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T JPA-66
상태바
EMT JPA-66
  • 최윤욱
  • 승인 2014.09.01 00:00
  • 2014년 9월호 (506호)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정한 아날로그 사운드의 진수를 들려준 화제의 제품

아날로그를 오래해서 스테레오 음반의 사운드는 어느 정도 들을 만큼 들었고, 모노 LP로 음악을 듣는데 재미를 붙인 모노의 참맛을 아는 마니아가 되어야 그 가치를 알 수 있는 포노 앰프다. 모노 사운드가 듣고 싶다면 이 포노 앰프 하나면 끝이다. 두말할 필요 없이!

리뷰를 하다보면 낯설고 생소한 제품을 만나기도 하고, 익숙한 브랜드의 신제품을 접하기도 한다. 생소한 제품은 기대도 있지만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이유 또한 있을 수 있어서 약간의 우려 속에 시청을 하기도 한다. 간혹 흙 속에서 진주를 만나듯 숨은 명기를 만날 때도 있지만, 우려가 현실이 되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그런데 가끔 정말 원하던 기기를 리뷰하는 때가 있다. 그것도 꼭 한 번 들어보았으면 하는 기기를 말이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리뷰 의뢰 전화를 받는데, 편집부가 어떤 기기라고 대충 설명을 한다. 워낙 관심을 두고 있던 기기라 두세 마디 듣고는 그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입사에서 배달 후 설치하고 설명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런 기기를 나보다 수입사 직원이 더 잘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수입사에서 기기를 배달을 해줄 때 보통은 아파트 경비실에 놓고 가면 퇴근길에 들러 내가 가져온다. 그런데 가격이 만만치 않기도 하지만, 워낙 관심이 있던 기기라 일부러 점심시간에 짬을 내서 집에 가서 내가 직접 수령을 했다. 덕분에 점심은 김밥으로 대충 때워야 했다.
박스는 생각보다 크고 무거웠는데, 큼지막한 전원부가 같이 들어 있어서였다. 본체도 무거웠지만 전원부는 크기에 비해 상당히 무거웠다. 일단 내부가 궁금해서 전원부를 열어보니 아이 머리만한 토로이달 트랜스와 커다란 콘덴서가 자리 잡고 있었다. 튼튼한 전원부가 소리의 기본이라는 점에 충실한 설계다. 본체와 전원부는 꽤 긴 케이블로 연결하게 되어 있는데, EMT답게 튼튼하고 정밀한 커넥터를 사용했다. 본체 전면은 프로 장비 같이 각종 노브가 질서정연하게 자리 잡고 있고, 중앙에 신호 입력을 표시하는 아날로그 미터 창이 자리한다.
본체 내부를 열자 ‘아!’ 하는 짧은 탄성이 나도 몰래 나왔다. 빼곡히 들어찬 부품이야 그렇다고 해도 부품의 배치나 레이아웃이 프로의 수준을 넘어 예술의 경지가 아닌가 싶은 느낌까지 들었다. 현란하면서도 일목요연하게 눈에 들어오는 구조를 하고 있다. 신호의 최단 거리를 위해서 입력단은 전부 릴레이를 통해서 입력단 바로 앞에서 작동하도록 했다. 포노 입력이 전부 4개인데, 각각의 입력단마다 게인과 로딩 임피던스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번 포노 입력은 EMT나 MCH-2 혹은 데논 103R 같은 저출력 중 임피던스 카트리지에서 신호를 바로 받을 수 있는 MC단이다. 2번 포노 입력은 SPU나 고에츠 같은 저출력에 저 임피던스 카트리지로부터 직접 신호를 받을 수 있는 MC단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1번 포노단에는 중 임피던스용 승압 트랜스가 포노 앰프에 내장되어 있고, 2번 포노단에는 저 임피던스용 승압 트랜스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3번과 4번 포노 입력은 MM단이다. 그런데 3번 포노 입력은 별도의 외부 MC 승압 트랜스를 거친 신호를 받게 되어 있고, 4번 포노 입력은 MM 카트리지에서 바로 신호를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 3번과 4번은 결과적으로 같은 MM단인데, 뭐가 다르기에 3번은 별도의 승압 트랜스를 거친 신호를 받게 하고, 4번은 MM 카트리지에서 바로 받게 한 것일까?
