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매칭으로오디오의 재미를 알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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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매칭으로오디오의 재미를 알아가다
  • 월간오디오
  • 승인 2007.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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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박영재 씨

대부분의 오디오 애호가들도 그렇듯이 나에게도 오디오의 발판 역할을 한 것은 다름아닌 음악이다. 그러나 젊은 시절 나에게 있어 음악 이전의 오디오는 단순히 음악을 듣기 위한 도구이거나, 그저 집 안의 거실 한 켠을 차지하는 큰 장식품으로서의 위용에 관심이 갔을 뿐 오디오라는 개념이나, 특별히 좋은 소리가 난다는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이모부님의 댁에서 당시 100만원을 호가한다던 메리디언 CD 플레이어를 접했을 때, 그 기기가 지닌 기기적, 음향적 가치 같은 것은 아예 따져 볼 생각을 하지 않았으며 차라리 그 금액으로 휘황찬란한 콤퍼넌트 풀 세트를 장만하지 않았던 이모부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 당시 내게 오디오란 단지 같은 음악을, 같은 소리로 들려주는 한낱 도구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러던 나도 독립을 하고 나만의 공간을 가지게 되면서 오디오라는 세계에 빠지게 된다.
나의 첫 시스템은 매킨토시 7270 파워 앰프와 C34V 프리앰프였다. 굳이 매킨토시를 선택했던 이유라면, 80년대 중반에 음악 감상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선배들로부터 귀가 아프도록 들었던 ‘매킨토시는 오디오의 귀족이다’라는 거부할 수 없는 추억 탓이었다.
앰프를 처음 구입했던 그 날, 20여 년 전 음악 감상실에서 보았던 파란창, 그 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스피커도 없이 밤새 앰프의 불빛을 조명 삼아서 설레이며 잠들었던 기억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선명하게 자리 잡고 있다.

처음 선택했던 소스기와 스피커는 그 당당한 위용에 반해 들였던 와디아 21과 JBL S2600이었다. 재즈를 좋아했기 때문에 나는 혼 스피커의 매력에 쉽게 빠져들었다. 그리고 큰 집으로 이사를 가고 S2600에서 S3100으로 업그레이드하게 되었다. 유닛이 12인치에서 15인치로 커진 만큼 나의 음악 생활은 한층 풍성해진 듯했다.
본격적으로 오디오의 바꿈질이 시작된 것은 우연한 기회에 구한 소니 777ES CDP 때문이었다. 심심하던 차에 집에 있었던 와디아 21과 동일한 음반을 동시에 플레이시키면서 소리 비교를 했는데, 의외로 소니 777ES가 좋은 소리를 내주는 게 아닌가. 그 때 처음으로 소리는 가격과 반드시 비례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와디아 21을 방출하고 한동안 소니 CD 플레이어를 운용했다. 그러면서도 사실 일본 기기에 대한 선입견 같은 것을 좀체 떨칠 수가 없었는데, 한 동호인이 내게 또 다른 소스기인 어큐페이즈 DP-11을 추천해주었다. 난 사실 그때 처음 어큐페이즈란 브랜드를 알았다.
10여년을 훌쩍 넘은 그다지 볼품없어 뵈는 기기가 내심 뭐 그리 대단할까 싶었지만, 그 소리만큼은 내게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 그 때부터 어큐페이즈에 대한 나의 구애가 조금씩 커져갔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어큐페이즈는 꽤 고가였기 때문에, 가장 저렴한 프리인 C-265에 P-550 파워 앰프를 매칭시켰다.
