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man Kardon Citation 1 Pre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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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man Kardon Citation 1 Preamp
  • 김기인
  • 승인 2015.01.01 00:00
  • 2015년 1월호 (510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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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기성품 진공관 프리앰프로 현역을 뛰고 있는 제품은 손꼽을 만한데, 비교적 하이엔드(판매 당시 기준)에 속하는 스테레오 제품은 마란츠 7C, 매킨토시 C-20·11·22, 피셔 400CX, 사이테이션 1 정도일 것이다. 사이테이션 1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사용자나 거래가 활발한 편인데, 유독 사이테이션 1만큼은 숫자가 부족한 탓인지, 아니면 완벽한 제품이 덜해서인지 사용자도 많지 않고 거래도 활발하지 않다. 그러나 발매 당시(1960년대 초) 가격은 케이스가 30달러, 본체가 250달러였는데, 마란츠 7C가 264달러, 매킨토시 C-20이 269달러로 가격이 비슷했고, 피셔 400CX가 199달러로 사이테이션 1이 월등히 고가 제품이었다.
미국에서의 60년대 가격은 그 가격 자체가 제품의 퀄러티를 대변하고 있다고 보면 맞다. 그만큼 충실하게 가격 산정을 했으며, 어느 제품을 봐도 그 가격만큼의 타당성을 느낄 수 있다. 어떻든 고가의 프리앰프인 것만큼은 확실하고, 그 성능이나 내구성 면에서도 명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실제 무게로 따지면 제일 무거운데, 그만큼 내용이 충실하다는 뜻일 것이다. 특히 오리지널 우드 케이스는 정말 튼튼하고 육중해 지금 봐도 나무랄 데 없을 정도로 매력 있다. 현재에 이르러 사이테이션 1의 실제 거래 가격은 앞에서 언급한 진공관 프리앰프 중에 제일 저렴한 것이 사실이지만, 잘만 활용하면 독특한 사이테이션 1(이하 CT-1)만의 음색을 즐길 수 있어 아직도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CT-1의 진공관은 채널당 12AT7 2개와 12AX7 2개로 도합 8개의 진공관과 모노 출력을 위한 양 채널 믹싱용으로 12AT7 1개를 사용해 총 9개의 증폭관이 사용된, 프리앰프로는 가장 많은 진공관이 장착된 제품이다. 특히 전원부에 프리앰프임에도 유일하게 초크트랜스를 적용했는데, 이 트랜스는 내부 섀시에 눕혀서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전면 하부에는 각 채널 별도의 고음용 저음용 스탭 타입 톤 컨트롤이 적용되어 있는데, 마란츠 7C와 동일한 타입이라 생각하면 된다. 이 타입은 가변저항식보다 음질 열화가 적고, 내구성이 보장되어 더 고급의 회로 기법이라 생각하면 된다. 증폭단은 18 스테이지(9 듀얼 트라이오드 방식)로 모두 선별된 저 잡음 저항과, D/C 점화 방식이 적용되며, 특히 모든 커플링·디커플링 콘덴서는 그 유명한 스프라그 범블비가 사용되었다. 내부 부품 면에서 보면 오히려 7C보다 많고, 트랜스나 섀시는 더 튼튼하다는 느낌인데, 디자인 측면에서는 무엇인가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특성상으로 본다면 응답 주파수가 5-80,000Hz(+0, -0.5dB)이며, 디스토션은 0.05% 이하로 막강한데, 당시 경쟁되었던 프리앰프와 비교하면 가장 막강한 것이었다. 물론 현재에 이르러서는 이런 스펙도 내로라할 것이 못 되지만 당시로서는 그야말로 획기적인 스펙이라 내세울 만큼 대단한 것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기본으로는 RCA 구관이 장착되어 있지만 당시 그대로의 진공관이 장착된 상태로는 제 음색을 뽑아내기 힘들다. 진공관 열화의 이유도 있지만, 필자의 느낌으로는 이제 와서는 더 샤프한 증폭관이 장착되는 것이 CT-1의 음색을 보강하는 길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세월이 지났기에 부품 열화나(특히 범블비 커플링 콘덴서) 음색 변화로 밝고 화사하게 변경시켜야 됨을 틀어 보는 순간 느꼈다. 그렇다고 무조건 부품을 갈아서는 안 된다. 커플링 콘덴서에 리케이지가 살짝 나도 그 고유의 음색을 지니고 있으므로 웬만하면 잘 다스려 사용해야 본래 가치를 잃지 않는다.

CT-1의 기본적인 음색은 무엇인가 막힌 듯하며 거칠고 고운 맛이 덜하다. 남성적이고 톤이 두꺼운데 반해 섬세함이 뒤진다는 인상이었다. 내부 회로나 부품상으로는 부족함이 없다. 물론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접점이 많아진 경향은 있다. 투박하고 거친 뚝배기 맛으로 이 프리앰프를 그냥 수용한다면 매력이 덜하다. 어떻게든 고양된 음색으로 변화시켜 보고 싶다. 단, 원래 부품은 손상시키지 않는 한도 내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튜닝할 곳은 커플링과 진공관뿐인데, 커플링을 스프라그 블랙뷰티 96P 정도로 교체하면 간단하지만 대신 음색을 잃을 수 있기에 진공관으로만 튜닝해 보기로 결정한다. 물론 프리·파워 간의 선재는 2차적 변수로 남겨 두고 말이다. 진공관을 독일 지멘스 구형과 텔레풍켄 각인, 뮬라드 롱 플레이트, RCA N.O.S. 등으로 교체해 음색을 들어 본 결과 7C와는 달리(7C에서는 필자의 느낌으로는 뮬라드 롱 플레이트가 점수가 가장 높았다) 텔레풍켄 각인이 이 앰프의 단점을 보완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투명하고 텁텁한 맛이 희석된다. 물론 CT-Ⅱ라는 KT88 P.P. 파워 앰프와 매칭을 전재로 해서 생산되었으나 마란츠 8B와 매칭을 기준으로 평가한 것이다. 하지만 필자 의견으로는 CT-Ⅱ와 매칭시켜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으리라 추정한다. 오리지널 케이스에 넣으면 웬만한 파워 앰프만큼 묵직하고 볼품 있다. 잘 수용해 사용한다면 그 거래 가격의 몇 배 역할을 할 좋은 프리앰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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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5년 1월호 - 5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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