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프의 볼륨을 올리면 역시 대형의 재생 공간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의 풍부한 음이 쏟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가정에서의 사용을 고려한다면 고품위의 진공관 앰프와 연결하면 아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호의 시그너처에 이어서 또 다른 레거시 오디오의 제품이 등장. 처음 이 회사의 제품을 대면하였던 것이 위스퍼였기 때문에 이 회사는 초대형 시스템에서 아주 가뿐하게 소리를 만들어내는 재주를 갖고 있는 회사라는 인상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이후 일련의 리뷰를 통해서 이 회사의 제품들을 접해본 결과 이 회사의 제품에는 크기와 상관없이 큼직한 음악의 연주 공간을 재현하는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지난 호의 시그너처에서 얻었던 감동은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데, 새롭게 시청실에 놓인 제품을 보니 전작보다 훨씬 커진 대형의 기기인지라 듣기도 전에 벌써 머릿속에 웅장한 스케일의 음이 상상되는 것이었다.
포커스 SE는 6개의 유닛이 장착된 4웨이 스피커 시스템으로 최근에는 보기 드문 대형의 시스템이다. 많은 수의 유닛을 장착하여 하나의 유닛이 담당하는 주파수 대역의 범위를 좁혀 준다면 이론적으로는 가장 이상적인 평탄한 소리를 만들어 낼 수가 있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스피커 시스템의 능률이나 내부 저항, 그리고 소리의 방사 패턴 등의 상이점으로 인하여 완성된 사운드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이 있었다. 그래서 만들기도 어렵고 소리도 시원치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회사들은 하이엔드를 지향하는 시스템의 유닛의 숫자는 될 수 있는 대로 적게 유지하는 것이 추세처럼 되어왔다. 적은 크기의 음량으로 정교한 사운드를 재생하는 것에는 적은 수의 유닛을 장착한 제품이 강점을 가지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재생 공간의 크기가 커지고 이 공간을 일정 크기 이상의 음압으로 채워주기 위해서는 상당한 음의 에너지가 필요하게 되고, 이를 한 두 개의 유닛으로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기 마련인 것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다수의 유닛을 장착한 시스템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서 각각의 제품에서 만들어내는 음의 수준은 제조 회사마다 현격하게 달라진다. 포커스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많은 수의 유닛과 또한 이들의 유닛이 각기 다른 종류의 제품으로 이루어진 조합이라는 것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트위터는 리본형으로 되어 있는 데다가 슈퍼 트위터까지 첨부되어 재생 대역의 폭을 높은 주파수 대역 쪽으로 넓혀 놓았고, 중음을 담당하는 7인치 직경의 유닛은 그라파이트로 보강한 로하셀을 사용한 콘형 유닛으로 고음역의 트위터의 상·하로 배치시키어 가상 동축형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12인치 크기의 큼지막한 우퍼는 알루미늄 재질의 진동판을 갖는 콘형 스피커로 120Hz 이하의 음을 재생하도록 하고 있어 풍성한 음량의 저음을 전해줄 수 있도록 한다.
제품의 능률은 리본형 유닛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95.4dB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혼 드라이버를 장착한 전통의 미국제 스피커 시스템에서 맛볼 수 있는 고능률 스피커 시스템의 쾌감을 리본형 유닛이 장착된 제품에서 맛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높은 능률의 스피커 시스템이 갖는 장점의 하나는 저출력의 진공관 앰프에서부터 대출력의 솔리드스테이트 앰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앰프와 연결하여 음의 변화를 즐길 수가 있다는 것인데, 시청을 위하여서 준비된 앰프는 트라이곤의 모노로그와 다이얼로그 세트와 케인의 진공관 앰프였다.
처음의 연결은 트라이곤의 모노로그와 다이얼로그 세트. 모노블록의 대형 앰프인 모놀로그는 채널당 출력이 4Ω에서 650W나 되는 대출력 앰프이다. 레거시 포커스 SE의 임피던스가 4Ω이니까 이 앰프는 엄청난 파워를 스피커에 공급해 주고 있는 셈이다. 높은 능률을 가지고 있는 스피커 시스템이라도 사용자들은 대출력의 앰프와 연결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그 주된 이유 중의 하나는 저출력 앰프를 사용할 때 스피커에서 묻어나오는 노이즈가 귀에 거슬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출력의 앰프를 만난 레거시 포커스 SE는 초대형 스피커 시스템의 위용을 자랑하는 듯한 파워풀한 음을 내어주고 있다. 이 음의 균형감을 제대로 맛보기 위해서는 편집부의 시청실은 너무나도 좁다. 적어도 세 배 이상의 크기를 갖는 시청 공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이니 제품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이번에는 10% 정도만이 발휘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이다. 앰프의 볼륨을 아주 조금 올렸을 뿐인데도, 실내는 음악으로 가득 찬다. 저음역에서부터 고음역대에 이르기까지 광대역의 평탄한 재생의 능력이 실내 공간을 기분 좋은 상쾌함으로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음악의 균형도 뛰어나고 배경의 정숙함이 악기 간의 거리를 넓은 쪽으로 확대시켜주는 듯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다.
앰프를 채널당 출력이 50W 크기의 케인의 진공관 앰프로 바꾸고 나니 스피커의 음은 별안간 차분하게 바뀌어 있었다. 잘 정돈된 음의 전개가 높은 품격을 지닌 것처럼 느껴진다. 매우 절제되면서도 풍성한 음이 정확하게 연주 공간의 모습을 그려주고 있다. 앰프의 볼륨을 올리면 역시 대형의 재생 공간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의 풍부한 음이 쏟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가정에서의 사용을 고려한다면 고품위의 진공관 앰프와 연결하면 아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형의 스피커 시스템에서 쏟아져 나오는 고품위의 음은 오디오 재생의 쾌감을 아주 높은 수준으로 맛볼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오랜만에 만나게 되는 기분 좋은 음의 여유를 즐길 수 있었던 시스템이다.
수입원 SP-오디오 (070)7119-5287
가격 1,150만원 구성 4웨이 6스피커
사용유닛 서브우퍼(2) 30.4cm, 미드·우퍼(2) 17.7cm, 미드레인지 10.1cm AMT, 트위터 2.5cm AMT
재생주파수대역 18Hz-30kHz(±2dB) 크로스오버 주파수 120Hz, 2.8kHz, 8kHz 임피던스 4Ω
출력음압레벨 95.4dB/2.83V 권장 앰프 출력 10-500W 크기(WHD) 35.5×139.7×39cm
무게 80.2kg(Shipp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