나는 재즈를 좋아한다. 재즈가 좋아 2000명이 넘어가는 회원들을 위해 인터넷 재즈 방송을 하기도 했고, 1년 가까이 무상으로 잡지에 재즈 칼럼을 기고하기도 했다. 재즈 중에서도 트리오, 쿼텟, 퀸텟 구성의 음악들을 좋아한다. 어큐페이즈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재즈를 좋아했던 이유와 전혀 상관이 없는 것 같지는 않다. 어큐페이즈는 소편성으로 구성된 악기 소리를 부드러우면서도 명료하게 해주는 힘이 있었다. ‘어큐페이즈의 실력’이 ‘매킨토시의 향수’를 슬그머니 밀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시스템을 약 2년 정도 사용한 것 같다. 그러면서 나의 하이엔드에 대한 열망과 소리에 대한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

사실 나는 기기 변동이 잦은 편이다. 우선 많은 시스템을 들어보고 싶고, 다양한 매칭을 경험하고 싶다. 앰프는 제법 많은 것을 접했다. TR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로는 어큐페이즈의 대부분 모델과 크렐의 KAV-300i, 400xi, 500i, 그리고 매킨토시 MA6500, 6900 등을 접해보았고, 진공관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로는 오디오 리서치, 자디스, 패토스, 신세시스의 제품들을 써보았다. 특히 진공관 앰프에 대한 호기심은 아직도 여전하지만, 개인적으로 관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고,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해서 현재는 잠시 보류 중이다. 그리고 앰프보다는 스피커에 더 애착이 많이 가는 편이다. 내 나름대로의 철칙이 있다면, 스피커의 성향을 충분히 파악한 후 거기에 맞는 앰프를 고르는 것이다. 스피커의 성향을 중심에 두고 하나 둘 앰프를 맞춰가는 것은 나의 오디오 취미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앰프도 프리와 파워 앰프를 한꺼번에 들이기보다는 대체적으로 둘 중 하나를 먼저 충분히 들어본 다음에 시스템을 맞추는 편이다. 현재 메인 시스템으로 사용 중인 그리폰도 안틸레온 파워를 먼저 들여놓고, 한참 후에 소나타 알레그로를 구입했다. 어쩌면 오디오 취미에서 이런 중간 과정을 놓친다면, 큰 즐거움을 잃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스피커를 고르라고 하면 단연 소누스 파베르의 과르네리 오마주이다. 그 만듦새하며 교태스러운 소리까지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스피커였다. 과르네리 오마주가 집에 들어왔을 때 한동안 거실 쇼파에서 음악을 듣다가 나도 모르게 잠든 적이 비일비재했다. 그 만큼 그 소리에 푹 빠져 살았던 것이다. 그 외에도 탄노이의 캔터베리 15가 기억에 선명하고, 현재 소장하고 있는 소누스 파베르 익스트리마도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은 스피커이다.
앰프나 소스 기기를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계획적으로, 단계적으로’ 구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실 지금의 포컬 오디오사의 디바 유토피아 Be는 예정에 없었던 기기였지만, 동호인의 집에 갔다가 접하게 된 베릴륨 트위터의 소리에 반해 이렇게 들여놓게 되었다. 그 바람에 원래 계획이었던 아마티 오마주는 잠시 더 뒤로 보류하게 되었다. 사실 다음 후보도 B&W 802D를 예정하고 있다. 물론 최종적인 목표는 집을 더 큰 곳으로 이사하고, 스트라디바리 오마주로 가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피커 브랜드를 꼽으라면 단연 소누스 파베르이다. 장인 정신이 느껴지는 만듦새와 품격 높은 소리는 적어도 나에게는 여타 브랜드와 비교를 불허한다. 물론 서정적인 음악을 좋아하는 나의 개인적인 취향과 소누스 파베르의 소리성향이 잘 맞는 것 인지도 모른다.
스피커가 제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앰프 선택이 중요하다. 십만원대의 스피커일지라도 천만원대의 앰프가 울린다면, 나는 그 소리의 가치가 천만원대라고 믿는다. 그래서 앰프 선택에 무엇보다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익스트리마의 경우는 과르네리 오마쥬에 비해 남성적인 성향의 스피커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떠오른 앰프는 그리폰이었다. 어두운 뒷 배경과, 현의 질감 표현은 다른 앰프와 비교했을 때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역시나 매칭했을 때 내가 생각했던 만큼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익스트리마다운 소리랄까. 오디오의 재미는 여기에 있다. 나름의 매칭에 성공했을 때의 쾌감.

