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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우진
  • 승인 2014.12.01 00:00
  • 2014년 12월호 (509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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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악기인 목소리가 만들어 내는 오디오의 묘미

막 원고를 마무리하려는데 호세 카레라스의 공연이 취소됨이 뉴스를 통해 나왔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부득이하게 취소를 한다고 한다. 흔히 사람 목소리가 최고의 악기라고들 한다. 그렇게 보면 현존하는 손꼽히는 명기 하나가 우리나라에 와서 고장이 난 셈이다. 나도 요즘 목이 칼칼하긴 하다. 이런 최고의 악기가 만드는, 이번에 새로 나온 오디오가이의 신보들 역시 이런 사람의 목소리로 만들어 내는 앨범이다.
우선 써니 킴과 벤 몬더의 음반이다. 재즈 보컬과 기타의 구성, 거기에 써니 킴이 만들어 내는 디지털 이펙트를 넣어서, 작년에 삼성동 올림푸스 홀에서 연 공연을 일 년여의 작업 끝에 음반으로 만들어 냈다. 마지막에 박수 소리만 없다면 라이브라 느끼지 못할 정도로 깔끔하다. 요즘은 라이브나 스튜디오나 신경 쓰지 않으면 구별해 내기가 어려운 것 같다. 이 앨범 곡의 분위기는 작년 라이브의 제목 ‘낯선 그리고 친숙한’이란 말이, 앨범 제목인 ‘The Shining Sea’보다 곡의 분위기를 잘 설명해 준다. 곡의 구성은 무척이나 친숙한 곡들이지만, 들려주는 음악은 매우 낯설다. 때로는 갈라지는 목소리가 그대로 담겨져 있고, 라이브 녹음의 리얼함이 더해지면서 신음과 비명 사이의 소름 끼치는 스캣이 이어진다. 가사를 전달하기 위한 노래가 아니라 분위기를 전하기 위한 목소리이다. 스산한 분위기의 곡 등을 듣고 있자니 방안에서 대체 무엇을 듣는 거냐고 나와 본다. 써니 킴은 그렇게 리얼하게 자기의 목소리를 연주를 한다. 실험 정신이 강한 목소리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독특한 음반이다.
본지를 통해 자주 소개된 카펠라 무지카 서울의 신보 역시 나왔다. 반주 하나 없이 목소리만으로 만들어 내는 이런 성가곡은 나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장르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오디오 마니아 중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그냥 듣기는 종교적 공감대가 없으면 지루한 노래지만, 좋은 오디오가 만들어 내는 이런 성가곡의 미묘한 공간감은 마니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오디오가이의 성가곡은 스튜디오보다 성당과 교회 등에서 많이 녹음되었는데, 이번에는 아라아트센터 전시관에서 녹음되었다. 재즈 팬에게는 ECM 전시로 기억되는 곳, 높은 천장을 통한 울림과 에코가 녹음에 실려 있다. 안정적인 목소리의 잔잔한 성가곡이 경건하게 울린다. 개인적 견해로는 너무 에코가 많아 세밀하게 목소리 하나하나 잡아내는 분석적인 오디오 마니아에게는 약간 아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녹음실에서 만들어 낸 기계적 에코가 아닌 공간이 만드는 이런 효과는 다른 묘미를 들려준다.
항상 도전적인 장르를 좋은 녹음으로 들려주는 오디오가이의 새로운 음반은 사람의 목소리의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마니아의 좋은 테스트 음반이 될 듯하다.

써니 킴 & 벤 몬더
<The Shining Sea - Live At The Olympus Hall>
써니 킴(보컬, 꽹과리 외)
벤 몬더(기타)
AGPHCD001
연주 ★★★
녹음 ★★★★

카펠라 무지카 서울
<Ambrosian Chant : O Sacrum Convivium>
이강민(지휘)
카펠라 무지카 서울
AGCD0059
연주 ★★★★☆
녹음 ★★★☆

509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4년 12월호 - 5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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