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uve 3
상태바
Accuve 3
  • 김남
  • 승인 2014.10.01 00:00
  • 2014년 10월호 (507호)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난생 처음 느껴 보는 소리의 본질

국내에서 한지를 사용해서 제작된 이 특수한 정전형 스피커는 한참 입소문을 타고 있다. 얼마 전 지인들과 환담을 나누던 자리에서 ‘그거 한지로 만들었으면 좀 위험하지 않습니까? 조금만 건드려도 상처가 날 수도 있고…’하는 그런 의문 때문에 창호지와 같은 문에 바르는 그런 한지가 아니라 두텁게 특수 제작을 해서 가죽보다도 더 질기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내구성으로 본다면 풀레인지의 페이퍼 유닛이 가장 허약하다. 오래된 JBL, 웨스트레이크의 유닛은 그야말로 벼룩이 튀어도 쩍 갈라져 버릴만큼 허약하다. 오디오 마니아 한 분은 오래된 알텍의 유닛을 이웃집 아이가 만져 보는 순간 갈라져 버려 소송까지 가는 사건도 있었다. 접착제로 때우면 될 것 아니냐고 핏대를 세우는 아이 부모를 도저히 설득시킬 수가 없어 소송을 제기한 것인데, 더 난감한 것은 담당 재판관도 50년 이상 된 고물 스피커가 무슨 가치가 있는지 생산자의 증빙서를 가져오라 한 것이다. 그 재판관은 스피커가 뭔지 빈티지도 뭔지 개념이 전혀 없었고, 결국 우여곡절 끝에 합의를 봤다고 한다.
아큐브의 한지 유닛을 보면 아마 조선왕조처럼 최소 500년은 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한지 구조 자체가 마치 철근 콘크리트와 비슷한 형태를 가졌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 첫 구입자에게는 100년 보증을 장담한다. 세계 스피커 사상 최초의 쾌거이다. 한 스피커 제조사에서는 자기네의 특수한 트위터 성능이 최소 20년은 가야 한다는 것을 작업 모토로 하고 있다. 그런 인터뷰 기사를 읽은 뒤 한때 그 스피커에 욕심을 느꼈지만 그 욕구를 잠재우고 말았다.

아큐브의 한지 유닛은 그야말로 완전 풀레인지이다. 기왕의 정전형 스피커도 모두 풀레인지 아니냐 하겠지만 그 정전형들은 평판 전체가 한 개의 진동판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4분할, 8분할 등으로 나뉘어 있어서 엄밀하게 따지자면 통합 밸런스가 맞을 수 없는 구조적 모순 속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면서도 그중 한 부분에서 트러블이 생겨도 전체를 교체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진동판이 허약한 것은 물론이고, 보고 있노라면 전자파가 대대적으로 방출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런 약점들이 아큐브의 제품들에게서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맑은 가을날, 절간 대웅전의 문짝 하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보고만 있어도 무슨 말씀이 들려 나올 것 같은 느낌.
본 시청기는 아큐브 5의 사이즈를 약간 줄인 것이다. 그래서 더 아담하고 거치에도 편리해졌다. 감도가 무척 낮아서 대출력 파워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유일한 흠이지만, 보컬을 듣고 현이나 솔로 악기를 들어 보면 그야말로 소름이 끼친다. 어떤 밀폐형보다도 투명하며 청명한 것은 기본이고, 소리의 군더더기를 완전히 깎아버린 채 진공 속을 날아가는 총알처럼 스피디하고, 소리의 본질만을 번개처럼 이동시키기 때문이다.
광주의 한 석조로 지어진 성당은 천정 높이가 25m나 되는데, 신부의 강론 시 소리가 울려 오랫동안 별의별 스피커를 교체해 가면서 고생을 해 왔다. 친지의 결혼식이 있어서 한 번 가 봤는데, 소리가 벙벙거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아큐브의 스피커로 테스트하는 순간 거짓말처럼 모든 하울링이 사라지고 말아 전면적으로 스피커 교체를 했다는 것은 뉴스로도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제작자는 오랫동안 정보통신업체에 근무하면서 정전형 스피커를 사용해 왔는데, 진동막 하나가 망가져서 그 부분만 고치려고 덤벼들었다가 그의 긴 도전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한 개를 갈아 봐야 생산 연도가 다른 탓으로 소리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이리저리 손을 봐 가면서 정전형 스피커의 장·단점을 속속들이 파헤치고만 것. 왜 진동판을 하나로 합치지 못하고 이렇게 유닛을 나누어야 할까 라는 의문은 하나의 커다란 진동판을 가진 제대로 된 정전형 스피커를 만들어 보자는 힘든 도전으로 이어지면서 한지라는 특이한 소재를 사용한 통판 패널 제작에 성공, 한·미·일에서 동시에 특허를 받아 냈다. 놀라운 성과이다.
이 제품은 PA, 홈시어터 분야에서 평가할 때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고의 입체감, 현장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 현장감이란 하늘에서 새가 날아가고 바닥으로 총알이 튀는 등의 사방 여러 군데 소리의 위치를 정확하게 잡아내는 것인데, 이 스피커를 AV용으로 사용하면 그 효과가 일목요연해진다.
이 스피커를 구입한 사람들은 대부분 조미료가 완전 빠져 버린 듯한 소리에 다소 당황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제작자는 당부하고 있다. ‘한 달쯤 소리를 익히세요. 그 다음에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100%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잘 맞는 앰프와의 매칭 시 음악을 듣고 나면 얼굴 여기저기에 음악으로 얻어맞은 듯한 상처가 얼룩져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난생 처음이다.

제조원 Accuve (050)2000-9119
가격 880만원  사용유닛 89×24cm 퓨어 풀레인지 ESL  재생주파수대역 45Hz-20kHz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83dB/2.83V/m  권장 앰프 출력 100-350W  크기(WH) 35.6×114.9cm

507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4년 10월호 - 507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