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영혼을 울릴 수 있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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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영혼을 울릴 수 있는 음악
  • 월간오디오
  • 승인 2008.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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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김정규 씨

오디오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음악을 듣고, 즐길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 오디오 시스템은 단순히 돈에 의해서 분류하는 것이 아니며 비록 수천만원짜리 시스템이 아닐지라도 음악을 들으며 깊은 영혼을 울릴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하이엔드라고 생각한다.

내가 처음 오디오를 시작했을 때를 떠올리면 늘 97년 IMF 위기 가 생각난다. 그해 늦은 여름 난 누나 집에서 분가를 해 나만의 조그마한 옥탑방이 생겼다. ‘나만의 공간이 생기면 멋지게 음악이 흘러나오는 기기를 들여놓을 거야’ 라며 늘 품고 있었던 생각을 드디어 실행에 옮기려고 50만원을 들고 전자 제품 매장에 발을 들여 놓았다. 너무나 기기가 다양하고 많아서 한 번 훑어보고는 카탈로그만 가져와서 매일 이것을 살까 저것으로 살까 고민했다. 마침 내가 근무하던 직장에 오디오에 밝은 형님이 한 분 계신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고, 곧장 달려가 그 휘황찬란한 컴포넌트 오디오 카탈로그(삼성, 소니, 산요, 파나소닉, 샤프 등)를 내미니 아예 쳐다볼 생각도 안하며 음악 소리를 좋게 들으려면 스피커 따로 앰프 따로 CD 플레이어 따로 구입해서 세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소리를 좋게 듣고 싶냐’라고 묻는 말에 ‘당연하죠!’라는 나의 대답으로 나의 오디오 인생이 시작되었다. 그날 그 형님은 근처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달려가서 본인이 사용하고 있는 셀레스천 5에 장덕수 DS140 앰프, 그리고 인켈 CD 플레이어를 들고 와 소리를 들려주었는데 그 소리는 충격이었다. 아직도 그날 들었던 선명하고 탄력적인 저역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다음날 나는 당장 세운상가로 갔고, 그 형님의 시스템을 그대로 옮겨 전날 밤의 감동을 다시 재현했다.

