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클래스에서 즐기는 니어필드 리스닝의 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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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클래스에서 즐기는 니어필드 리스닝의 쾌락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09.12.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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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심재홍 씨

리스닝 룸의 문을 열고 들어가 의자에 앉는 순간 주위의 공기감이 변했다. 작지만 모든 것이 완벽하게 제공되는 공간. 모든 기기의 조작이 통합 리모컨으로 요약되고, 심지어 조명까지도 철저하게 통제되어 있다. 문득 나는 세계 최고급 항공기의 퍼스트 클래스가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봤다. 물론 이렇게 하이 퀄러티의 하이파이 및 AV가 제공되는 좌석은 없다. 하지만 분위기는 그런 고급스럽고, 릴렉스한 느낌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하긴 여기는 16층, 창밖을 보면 허공에 붕 떠 있는 듯하다. 잠깐 PDP로 영화를 보는 사이, 스튜어디스를 불러 와인 한 잔 주문하려는 생각까지 들었으니까.
그렇다. 이번에 소개하는 심재홍 원장댁의 리스닝 룸은 최고급 퍼스트 클래스가 부럽지 않은 환경이다. 그리고 이렇게 컴팩트하게 정리된 점이 오히려 더 음악과 영화에 몰두하게 한다는 면에서 특별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사실 우리 주변의 많은 애호가들이 작은 공간에서 고군분투한다는 점에서, 이 분이 가진 노하우와 노력은 교훈적이기까지 하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여기까지 도달하게 된 이력을 추적해보자.

Q.최초의 음악 체험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A.제 경우, 어릴 적부터 교회에 다녔으므로, 아무래도 이쪽 종교 음악이 첫 체험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한때 성가대 활동까지 할 정도였으니까 아무래도 성가 쪽이 강하게 뇌리에 남아있죠. 또 피아노에 대한 기억도 뚜렷합니다. 당시 제가 다니던 교회에는 파이프 오르간도 있었으므로, 그 소리도 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

Q.그 이후에도 쭉 음악을 들었습니까?
A.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뭐 남들처럼 팝이나 가요 등은 가끔씩 귀에 들리는 대로 들었지만, 뭘 꼭 찾아야겠다, 라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나중에 종합병원의 레지던트 시절, 우연히 오페라 공연을 보게 되면서부터 심각하게 찾아 듣게 되었죠.

Q.오페라를 보게 된 계기가 있다면?
A.선배 의사 한 분이 지독한 오페라 광이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클래식과 대중음악 정도만 알았는데, 이 분의 추천으로 점차 빠져들게 되었죠. 언젠가 오페라 갈라 콘서트에 갔다가 <리골레토>에서 나오는 음악을 듣고는 그만 전율하고 말았습니다. 그 다음부터 한참 동안 오페라를 찾아 듣게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선배가 이런 음악을 듣는 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그가 추천을 해도 그냥 한 귀로 흘려듣고 말았죠. 그런 어느 날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 좋다, 일단 열 작품 정도만 들어보자 라고 마음을 고쳐먹고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다섯 번째인가 여섯 번째에 <카르멘>을 만났습니다. 완전히 녹 아웃되고 말았죠. 그래서 계속 듣게 된 것입니다.

Q.오디오에 대해 여쭤보죠. 첫 충격은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A.저는 남들처럼 어릴 때부터 음악을 듣고, 오디오를 만진 사람은 아닙니다. 음악처럼 오디오 역시 성인이 된 다음에 알게 되었습니다. 1997년인가요? 제가 군의관을 하던 무렵, 여기에 군목으로 오신 분과 친하게 되었습니다. 그 분이 바로 오디오 애호가였습니다. 저는 인켈의 포터블 시스템으로 가볍게 음악을 듣는 상황이었는데, 이 분의 사무실에 놓여 있는 시스템을 듣고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당시 스피커는 탄노이의 작은 북셀프에 인켈에서 나온 300W짜리 파워 앰프, 그룬디히의 프리앰프, 마란츠의 CD 플레이어 정도의 라인업이었지만, 여기서 나오는 소리는 난생 처음 듣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어수룩해서, 모든 오디오가 이 정도 소리를 내주는 줄 알고, 그 방에서 들었던 컨템포러리 재즈 쪽 음반을 빌려다 집에서 걸었더니 어림도 없더군요. 오디오 하면 다 똑같은 소리를 내주는 줄 알았다가 한 방 제대로 먹은 것이죠.