이유는 분명히 있다. 3번은 승압 트랜스에서 신호를 받는데 편리하도록 임피던스를 조절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렇게 하면 47KΩ이 아닌 다양한 임피던스로 바꿀 수가 있어서 다양한 승압 트랜스를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우든(Woden)이나 레슬로(Reslo), 로데 슈바르즈(Rohde & Schwarz)같이 2차 임피던스가 높은 승압 트랜스를 사용할 때 아주 유용하다. 80~100KΩ 정도에 맞춰서 사용하면 47KΩ에서는 맛볼 수 없는 고 임피던스 승압 트랜스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4번 포노 입력이 MM 카트리지 전용인 이유 또한 분명하다. MC 카트리지가 로딩 임피던스에 의해서 소리가 확확 변하듯이, MM 카트리지는 물려지는 캐퍼시턴스 값에 의해서 소리가 변한다. 그래서 4번 포노 입력은 다양하게 캐퍼시턴스 값을 조정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정리하자면 세상의 거의 모든 카트리지에 대해서 대응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게인과 카트리지의 특성에 부합하게 물리적 특성을 최적에 맞도록 갖춰주면서 말이다.
이 포노 앰프를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RIAA 이외의 다양한 포노 커브 조정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1962년 LP의 커브가 RIAA로 통일되기 전에는 레코드 회사마다 각기 다른 커브로 LP판을 제작해서 판매했다. 그래서 스테레오가 시작되기 이전의 40~50년대 모노 LP를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음반사마다 다른 커브를 제대로 맞추어서 들어야 본래 의도한 제대로 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간혹 명연주 명음반으로 알려진 음반을 걸어서 들어보고 대단히 실망하는 경우가 있는데, 커브를 제대로 맞춰주지 못해서 이상하게 들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다양한 커브를 맞춰서 듣는다고 모든 음반이 다 확 좋아지게 들리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모노 음반을 제대로 듣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래 음반 제작 시의 커브에 맞춰서 재생을 하고 평을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으로는 FM 어쿠스틱스의 포노 앰프가 모노 시절 회사마다 각기 다른 다양한 커브를 조정할 수 있는 것으로 사실상 유일하다. 최근에 신생 업체에서 제품화한 경우가 있긴 하지만 고음과 저음을 분리해서 커브를 맞추는 방식이 아니라 데카, 콜롬비아, CCIR 이런 식으로 모노 메이저 레이블 기준으로 저음과 고음을 고정해서 바꾸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렇게 저음과 고음을 고정한 방식으로는 모노 LP의 60% 정도만 대응이 가능하다. 고음과 저음을 분리해서 따로 따로 조정할 수 있어야 90% 이상의 모노 LP에 대응이 가능하다. 실제로 JPA-66은 거의 모든 모노 LP는 물론 SP반까지 제대로 커브를 맞춰 들을 수 있다.
이 포노 앰프는 포노 기능 외에 프리앰프 기능도 같이 갖추고 있다. 프리 기능이 있다고 하는 대부분의 DAC나 포노 앰프들이 볼륨하나 달아놓고 파워 직결이 가능하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JPA-66은 볼륨과 함께 진공관으로 증폭하는 제대로 된 프리앰프 부분을 갖추고 있다. 당연히 밸런스와 언밸런스로 라인 입력을 받을 수 있는 입력단도 두 개 갖추고 있다. 완전한 프리 기능을 갖춘 탓에 턴테이블이나 CDP 같은 소스기기와 이 포노 앰프 하나만 있으면 파워 앰프에 연결해서 스피커를 울릴 수 있다. 진정한 아날로그 오디오 시스템의 심장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생각보다 일찍 배달이 되어서 거의 보름 가까이 이 포노 앰프를 들어볼 수 있었다. 리뷰한다고 생각해서 귀를 쫑긋 세우고 듣기보다는 평소 듣던 음반을 차례차례 돌려 가면서 들었다. 자주 듣는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는 좀더 두툼하고 여운이 짙게 배인 목소리로 들렸다. 역시 김두수의 ‘시오리 길’도 울림이 진해지고 하모니카의 여운이 자연스럽게 울린다. 대편성은 어떨까 싶어서 카를로스 클라이버가 빈필을 지휘한 브람스 4번 교향곡(DG)를 걸었다. 디지털 레코딩 판이라 음의 강약 변화와 다이내믹스가 좋은 음반이다. 4번 4악장을 매끄럽고 윤기 있게 연주한다. 