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애호가들은 이들을 일본의 장인 정신 투철한 앰프 제조사로 기억할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도 애호가 탐방을 다니며 이 브랜드를 몇 번 접한 적이 있는데, 투박한 외관에도 굉장히 미려한 사운드가 흘러나왔던 것으로 추억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때 생각했던 이들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최고의 헤드폰·이어폰 제조사로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40년의 역사를 넘어선, 일본의 제조사, 파이널 오디오 디자인의 헤드폰과 이어폰이 국내에 정식 수입되었다.
파이널 오디오 디자인의 제품이라면 역시 피아노 포르테 시리즈로 대표되는 고가의 레퍼런스 모델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최근의 헤븐, 아다지오, 그리고 판도라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들이 라인업화되어 국내에 소개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호프 6 헤드폰과 헤븐 6 이어폰으로 모두 시리즈 최상위 모델이다.
먼저 호프 6 헤드폰. 스테인리스 철제 이미지가 강조된 묵직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호프 4와는 하우징에서 차이를 보인다. 참고로 호프 4는 ABS로 마무리되었다. 첫 눈에도 고급스러움이 물씬 풍기고, 메탈 가공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이 여실히 보인다. 하우징 중간에 파이널이라고 새겨진 마크가, 이들의 자존심처럼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다.
무게는 확실히 제법 나가는 느낌. 거의 480g에 달하는 무게이니, 그 외관처럼 묵직함을 선사한다. 물론 착용감은 훌륭한 편으로, 이어 패드와 헤어 밴드가 최적으로 결합되어 오래 써도 귀를 자극하거나 압박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재미있게도 무려 BA와 다이내믹 유닛의 조합이다. 이어폰에서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터라 낯설지 않는데, 이 제품은 헤드폰이 아닌가. 50mm의 대구경 다이내믹 유닛 한 켠에 BA 유닛을 추가한 것이다. 오디오 스피커로 치면 우퍼 위에 트위터가 달려 있는 듯한 형상인데, 내부를 보면 더욱 흥미롭다. 참고로 이들은 BAM(Balancing Air Movement)을 대부분의 라인업에 적용하고 있는데, 하우징 내부의 공기를 최적화한다는 발상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쯤 되니 사운드는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헤드폰 앰프 조합 없이 소스와 직결하여 들어본다. 첫 음부터 굉장히 인상적. 파이널 오디오 디자인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알 수 있는 사운드로, 우선 밝음의 이미지가 눈부시게 드러난다. 굉장히 청량하고 맑으면서도, 깨끗한 음의 색채를 정말 정밀하게 전해준다. 축 늘어지며, 심심하게만 느껴지는 사운드와는 전혀 다른 성향으로, 음악 듣는 재미를 최적으로 살려주는 그런 재능들을 아주 쉽게 보여준다. 더구나 밀폐형 헤드폰인데도 불구하고, 무대가 굉장히 넓다는 인상. 라이브 성향의 음향에서는 실제감을 강렬히 선사하며, 고음에 대한 깨끗한 뻗음도 유감없이 선보인다. 해상력은 수준급이라 이야기할 수 있으며, 저역에 대한 반응, 그리고 중·고역의 매력들은 이 헤드폰을 한참을 착용하게 만든다.
볼륨을 그리 먹지 않는 인상이라 임피던스를 보니 무려 8Ω이라는 수치가 적혀 있다. 사실 최근 많은 헤드폰 브랜드가 16Ω이라는 임피던스를 적용하며, 스마트폰이나 휴대용 기기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8Ω이라는 임피던스는 굉장히 놀라운 것이다. 더구나 낮은 임피던스에서 사운드까지 완성하기란 더더욱 어려운 법인데, 파이널 오디오 디자인은 그 해법을 확실히 찾아낸 듯하다.
다음으로 헤븐 6 이어폰. 헤븐 시리즈는 모두 하나의 디자인을 공유하며, BA 유닛을 주축으로 한 특유의 길쭉한 하우징을 특징으로 한다. 사진으로 보면 제법 심플하고 단순한 모습일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받아들면 굉장히 고급스럽다는 인상이 첫 눈에 들어온다. 크롬 구리 하우징의 광택이 잘 살아나 있고, 플랫 케이블과 결합된 전체적인 디자인 모습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인상이다. 특히 화장품 케이스를 연상시키는 이어폰 전용 케이스는 크롬 광택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여성에게 선물하면 분명 환호할 것이다.
사운드에 대해 이야기하면, 싱글 BA 유닛이지만, 굉장한 공간감을 보여준다. 사실 처음에는 싱글 유닛인지 모르고 접근해서 그런지, 무대의 깊이와 대역에 대한 접근들이 굉장히 분해력 있게 다가온다는 인상이었다. 전체적인 사운드 성향은 헤드폰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깨끗한 이미지를 전달해준다. 호프 6 헤드폰보다 더 밝다는 느낌으로, 저역보다는 중·고역에서 엄청난 매력과 성능을 선사한다. 수준급의 해상력은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저역에 대한 반응도 굉장히 빠른 편으로 쾌감을 준다. 고역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들리며, 자극적이지 않을 정도에서 끝까지 끌어올리는 면모가 굉장히 영리하다는 느낌이다. 누구나 첫 귀에 들어도, 몇 소절만에 그 개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파이널 오디오 디자인의 아이덴티티가 잘 드러난 이어폰이라 할 수 있다.
수입원 소리샵 (02)3272-8791
Pandora Hope Ⅵ
가격 78만9천원 유닛 타입 다이내믹+BA 유닛 임피던스 8Ω 음압 105dB 무게 480g
Heaven Ⅵ
가격 58만9천원 유닛 타입 BA 유닛 임피던스 16Ω 음압 112dB 무게 17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