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보니 지난달에 리뷰한 레드와 모든 것이 똑같았다. 단 한가지 카트리지 색상만 다르다. 실제로 카트리지 스펙을 살펴봐도 레드와 블루는 모든 스펙이 같다. 더 위 모델인 브론즈나 블랙은 살짝이지만 스펙의 차이가 분명히 있다. 레드와 블루는 모든 스펙이 같고 유일하게 바늘의 팁만 다르다. 레드가 접합 다이아몬드이고 블루는 누드 다이아몬드다.
카트리지의 거의 모든 조건이 동일한 상태에서 바늘 팁만 다른 카트리지를 비교해서 들어보는 것은 여러모로 재미있는 일이다. 새 카트리지를 장착하고 첫 소리를 들어본다. 역시 신품답게 약간 답답하고 무덤덤한 느낌의 소리가 난다. 몸이 풀리기를 기다리면서 계속 LP를 돌린다. 3시간 쯤 지나니 음량이 커지면서 소리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블루와 레드의 가장 큰 차이는 고음에서의 느낌이다. 레드가 다소 까칠한 느낌으로, 좋게 말하면 현이 마찰하는 질감을 잘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오래 들으면 약간 경질로 피곤해질 수도 있다. 특히 대편성 총주 시에는 소리가 약간 들뜨는 느낌이 있다. 이에 반해 블루는 고음이 약간 덜 나는 듯하지만, 섬세한 디테일은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표현해준다. 특히 대편성 총주에서도 상대적으로 소리가 들뜨지 않아서 더 안정감 있게 무대를 그려낸다.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들어보면 보컬이 한결 차분하면서도 디테일한 목소리의 떨림이 잘 나타난다. 레드가 살짝 허스키한 느낌이 있다면, 블루는 허스키한 느낌이 줄어들면서 차분해진다. 김두수의 ‘시오리 길’은 그 차이가 조금 더 느껴진다. 김두수 보컬의 매력은 목소리의 미묘한 떨림이 있다는 것이다. 김광석의 목소리도 떨림이 있지만, 주기가 길고 규칙적이지 않은 편이다. 이와 달리 김두수의 목소리 떨림은 주기가 짧으면서 아주 진하다. 그렇다 보니 레드보다는 블루에서 김두수의 목소리 떨림이 좀더 자연스럽게 표현된다.
클래식은 어떨까 싶어서 바이올린 곡을 걸었다. 나탄 밀슈타인이 연주하는 바흐 무반주 파르티타(DG)를 걸어 보았다. 날카로운 듯하지만 아슬아슬하게 귀를 자극하지 않는 밀슈타인의 연주가 들려온다. 레드가 다소 날카로운 느낌으로 들뜬 느낌이라면 블루는 바이올린의 현과 활이 마찰하는 느낌은 드러나지만, 자극하지 않고 담백하게 표현한다. 레드가 약간 고음을 과장하는 음색이라면 블루는 과장하지 않고 솔직 담백하다.
이런 차이는 전형적인 접합 다이아몬드 팁과 누드 다이아몬드 팁의 소리 차이로, 필자가 예전에 다른 카트리지에 비교하면서 느꼈던 점과 비슷하다. 레드는 다소 들뜨는 분위기라서 규정 침압보다 0.2~0.3g을 더 주어서 들뜬 느낌을 살짝 가라앉혀서 듣는 것이 좋았다. 반대로 블루는 담백하고 솔직한 음색이라 규정 침압보다 0.1~0.2g 정도 덜 주어서 고역이 좀더 하늘거리도록 해서 듣는 게 더 좋았다. 톤암 축의 높이를 쉽게 조절할 수 있다면 레드는 톤암 축을 좀 내려서 듣는 게 좋고, 블루는 톤암 축을 올려서 바늘이 좀더 예각으로 레코드 소릿골을 긁게 하는 것이 좋다.
레드의 약간 과장한 듯한 음색이 초보자에게 어울린다면 블루의 담백하고 참한 음색은 중급자에게 어울린다. 초보자가 얼핏 듣기엔 고음이 화려한 레드를 더 좋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음악과 소리를 좀 듣다보면 약간은 과장된 레드의 음색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레드로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블루로 업그레이드를 해도 좋을 것 같고, 다른 카트리지로 이런저런 경험을 했다면 바로 블루로 넘어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오토폰이 아니면 이 가격에 이런 사운드를 만들어 내지 못할 것이다.
수입원 소비코AV (02)525-0704
가격 46만원 주파수 응답 20Hz-25kHz(-3dB) 출력 전압 0.5mV 내부 임피던스 7Ω
트래킹 포스 범위 2.1-2.5g 추천 트래킹 포스 2.3g(23mN) 무게 9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