처음 오디오의 시작을 혼 스피커로 해서 그런지 혼 스피커에 대한 향수가 많이 남아 있다. 혼 스피커의 진가는 관악기 연주에서부터 나온다. 그 풍부한 관악의 질감은 들어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사실 처음의 JBL S3100, S2600을 다시 들여놓고 싶지만, 지금의 공간에서는 역시 무리였다. 익스클루지브의 싱글 우드혼이나 트윈 우드혼을 들이고 싶었지만 자금도 공간도 여의치 않아 눈여겨 본 것이 파이오니아사의 S-LH5a이다. 에지가 없는 리니어 파워 방식의 특이한 설계인데, 색소폰 연주에서는 단연 발군이다.
현재 S-LH5a에 그 전신이었던 S-LH5를 뒤집어 올려놓아, 가상동축방식으로 꾸며 놓았다. 이 시스템은 클리포드 브라운과 스캇 해밀튼을 좋아하는 나의 색소폰 음악 전용기이다. 다른 일반 스피커에서는 이런 관악 연주의 깊은 맛이 살아나지도 않고, 재미도 없다. 혼 스피커의 매력을 알려면 일단 들어봐야 한다. 듣기 전에는 제대로 체감할 수 없을 것이다.
아날로그 시스템은 침대방에 갖추고 있다. 사실 아직 아날로그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지금 시스템 이상의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 같고, 더 많은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막연한 불안감인지도 모르겠다. 처음 시작한 것은 명기로 꼽히고 있는 야마하 GT-2000 시리즈이다. 발매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신품가 이상, 때로는 그 배의 가격으로 거래될 만큼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모델이다. 대부분의 애호가들이 그렇듯이 나 역시 명기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도대체 어떤 소리를 내주기에 이렇게 명기 반열에 오른 것일까. 그 궁금증은 가급적이면 내 귀로 풀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구하기 힘든 모델들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시간이 꽤 걸렸지만 비교적 깨끗한 GT-2000L을 구할 수 있었다. 역시 명불허전, 명기는 명기였다.
아날로그이든 디지털이든 새로운 소스 기기를 들여 놓을 때는 굉장히 즐겁다. 그만큼 소스 기기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앞서 이야기했듯 소리에 대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일까. 어큐페이즈는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고마운 존재이다. 현재 어큐페이즈의 최상급 라인은 DP-800과 DC-801인데, 바로 이전의 플래그십 모델인 DP-100과 DC-101을 가지고 있다. 지금의 시스템에서 끝을 보여준 소스기기라면 단연 에소테릭의 P-0 트랜스포트이다. 지금껏 사용해 본 트랜스포트 중에서는 가히 독보적이라 할 만큼 뛰어난 해상력을 보여준다. 물론 그 자태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용이나 도도함에서도 아직 P-0만한 기기를 본 적이 없다. 이 모델은 P-0 베이스의 버전업 모델과 P-0s 베이스의 버전업 모델 등 총 6가지의 모델이 있는데,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최종 버전이자 P-0s 베이스의 버전업 모델인 P-0s VUK이다(P-0의 경우 베이스 모델부터 3차례에 걸쳐 업그레이드해 왔다. 그 경험도 큰 즐거움이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dCS의 엘가, 퍼셀과 꼭 매칭해보고 싶다.
