거리지 않고 적당히 보풀거리는 감촉이 좋다. 후면 패널 또한 심플하다. 우측 끝에 있는 2열의 입력단에는 상단에 전압 입력 RCA, 하단에 전류 입력 BNC 두 가지 페어가 전면 패널의 입력 선택 스위치와 동일하게 상하 방향 1번, 2번으로 배열시켰다. PP(폴리프로필렌) 재질로 포장된 2쌍의 스피커 터미널은 거의 정중앙에 위치한다. 본 제품의 시청은 오데온의 오르페오와 카스타의 모델 B 디바 두 가지 스피커와 CEC의 TL0X, 바쿤 DAC-9730와 PRE-7610 MK3의 조합으로 진행했다. 가장 먼저 언급할 포인트로서 두 기종의 스피커 모두에서 소리가 쉽게 흘러나온다. 뭔가를 심각하게 얘기를 꺼내려고 뜸을 들인다거나 거창한 상황을 만들려하지 않고 시종 천연의 자연스러움으로 흐른다. 중앙의 게인 스위치는 1시 방향에 고정시켜 놓고 프리앰프의 볼륨을 조정하며 시청했다. 입력은 물론 전류 전송 방식의 2번 BNC단을 통해서 진행했다.
스피디하고 위상일치가 정밀하다는 인상을 줄만큼 자연스러운 연결로 인해 스피커를 옥죄거나 압도하는 파워 드라이빙의 느낌이 아니라 앰프와 스피커가 한 개의 바디로 일체화된 듯했다. 이 상태로 표현되는 다이내믹스는 출력의 물리적인 수치와 무관하게 파워풀하고 짧은 비트에서도 리드미컬하게 동작을 그려내었다. 대편성에서의 일사불란한 일체감을 호쾌하게 들려주는 점은 언제나처럼 감탄을 일게 한다. 한편으로 콘트라스트를 강하게 만들거나 심각한 어조가 되지 않는 사운드 콘셉트를 보여서 장르에 따라서는 뭔가 격정이 좀더 짙게 드리우길 바라게 하는 경우가 있었다. 다만, 스피커의 사이즈가 커지면 콘트라스트와 중량감이 동반 상승하는 현상을 보여서 사용자의 취사 선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부분이다. 하지만 어느 경우에도 핵이 깊은 밀도감은 집중력을 흐리게 하지 않고 시종 스트레스 없이 음악에 몰입하게 했다. 본 제품이 이전의 버전들에서 개선된 내용들을 주요 포인트 별로 살펴보면 우선 정확성이 향상되었다. 주로 타임도메인과 위상차의 개선에 대한 부분으로서 바쿤의 앰프들이 초기부터 금기시했던 NFB를 배제하면서 의도한 것은 대역 간, 그리고 공간 내에서의 시간 차이를 완벽히 극복하는 것이었다.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You Look Good To Me’ 도입부가 지나고 나서의 스윙 연주는 위상일치의 모범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을 만큼 대역 간 위상일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 부분이 해결되자 시스템에 따라서 편차가 있게 나타나는 음상과 스테이징의 묘사가 입체적으로 떠오른다. 짙은 음영이나 중량감 등을 깊게 실어주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음원에 있는 소리를 빠짐없이 들려주어서 만족스러웠다.

그 다음, 어쩌면 청각상으로는 좀더 크게 부각될 정숙도의 품질이다. 종종 저 레벨 S/N비의 품질로 평가되는 낮은 볼륨 레벨에서도 느껴지지 않는 여타 노이즈의 흔적은 이 앰프에 대한 평가를 순간 격상시킬 것이다. 약음에서 마스킹에 간섭을 받지 않게 되자 몇 가지 미덕들, 예를 들어 마이크로 다이내믹스나 약음에서의 미묘한 뉘앙스 등이 효과적으로 어필해 온다. 일반적으로 음악을 들었을 때 쉽게 감동을 느끼게 되는 그런 특성들이다. 정경화 연주 쇼팽의 녹턴 20번은 약음과 느린 템포에서의 세부 묘사력이 강화되자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게 만들어진다. 어떤 면에서는 무대의 스케일이 커졌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만큼 동작의 순간들이 좀더 늘어난 구간으로 상영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앞서 이 연주가 전에 없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선명하고 매끄럽게, 하지만 어느 부분에 굴곡이 있는지 순간순간 잘 드러난다. 동작의 세부가 눈에 잡힐 듯한 구체적인 음상 묘사도 좋고 짧은 하모닉스 속에 공기의 울림이 어느 구간까지 형성되다가 사라지는지 선명하게 감지가 되고 있다.