Q.그럼 이때 본격적으로 오디오에 입문한 것입니까?
A.그렇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 분은 오디오에 상당한 조예가 있었다고 봅니다. 이미 그 시절에 케이블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절 데리고 광주에 있는 M 오디오라는 숍에 데려가서 구입을 도왔습니다. 다행히 운이 좋아 장덕수 인티앰프에다가 그 분이 준 CD 플레이어를 연결하고, 번들 형식으로 나온 스피커를 걸어보니, 이전 기기와는 딴판의 소리가 나왔습니다. 대단히 만족하며 들었는데, 이후 스피커가 문제가 되어 크리스에서 나온 스피커를 들이게 되었습니다. 참 여러 종을 교체해가며 크리스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했던 기억이 납니다.

Q.본격적으로 오디오 애호가로 빠져들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가요?
A.군의관 생활을 끝내고 레지던트가 되면서, 점차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2002년경으로 기억하는데, 당시 PMC에서 나온 작은 북셀프 스피커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었습니다. 바로 TB1이라는 제품이죠. 여기에 럭스만의 인티앰프를 물려 들으며 점차 소리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PMC는 LB1으로 업그레이드했고, 럭스만도 인티에서 분리형으로 발전시켰습니다. 물론 CD 플레이어도 럭스만이었죠.

Q.당시의 소리를 회상하면 어떤 느낌입니까?
A.럭스만으로 말하면, 좀 두툼하면서 부드럽다고 할까요? 나름대로 매력이 있는 소리였다고 생각합니다. 당시에는 내공이 부족해 제 소리를 못 만들었는데, 지금 다시 들인다고 하면 자신이 있습니다.

Q.특히 뭐가 문제였습니까?
A.저역의 컨트롤입니다. 어딘지 풀어지고, 산만한 저역이 늘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러다 보체 디비나에서 나온 소프라노를 들이면서 오디오에 대해 눈이 확 뜨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Q.어떤 점이 그런 충격을 주었습니까?
A.이전까지 저는 오디오 소리 따로, 실제 소리 따로,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스피커의 압도적인 해상력과 무대 연출 능력을 접하고 나서는, 이제 오디오와 실제 소리도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아, 그렇군요. 충분히 그런 마음 이해합니다. 그 이후, 다시 스피커를 교체하셨죠?
A.보체 디비나를 좋아하긴 했지만, 저역에 대한 갈망은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단, 저는 예나 지금이나 리스닝 룸이 작기 때문에 무조건 커다란 스피커를 들일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므로 스피커 선택에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죠. 그러다 2003년에 H클럽을 방문하면서 카르마를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2웨이임에도 불구하고, 저역이 참 좋았습니다. 뭐라고 할까, 이전까지는 양감으로의 저역을 알았다면, 여기서부터는 양질의 저역이 뭔지 알게 되었다고 할까요?

Q. 저역의 퀄러티라? 어떤 의미인지 설명해주시죠.
A.그전까지 들었던 저역은 별로 모아지지 않았습니다. 산만하고, 퍼진데다가 부밍마저 있었죠. 하지만 여기서 나오는 저역은 달랐습니다. 예를 들어 드럼의 킥 드럼을 봅시다. 빵 쳤을 때의 임팩트가 정확하고 또 스피디합니다. 빠른 비트의 소리도 일체 엉킴이 없죠. 저는 소리에서 왜 스피드가 중요한지 이 스피커로 납득하게 되었습니다. 알차게 모이면서도 빠른 반응을 보이는 저역을 제대로 만나게 된 것이죠.

Q. 이때 매칭한 앰프는 뭡니까?
A.럭스만을 쓰다가 BAT로 차근차근 교체했습니다. VK-51SE 프리앰프에 VK-75SE 파워 앰프, VK-D5SE CD 플레이어 등의 라인업이었죠. 해상력이나 음색 모두 마음에 들었지만, 중역의 밀도감은 약간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많은 자료를 검색하다가 당시 테너에서 나온 75WP가 잘 맞는다는 정보를 얻어서 결국 오디오곤 사이트를 통해 동남아에서 사들였습니다. 과연 매칭해보니 중역이 두툼하면서 살집이 좋은 음이 나오더군요. 리듬감도 뛰어나고요. 상당히 만족했습니다.