내가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음반은 재즈이다. 그만큼 재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재즈에 빠지게 된 것은 아마 20대 중반부터인 것 같다. 처음에는 일명 컨템퍼러리라고 불리는 스무드 재즈로 출발했다. 귀에 익숙한 멜로디며, 푸근함과 그루브함까지 참으로 좋았다. 밥 제임스나 글로버 주니어 워싱턴, 얼 클루의 연주를 많이 접했다. 물론 당시에는 이런 음반들이 귀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재즈는 어렵다고 한다. 물론 재즈는 가볍게 접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메인스트림, 특히 프리재즈나 아방가르드 같은 장르에서부터 출발하면 말이다. 시작은 스무드 재즈를 권하고 싶다. 스무드 재즈의 리듬에 익숙해지면 틀에 짜여지지 않은 즉흥 연주, 메인스트림이나 스윙, 쿨, 프리재즈가 자연스럽게 더 좋아지게 된다.

재즈와 어울리는 스피커를 꼽으라면 초기형 보스 스피커들을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보스 301, 501, 601을 좋아한다. 재즈는 빈티지 스피커와 매칭해도 꽤 멋진 소리가 난다. 마치 60, 70년대 펍 레스토랑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마치 옛날 녹음을 LP로 들었을 때의 자연스러움이랄까. 특히 501 시리즈의 경우는 허스키한 사운드의 매력으로 예스러운 분위기를 잘 살려주는 탓에 아직도 고이 소장중이다.
주위에 오디오에 실패하는 사람들을 가끔 볼 수 있다. 첫째 경제적으로 과하게 오디오 기기들을 사들이는 사람들이다. 이런 분들 대부분은 기기들을 다시 처분하면서, 오디오에 대한 열정까지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여유 돈으로 조금씩 맞춰가는 재미도 오디오의 큰 재미이다. 절대 서둘거나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자신의 귀는 믿지 않고 남의 말만 듣는 경우이다. 여러 가지 시스템을 매칭하면서 소리 성향을 직접 파악하는 것은 참으로 번거로운 일이다. 하지만 직접 이런 과정을 거쳐야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그것이 오디오를 하는 참맛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동호인들의 집에 방문하여 여러 기기들의 소리를 하나 둘 알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숍에서 듣는 소리와 자신의 집에서 듣는 소리는 꽤 많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자신의 청취 환경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에게도 물론 오디오의 최종 목표가 있다. 방마다 혼 시스템, 빈티지 시스템, 아날로그 시스템을 갖추어 놓고 싶다. 레퍼런스 시스템으로는 소누스 파베르의 스트라디바리 오마주 스피커, 현재 운용 중인 에소테릭 트랜스포트와 dCS 엘가와 퍼셀 조합에 그리폰의 안틸레온 시그너처 모노블록과 미라지 프리앰프를 갖추고 싶다. 그러면 단지 바라보고만 있어도 미소가 절로 나올 것 같다. 물론 조금 무리한다면 당장이라도 그렇게 구성할 수도 있겠지만 별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갖추어 버리면, 그 과정 속에서 스쳐 지나가거나 만나게 될 기기에 대한 인연, 사람에 대한 인연을 놓치면서 진정한 오디오를 하는 재미를 잃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사용하는 시스템
스피커 소누스 파베르 익스트리마, JM 랩 포컬 디바 유토피아 Be, 윌슨 베네시 디스커버리, 파이오니아 S-LH5(A), B&W 노틸러스 805, ATC AST
프리앰프 그리폰 소나타 알레그로, 어큐페이즈 C-290V  
파워 앰프 그리폰 안틸레온, 어큐페이즈 P-7000/P-1000  
인티앰프 어큐페이즈 E-550, E-407   CD 플레이어 어큐페이즈 DCB-3500RG
CD 트랜스포트 어큐페이즈 DP-100(SACD), 에소테릭 P-0S VUK, 와디아 WT-3200
D/A 컨버터 어큐페이즈 DC-101   턴테이블 야마하 GT-2000L   카트리지 데논 DL-103R
포노EQ 어큐페이즈 AD-290V   튜너 어큐페이즈 T-109
스피커 케이블 와이어 월드 이클립스 3, 와이어 월드 폴라리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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