그 다음으로 뭔가 석연치 않은 15W 출력에 대한 선입관이 있다면 여러 선택이 있겠지만, 단 한 곡을 시청해본다면 스크로바체프스키가 미네소타 심포니를 지휘한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 스케르초가 적절해 보인다. 서두에 얘기했지만, 판매만을 놓고 뭔가 쇼맨쉽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면 대형 스피커에 SCA-7511 MK3를 연결하고 이 곡을 시청하는 것으로 충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랄 소리가 쏟아져 나올테니까. 팀파니 연타가 시작되는 구간이 되면 거침없는 다이내믹스를 쏟아낸다. 악기 숫자와 음량이 늘어가면서 시청자를 향해 박두해오는 장면은 실로 호쾌하다. 스테이징이 크다고도 할 수 없지만 작지도 않다. 스피커가 효율적으로 드라이브되었을 때 나타나는 입체적인 스테이징이 허공에 쉽게 떠오른다. SCA-7511 MK3의 드라이브 품질에 재삼 감탄해 마지않는 것은 이 곡의 중반에 팀파니가 갑자기 멈춘 후의 모습 때문이다. 이번에는 댐핑 팩터가 우수하다고 하는 앰프들이 보여주는 급 제동 후의 상황을 보여준다. 12인치 구경의 카스타 디바의 우퍼에서도 끌림이나 웅성댐은 남아 있지 않다.  
가장 개인적인 활동이 되어야 할 음악 감상의 영역은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내가 들어서 좋으면 그만이라면서도 남의 시선과 의견을 떨치기가 어렵다는 것을 오디오파일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 외부에서 감상자 시청실의 창문을 흔드는 경우도 많지만, 스스로가 의지를 발동시켜 공유하고자 하는 욕구 또한 강렬하다. 그런 차원에서 음악 감상이나 음향 기기에 대한 관심은 꽤나 사회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실 국내산 오디오의 숙명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고 설명될 수 있다. 작년 말 오랜 만에 바쿤의 제품을 시청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바쿤에게 남은 일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사회성의 극복’이었다. 하지만 필자가 그 다음 제품을 시청하기도 전, 몇 달 사이에 바쿤의 사용자들은 꽤나 빠른 속도로 늘어나 있음을 느낀다. 바쿤의 제품들은 ‘나도 잘 듣고 있다’고 서로에게 알릴 수 있는 제품의 단계에 올라선 것으로 판단된다. 제품의 성향으로 보아 급격한 트렌드가 될지도 모르겠다.
다수의 오디오파일들이 그렇겠지만, 필자의 특정 앰프 브랜드에 대한 열혈 애착은 조금씩 그 성향이 변화해가면서 선호 브랜드가 이동해왔다. 예를 들면 20대 후반에서 30대까지는 크렐과 오디오 리서치를, 30대 후반에 들어서는 제프 롤랜드와 스펙트럴을, 40대가 되어서는 에어와 네임 오디오에 심취했었던 것 같다. 연령별로 계획을 세워가며 하는 일은 물론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뭔가 그 추이에 패턴과 성향이 반영되어 있어 보인다. 딱 들어맞을지 모르지만 스스로 관찰해 보건대 강렬하고 역동적인 테마에서 서서히 단정하고 천연덕스러운 사운드로 이동하고 있어 보인다. 문제는 필자에게 바쿤이 그 이전 어느 때보다도 좋게 들린다는 데 있다. 필자의 갑작스런 취향 변화도 아니고 바쿤이 사운드 콘셉트를 변경한 것도 물론 아니다. 그 현상과 이유에 대해서는 필자가 지난 AMP-5521 시청기 편에서 ‘동백아가씨’ 얘기로 설명한 바 있다. 여하튼 사운드가 마음에 들어오니 다른 것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원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해도 그렇다.
바쿤의 제품 정책 또한 바람직한 데가 있다. 10년이 넘게 대출력 제품들과 용도별 다변화가 진행된 이후에도 최초의 제품인 SCA-7511을 단종시키거나 하지 않고 공존시켜 유지하면서 지속 업그레이드를 해왔다는 점이 그렇다. 일본인 특유의 제작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여하튼 다른 곳에서는 잘 발견되지 않는 현상이다. 그 결과는 물론, 나중에 출시된 고출력 스펙의 제품들과 분명히 구분되는 영역을 갖게 된다.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대신한다거나 고유 기능을 흡수해버리는 카니발리즘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제품 간의 간격 또한 상당히 신중하게 고려되었다고 생각된다. 아직은 몇 가지 전형성을 보이는 스피커들에 따라 어떤 소리를 들려줄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SCA-7511 MK3가 들려주는 소리에는 보편성과 더불어 특별함이 있다. 다른 브랜드나 상위 모델에 의해서 쉽게 대체되지 않는 소리이다. 바쿤은 언젠가부터 필자가 갖고 싶은 앰프가 되었다. 

수입원 바쿤매니아
가격 298만원   실효 출력 15W(8Ω)   입력 RCA×1, Satri-Link(BNC)×1
출력 헤드폰 출력×1   크기(WHD) 23.5×7.8×29.5cm   무게 2.9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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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5년 3월호 - 5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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