Q. 그러다 린데만 SACD 플레이어를 만나게 되었군요.
A.맞습니다. 이 제품을 들이면서 가장 놀란 것은, 그간 수많은 고행을 안겨줬던 저역이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는 점입니다. 참 오디오라는 것이 심오하다고 생각한 것은, 이제 소스가 구동력을 갖고 저역을 컨트롤한다는 사실입니다. 대개는 파워 앰프 갖고 해결하려고 하는데, 이런 식으로도 가능하구나 깜짝 놀랐습니다.

Q. 이후 앰프의 교체가 이어지는군요. 다질 세트를 들인 데에는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A.사실 H클럽에서 여러 차례 데모를 할 때 주의 깊게 들었습니다. 해상력·음색·외관 등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지만, 그래도 선택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어느 애호가 댁에 다질이 들어간다는 말을 듣고, 제품을 설치하러 갈 때 일부러 동행했습니다. 당시 그 분이 윌슨 오디오의 와트 퍼피 7인가를 쓰고 있었는데, 여기서 연결된 소리에 그만 녹 아웃되고 말았습니다. 특히, 김추자가 부른 ‘커피 한 잔’을 듣고 나서는,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Q. 그럼 프리·파워 앰프를 한 번에 교체했습니까?
A.사실 테너의 문제는, 제짝이 없다는 것입니다. 당시만 해도 프리앰프를 만들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일단 다질 프리만 들이자, 라는 심정으로 주문했는데, 함께 들어보라고 파워도 보내줬습니다. 물론 일종의 함정(?)이지만, 보기 좋게 당하고 말았죠(웃음).

Q. 다질 세트를 들이면서 좋게 생각한 점은 무엇인가요?
A.첫째, 포노 앰프의 퀄러티가 상당하다는 점입니다. 사실 포노 매칭이 제일 어렵지 않습니까? 헤드 앰프다, 승압 트랜스다, 파고들면 들수록 골머리를 썩이게 되어 있죠. 한데 이 프리는 워낙 포노가 뛰어나서 다른 욕심을 부릴 필요가 없습니다. 둘째는 소리가 완전히 정리된다는 점입니다. 저역의 제동도 뛰어나고, 고역의 나긋나긋함도 매력 있고, 아무튼 전체적으로 음악성이 향상되었죠. 세 번째는 제 소리 취향하고 잘 맞는다는 점입니다. 약간의 두께감을 가지면서도 전혀 느리거나, 붕 뜨는 법이 없습니다. 순발력·다이내믹스·밸런스·제동력 등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습니다.

Q. 오디오를 바꿀 때 주로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무엇입니까?
A.저는 성인이 되어 오디오를 시작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클래식보다는 이전에 들었던 팝이나 대중음악으로 확인하곤 합니다. 사실 클래식 피아노만 하더라도 연주자마다, 녹음 시기마다 소리가 다르고, 바이올린이며 오케스트라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뚜렷이 기준점으로 삼을 만한 부분이 모호한 것이죠. 그래서 예전부터 익히 들어온 음악을 듣고 판단하게 됩니다. 제 경우에는 우선 이문세 음반이 떠오릅니다. 목소리의 개성이나 톤, 두께감 등으로 어느 정도 파악이 됩니다. 이치현과 벗님들의 ‘다 가기 전에’라는 곡도 자주 듣습니다. 메탈리카도 빼놓지 않는데, 아무래도 다이내믹 특성을 판단하기에 좋다고 생각합니다.