그 당시 난 클래식이나 재즈를 몰랐고 가요나 듣기 편한 크로스오버 음악을 주로 들으며 즐거워했다. 그런데 2달만에 내 시스템은 하베스 콤팩트 7 골드 로열과 장덕수 디스커버리 JMA5 모노블록 파워 앰프, 그리고 필립스 950 CD 플레이어, 오디오 알케미 2.0 D/A 컨버터로 업그레이드하게 되었다. 셀레스천 5로 듣다 하베스 콤팩트 7로 듣는 순간 그 감동은 처음보다 훨씬 더 컸다. 그러나 50만원대 시스템에서 400만원대 시스템으로 갈아타려니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누군가가 조금씩 업그레이드할 바에는 처음에는 부담이 되지만 그래도 한 번에 올라가는 것이 돈과 시간을 버는 지름길이라고 했기 때문). 그때 IMF가 터졌고, 잘 다니던 직장이 부도가 나서 잠시 백수가 되었다. 그때 카드 값을 힘겹게 갚았던 기억은 지금도 난다. 물론 곧 취직은 되었지만….
그 뒤로 나는 매년 열리는 오디오 쇼에도 참가했다. 그 오디오 쇼를 통해 엄청난 시스템을 보고, 듣게 되었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내 시스템을 10년 동안 버틸 수 있었다. 그렇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단 하나의 마음가짐 때문이었다. 그 당시에는 비록 저런 소리는 아직 나지는 않지만 ‘공간이 바뀌고 룸 튜닝만 잘 된다면 내 시스템도 기천만원짜리 소리가 난다’는 마음가짐을 품고 있었고, 덕분에 이사를 할 때마다 가장 먼저 방의 크기를 보았다. 한 평이라도 더 넓은 곳을 찾으려고 겨울에 눈이 무릎까지 쌓였을 때에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부동산을 뒤지고 다니다 심한 몸살감기에 걸린 적도 있었다(다행히 그날 15평짜리 원룸을 구하고야 말았다).
나는 클래식을 듣는 사람이 제일 재미없는 사람으로 여겼다. 어떻게 저렇게 재미없는 음악을 장장 몇 시간씩 한 자리에 앉아 듣고 있는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새 그런 사람이 내가 될 줄이야. 셀레스천에서 하베스로 바뀌게 되니 해상력과 질감, 아니 전체적인 소리의 질이 매우 좋아져서 매일 가요나 듣던 나에게 어떤 다른 소리의 궁금증을 유발하기 시작했다. ‘이 음반의 악기는 하베스로 들었을 때 어떤 소리가 나올까?’, ‘이 음반의 바이올린, 첼로, 콘트라베이스는…’ 이렇게 소리의 호기심으로 흘러 들어갔고, 자연스럽게 클래식으로 이어졌다. 내가 가장 싫어했던 클래식을 듣는 사람. 정말 재미없고, 한심한 사람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한동안 바이올린 소리에 미쳐서 까르미뇰라가 연주한 비발디 사계 중 겨울 1악장을 2년 동안 매일 출근 전 듣고 다녔고, 용산 신나라와 압구정 신나라에서 파가니니의 음반을 싹쓸이한 적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10여년 전에 있었던 에피소드 한 가지가 생각난다. 당시 헬스 트레이너로 근무하던 난 몸에 83kg의 우람한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한 회원이 ‘코치님은 무슨 음악을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했고, 난 ‘아! 저요.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제일 좋아해요!’ 라고 대답하니 굉장히 의아해 하면서 ‘HOT가 아니고요?’ 라며 민소매를 입은 나를 다시 한 번 쳐다보며 클래식과 도저히 매칭이 안 되는지 계속 웃음을 터트렸다. 그럴 만도 하다. 내가 봐도 도저히 안 어울렸다.
아무튼 난 10년 동안 서브시스템도 없이 오로지 하베스만 들었다. 그러나 작년부터는 다른 마니아 분들이 10여년 동안 할 ‘바꿈질(너무나도 원초적인 단어지만 그만큼 내겐 열정 그 자체다)’을 나는 단기간에 걸쳐 과감하게 하고 있다. 나는 항상 ‘바꿈질’을 할 땐 먼저 팔지 않는다. 먼저 대상 품목을 구입하고, 기존의 것과 비교를 해보고 난 뒤 어떤 점이 더 나은지 테스트해 보고 바꿀 명분이 서면 그때에서야 판매를 하거나 그냥 가지고 있는다. 그래서 한동안 스피커만 6~7조가 되었던 적도 있었다.