약간 스피드가 빠르지는 않다는 느낌이 들지만, 총주 시 현악기의 질감 표현은 아주 좋다. 무대의 크기를 아주 크고 광활하게 표현하고 그 안에 악기 위치를 핀 포인트로 위치시키는 스타일은 아니다. 악기 음색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면서 음악에 자연스럽게 빠져 들게 하는 매력이 뛰어난 스타일이다. 소리 자체의 쾌감보다는 음악 자체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슈나이더 한이 연주하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어보아도 독주 시 현의 매끄러움이나 질감 표현이 아주 좋다. 총주 시 다이내믹스나 스피드가 아주 빠르진 않지만, 음악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최신 하이엔드의 흐름인 빠른 스피드와 깔끔하다 못해 차가운 느낌의 음색의 사운드라기보다는 풍부한 악기의 음색을 자연스럽게 살리는 사운드다. 듣다보면 음악의 선율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된다. EMT라는 브랜드가 갖는 이미지 때문에 처음에 상당히 뼈대만 앙상하게 음악의 구조를 그대로 보여주는 그런 사운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실제 들어본 JPA-66의 사운드는 따뜻하고 풍성하며 적당히 두툼한 살집의 자연스러운 음색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커브 보정 기능을 확인하기 위해서 캄폴리가 연주하고 조지 말콤이 하프시코드로 반주한 헨델의 바이올린 소나타(Decca) 반을 걸었다. 처음에 RIAA로 듣다가 데카 커브를 표를 참조해서 맞춰주니 뭔가 허전한 듯하게 빈 곳이 비로소 채워져서 완전해진 느낌이 든다. 프란체스카티가 연주하고 유진 오먼디가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파가니니 콘체르토 1번(Columbia)을 걸었다. RIAA로 들을 때는 오케스트라 총주 시 저음이 퍼석하면서 빈약한 느낌이 든다. 커브를 맞춰서 들어보니 바이올린 소리도 좋아지지만 무엇보다 총주 시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생동감 있게 살아난다. 모노 LP가 아닌 스테레오 음반도 고음이 좀 쏜다는 느낌이 드는 DG 음반은 살짝 롤오프시켜서 듣기도 했다. 저음이 빈약하다 싶으면 좀더 올려 보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좀더 내가 원하는 사운드에 맞춰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재미가 있었다.

JPA-66이 지극히 현대적인 음상 위주의 싸늘한 사운드를 지향하지 않고, 음색을 중심으로 음악적인 사운드를 지향한 이유는 이 포노 앰프의 기능과 관련이 있다. 스테레오 음반도 훌륭하게 재생을 하지만 음악의 보고인 모노 LP를 제대로 재생하기 위해 다양한 커브에 대응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모노 사운드에 관심가지고 있고 그 사운드를 좋아하고 빠져 있는 마니아가 관심을 가질 만한 포노이기 때문이다. 이런 마니아가 어떤 사운드를 좋아할지를 생각하면 JPA-66 사운드가 어떨지는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JPA-66은 아날로그 소스, 즉 LP를 하면서 있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상황에 대응이 가능한 거의 유일무이한 포노 겸 프리앰프다. 사운드도 역시 모노 LP의 진하고 호소력 짙은 매력을 잘 나타내 줄 수 있는 스타일이다. 값이 만만치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디지털 소스를 주로 듣고 이제 막 LP를 시작한 사람에게 어울릴 포노 앰프는 아니다. 시장에서 성인을 상대로 힘(?)이 솟는 약을 파는 아저씨가 호기심에 몰려드는 아이들에게 ‘애들은 가라! 애들은 가!’라고 하듯이 LP 초보가 덤빌 기기는 아니다. 아날로그를 오래해서 스테레오 음반의 사운드는 어느 정도 들을 만큼 들었고, 모노 LP로 음악을 듣는데 재미를 붙인 모노의 참맛을 아는 마니아가 되어야 그 가치를 알 수 있는 포노 앰프다. 모노 사운드가 듣고 싶다면 이 포노 앰프 하나면 끝이다. 두말할 필요 없이.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가격 4,700만원  주파수 응답 10Hz-50kHz(±0.5dB)  게인 53dB(MM), 73dB(MC)  THD 0.02%

506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4년 9월호 - 506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