Q. 이제 잠시 턴테이블에 대해 말해볼까요? 특별히 LP를 듣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A.CD 갖고는 도저히 원하는 소리가 나오지 않으니까요. 물론 린데만이 들어와서 CD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지만, 그 전에는 LP를 주력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VPI의 스카우트를 갖고 시작했다가, 무슨 이유에선지 한 번 접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CD에서 바라는 음이 나오지 않아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도전했죠. 그래서 지금 쓰고 있는 SME 20/2를 도입하게 되었는데, 여기서 상당한 만족감을 얻었습니다. 또 CD와 LP 두 개의 소스를 운용하다 보니까, 서로 경쟁 관계에 놓인 점도 각자의 소리의 퀄러티를 높이게 하는 요인이 됩니다. CD를 더 LP쪽에 가깝게 튜닝한다거나, LP의 경우 기본적으로 CD를 능가해야 하니까 더 세팅에 주의를 요하는 등, 이로 인해 얻는 효과가 상당합니다. 덕분에 케이블에도 많은 신경을 쓰게 되었죠.

Q. 이 기회에 오디오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A.우선 기기를 들이게 되면 오래 사용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기기든 자기 성능을 최대한 발휘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액세서리만 해도, 명칭만 액세서리지 이제는 하나의 오디오 컴포넌트 역할을 할 정도거든요. 전원 케이블이며 전원 장치며 룸 튜닝재며, 아무튼 이런 다양한 제품들을 사용해서 적극적으로 튜닝하다 보면 훨씬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기기의 성능을 끝까지 맛봐야 후회가 없다고 봅니다. 또 기기를 교체할 때 한꺼번에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하나씩 하나씩 바꿔가야 각 기기의 특성이나 가능성을 점검할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내가 가진 기기가 충분히 좋은 물건이다, 라는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열심히 소리를 만드니까요.

Q. 개인적으로 오디오를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저는 음악은 에너지다, 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음은 귀로 전달되지만, 또 몸으로도 전달됩니다. 아침에 좋은 음악 들으면 좋은 방향으로 몸을 터치해서 배설도 용이하게 만듭니다. 반대로 음악이 껄끄러운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소화도 제대로 안 되지 않습니까? 음악의 원천은 우리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느꼈던 심장 박동에서 기원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니 좋은 음악을 들으면, 기분도 전환되고, 몸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이죠. 사실 음악을 듣고 감동 받을 때엔 오디오 시스템에 큰 관계는 없다고 봅니다. 버스 안에서 우연히 듣거나, 길을 걷다가 전파사 같은 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멈춘다거나 아무튼 꼭 좋은 오디오만 갖고 감동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저는 오디오라는 것이, 바로 그런 느낌을 다시 받기 위해서 추구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또 제대로 시스템을 만들면 더 큰 감동을 맛볼 수 있죠. 예전에는 무조건 오페라, 오페라 했는데, 지금은 오디오 하면서 클래식뿐 아니라 재즈며 팝이며 다양하게 듣게 되었습니다. 그 점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오디오를 하면서 앞으로 욕심이 있다면?
A.예전에 제가 쓰던 리스닝 룸은 4×4.5(m)짜리 방이었습니다. 지금은 3×3(m) 정도의 크기입니다. 여기에 오디오며 AV며 디스플레이며 각종 장치를 모두 집어넣고 운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면, 저역은 파장이 크기 때문에 작은 공간에서는 느끼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더 리얼하게 느낄 수 있으므로, 그 한계를 더욱 극복하고 싶습니다. 예전에 일본의 모 잡지에서 ‘니어필드 리스닝의 쾌락’이라는 칼럼을 와다 히로미라는 분이 연재한 적 있습니다. 니어필드에 관한 한, 저는 그분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이 방에 초대해서 한 번 음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아무튼 많은 애호가들이 공간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일정하게 선을 긋는데, 저는 노력하면 얼마든지 더 좋은 소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이 작은 공간에서 이런 높은 퀄러티의 음을 들을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이를 때까지 그간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군요. 아무튼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A.감사합니다.