난 하베스를 좋아한다. 그래서 10년이란 세월동안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다른 소리도 들어보고 싶어 북셀프 중 명성이 자자한 프로악 1SC를 들였는데 소편성이 아닌 대편성곡인 투티 오케스트라 샘플러 음반의 12번 트랙 부르크너 교향곡 9번 스케르초를 그렇게 살벌하게 울려줄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었다. ‘야! 명불허전이구나!’ 감탄하면서 옆 동료와 고개를 끄덕거린 적도 있었다. 그 뒤 디자인이 예쁜 B&W 805S에 눈길이 꽂혀 들여 놨다. 하베스 콤팩트 7 골드 로열과 비교를 해 보니 확실히 한수 위의 소리를 들려주었다. 그렇게 해서 10년 동안 정들었던 하베스를 떠나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한동안 프로악 1SC와 B&W 805S를 네임 네이트 5i와 CD5로 듣다가 공간을 더욱 확장시켜 B&W의 더 상급기인 803D와 파란 불빛이 매력적인 매킨토시 C46 프리앰프와 MC402  파워 앰프로 바꿔 정말 진하게 클래식을 들었다. 그리고 국산 앰프의 수작인 오퍼스 프리, 파워 앰프 세트도 들어왔다.
나에겐 유일하게 오디오하는 친구 녀석이 있는데 그 친구 녀석은 다인오디오 25주년만 외치고 다녔다. 대체 다인오디오의 소리가 어떤 소리이기에 저렇게 외치고 다니는지 궁금해졌고, 결국 다인 25주년을 구입해서 들어보게 되었다. 다인오디오의 진한 에소타 소리와 깊고 단단한 저역에 매료되어 컨피던스 C2를 거쳐 지금의 컨피던스 C4로 정착을 하게 되었다. 다인오디오 컨피던스 C2는 매킨토시 C46 프리앰프와 MC402 파워 앰프보다는 오퍼스 프리·파워 앰프가 더 구동력이 좋게 느껴져 한동안 C2에 오퍼스 세트를 물려 재즈, 보컬, 팝, 록을 들었다. B&W 803D에는 매킨토시 C46과 MC402로 클래식을 들었다. 한동안은 또 2개의 시스템을 동시에 켜서 들은 적도 있다. 다인의 저역과 B&W의 선명한 고역이 잘 어우러져 나름대로 베스트 매칭이라 생각하며 잘 들었었다. 또한 얼마 전까지 즐겨 들었던 하베스의 소리를 잊지 못해 최근에 하베스 슈퍼 HL5를 서브로 들여놓았다. 다인오디오의 소리와 정반대인 풍성하면서 탄력적인 저역과 아주 예쁜 고역의 소리가 너무 좋았다. 영화를 볼 때는 리어로도 사용하면서 1석2조를 꾀했다. 물론 옮길 때에는 엄청 힘이 드는 단점도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케이블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다인오디오 컨피던스 C4를 들이면서 알게 된 동생에게서 케이블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되었고, 이제는 그 중요성을 깨달아 케이블은 현재의 시스템에서 당당히 한몫을 하고 있다. 또한 그 동생은 나로 인해 룸 튜닝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지금도 룸 튜닝에 여념이 없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의 특징은 중고역이 매우 감미롭고, 윤기 있으며 밀도감이 있고, 아주 탄탄한 소리를 내주고 있어 아주 만족스럽게 즐기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젊어서인지 컨피던스 C4를 작살내듯 대편성곡을 깜짝 놀랄 정도로 구동해 주었던 캐나다의 하이엔드 업체인 심오디오의 앰프를 계속 염두에 두고 있다. 심오디오의 앰프와 컨피던스 C4를 연결했을 때 쏟아지던 그 소리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 소리는 나에게 오디오적 쾌감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주었다. 지금도 그때 들었던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이 귓가에 맴돈다.
내가 오디오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음악을 듣고, 즐길 시간을 갖는 것이다. 아무리 억대의 시스템을 꾸며 놓아도 즐길 시간이 없다면 무엇 하겠는가.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음반들을 많이 듣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비교 테스트 한답시고 매일매일 똑같은 곡만 듣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지’라는 회의가 든 적이 있었다. 그 뒤로는 소리가 아닌 음악을 들으려고 애쓰고 있다. 전에는 기악 쪽을 좋아했었는데 얼마 전부터는 구수하고 애절한 사람 목소리가 들어간 보컬이 좋아졌고, 재즈의 진한 색소폰 소리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내가 깨달은 것은 오디오 시스템은 단순히 돈에 의해서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비록 수천만원짜리 시스템이 아닐지라도 음악을 들으며 나의 깊은 영혼을 울릴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하이엔드라고 생각한다. 

▶▶ 사용하는 시스템
스피커 다인오디오 컨피던스 C4, 하베스 슈퍼 HL5   프리앰프 BAT VK-51SE
파워 앰프 마크 레빈슨 No.336L   SACD 플레이어 에소테릭 X-01 LE   CD 플레이어 마란츠 CD-67SE
전원장치 PS오디오 파워플랜트 프리미어, EGA 아마티 153
인터커넥터 케이블 너바나 S-X, 아크로링크 7N, 오디오플러스 DVD 5.1
스피커 케이블 쌍투스, 타라랩스 힐릭스8
전원 케이블 아크로링크 6N P4030, 반 덴 헐 메인스트림 하이브리드, DH 랩스 파워 플러스, 상투스 F1
액세서리 RPG 코리아, 소닉스랩 방진매트, 어쿠스틱 레인지 로사
센터 스피커 다인오디오 컨피던스 센터   서브우퍼 다인오디오 컨투어 시어터
AV 리시버 데논 AVR-4308   블루레이 플레이어 소니 BDP-S350   프로젝터 소니 VPL-VW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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