오디오계에서 심 원장님은 ‘용인 뱀장사’로 통한다. 그만큼 케이블이며 액세서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고, 그 효용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심지어 오디오 기기는 케이블을 꼽는 도구에 불과하다, 소리는 기기가 아니라 케이블에서 나오는 것이다, 라는 과격한 발언도 하지만,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리스닝 룸에 들어섰을 때, 정말이지 깜짝 놀랐다. 내가 PC를 놓고 작업하는 방 정도의 크기에 각종 오디오 시스템이며 AV 관련 기기들이 즐비할 뿐 아니라, 여러 대의 홈시어터용 스피커, PC, 전원 장치, 55인치 PDP 등, 무슨 상점의 진열대를 보는 것 같았다. 심지어 리어 백 스피커를 놓을 데가 없어서 옷장 안에 집어넣었다가 AV를 할 때만 문을 열고 듣는다고 하니, 한 마디로 악전고투인 셈이다.
하지만 첫 음을 들을 때 나는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다. 사실 영화관에 갈 때 나는 맨 앞자리에 앉는다. 남들은 눈이 어지럽고, 골치가 아프다고 말하지만, 내 경우엔 마치 영화 속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는데, 그게 너무나 좋다. 이 분의 시스템에서 나오는 음이 바로 그런 맥락에 있다고 보면 좋을 것이다.
물론 무대는 넓지 않다. 그러나 음 하나하나가 얼마나 리얼한지, 클로즈업으로 정교하게 촬영된 영상을 보는 듯했다. 말하자면 무대 맨 앞에 앉아, 목을 길게 빼고 아티스트의 손놀림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형상이라고 할까? 그러므로 대충 음을 들을 수 없다. 그렇기에는 긴장의 끈이 너무나 팽팽하다. 당연히 숨을 죽이고 아티스트의 주변에 맴도는 공기감과 기척을 세세하게 느끼면서, 손가락 움직임 하나하나, 목소리의 발성 테크닉의 디테일한 부분 모두를 현미경 보듯이 캐치할 수 있다. 그 쾌락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농익을 대로 무르익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자연스런 저역과 끝 모를 듯 피어오르는 고역이다. 대개 이런 룸이라면 2웨이 북셀프에서 만족하는데, 여기서는 제대로 풀 사이즈가 그려지면서도 절대로 공격적이지 않다. 디테일하면서도 정리가 잘 되어 있는 것이다.
시험 삼아 홈시어터도 시청했는데, <스미스 부부>의 블루레이판이었다. 여기서 두 사람이 집안에서 처절하게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 상당히 박진감 있게 다가왔다. 가만히 보니 디스플레이는 파이오니아의 구로. 여기서 구로는 일본어로 흑(黑)이라는 뜻이다. 항상 문제가 되는 흑의 표현력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마치 영화관에서 보는 듯 자연스런 질감이 배어나왔다. 그렇다. 여기에는 뭐 하나 대충 들인 물건이 없고, 일단 들어왔으면 제대로 대접을 받는다. 발조차 뻗을 수 없는 공간이지만, 구석구석 고가의 케이블들이 일사분란하게 배열되었고, 각종 액세서리도 빼곡하게 빈틈을 메우고 있었다. 한 마디로 일체의 허점을 발견할 수 없는 완벽주의의 극치였다. 과연 이 정도로 다듬고, 아껴주고, 사랑해야 좋은 음이 나오는구나 새삼 감탄하고 말았다.

▶▶ 사용하는 시스템
프론트 스피커 카르마 CRM-3.2-F   리어 스피커 B&W 시그너처 805, B&W CM1
센터 스피커 윌슨 오디오 와치 센터   서브우퍼 야마하 소아보 900SW, 벨로다인 DD-10
프리앰프 다질 NHB-18NS   파워 앰프 다질 NHB-108 모델 1   AV 리시버 야마하 DSP-Z11
SACD 플레이어 린데만 820   블루레이 플레이어 삼성 BD-P1400   턴테이블 SME 모델 20/2
톤암 그래험 2.2   카트리지 에어 타이트 PC-1, 트랜스피규레이션 오르페우스
인터커넥트 케이블 JPS 랩스 알루미나타, 아르젠토 마스터 레퍼런스
스피커 케이블 킴버 셀렉트 KS-3038
전원 케이블 JPS 랩스 알루미나타, 아르젠토 플로우 마스터 레퍼런스, 와이어월드 일렉트라 52
HDMI 케이블 와이어월드 실버 스타라이트 52   전원장치 슈냐타 리서치 히드라, RGPC
기타 액세서리 어쿠스틱 시스템 레조네이터, RPG 코리아 룸 튜닝 제품
PDP 파이오니아 PDP-5000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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