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sher X-100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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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her X-100C
  • 김기인
  • 승인 2014.09.01 00:00
  • 2014년 9월호 (506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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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 후 미국 오디오 시장의 붐을 타고 일어선 메이커가 피셔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전후 평화롭고 문화적인 음악 취미의 매개체로 오디오는 가장 적절한 전자 제품이었다. 에이버리 피셔는 독일계 미국인으로 오디오 제품에 관한 열정이 대단한 사업가였다. 당시 세계적으로 가장 발달한 독일의 전자 회로나 부품들을 미국 시장 내에 적용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 음질과 내구성 및 디자인 측면에서 미국 내 애호가들의 지지를 받게 되었고, 피셔 사는 급성장하게 된다. 그들은 앰프, 튜너를 비롯해서 스피커와 턴테이블까지 생산했고, 거기다 인기 제품은 키트화하기까지 해서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
65년경부터는 세계 시장에 반도체 붐이 일고, 피셔 사 역시 TR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초기 TR 제품들은 진공관과 섞어 소위 반 TR 제품도 나왔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모두 반도체화되었다. 초기 TR 제품은 거의 진공관 음질과 흡사한, 진공관 앰프의 TR화가 진행되었는데, 진공관 제품보다 TR 제품들의 가격이 훨씬 높았었다. 당시에는 진공관 오디오가 마치 구시대의 유물로서 이제는 버려야 하는 것처럼 취급되어서 가격은 점점 하락하고 수요도 따라서 줄어들었다. 시장은 TR 오디오로 점령되었고, 그 시장에 일본의 값싼 오디오 제품들이 들어오자 피셔 사의 고가 제품들의 시장 점유율은 점차 줄어들고, 피셔 사의 사운도 기울어 회사는 외국에 팔리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고도 피셔 사의 브랜드 네임은 장기간 지속되었다. 그러나 피셔 사의 완벽주의적인 제품 정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일본 제품에도 뒤지는 염가 제품화되면서 급기야 문을 닫았다.
그러나 현재에 이르러서 피셔 사의 한창 때 진공관 앰프들은 마니아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데, 후기 TR 앰프들은 성능상 오히려 온전한 제품이 없는 반면, 연대가 앞서는 진공관 앰프들은 현재도 성능에 별 문제 없이 사용 가능한 모델들이 수두룩할 뿐 아니라 그 음질에 있어서도 현재 앰프에 뒤지지 않는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피셔 사의 인기 있는 제품들은 스피커나 턴테이블에는 거의 없고, 주로 앰프와 튜너, 리시버류에 치우쳐져 있는데, 그만큼 디자인이나 내구성 면에서 앞서가는 제품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TR과 진공관이 겹치는 시기에 최종 버전으로 만든 진공관 앰프류는 가장 소리도 좋을 뿐 아니라 연대상 완벽한 상태로 유통되는 제품이 많아 찾는 사람이 특히 많다. 후기로 오면서 TR 제품이 생산되자 진공관 제품들은 더 염가화되면서 회로도 단순화시켰다. 그런데 오히려 이것이 진공관 음질을 향상시키는 기회가 된 것은 상당히 아이러니컬하다. 리시버만 보아도 500B, 800B 등 B 시리즈에서 가장 정점에 이르는 최고급 리시버 500C, 800C에 이르지만 음질은 격하된 기분이 든다. 당시로서는 출력이 상당히 관건이 되는 분위기였었기에 출력 향상에만 집중한 인상이 크다. 그러나 최종 리시버인 400에 이르면 출력을 다시 하강시키고 회로를 단순화하면서 피셔의 단점인 해상력이 향상되는 결과가 나타난다. 물론 출력관이 7591의 새로운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염가관 7868로 바뀌면서 출력은 그만큼 하락한다. 그렇지만 투명도와 해상력, 음색 면에서는 오히려 마니아들이 박수를 받게 되었다. 그렇지만 TR이라는 빛나는 증폭 발명 소자에 밀려 몇 년을 유지 못 하고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다.

하지만 재고 부품이 있는 관계로 소량으로 피셔 진공관 앰프가 TR 제품과 같이 판매되었는데, 가장 늦게까지 출시된 앰프가 바로 피셔 100C라 볼 수 있다. 100 시리즈는 상급 101, 200, 202 시리즈 진공관 인티앰프의 보급기라 볼 수 있다. 100부터 100B, 100C에 이르는 업버전 모델이 있고, 연대로 따지면 약 1968년까지 판매된 제품이다. 언뜻 보면 초기 TX 시리즈 TR 앰프와 외형이 비슷해 TR 인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면이 개선되어 있다. 리시버로 따지면 400과 흡사한 회로이며, 시대도 비슷하다. X-100C 인티와 같이 나온 세트 진공관 튜너로 FM-100C가 있는데, 나란히 놓으면 보기 좋다. 100C의 발매 당시 가격은 약 144달러로 101D 169달러, 202C 212달러, 400 237달러, 500C 297달러에 비해 저렴하다. 그러나 그 소리는 오히려 상급기에 비해 차분한 경향이고 해상력도 향상되어 있다. 다만 7868 PP로 채널당 25W의 출력을 뽑아내어 일반적 피셔 인티앰프에 뒤진다. 하지만 능률 좋은 빈티지 스피커를 울리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포노단(12AX7×2)은 단순하지만 질감이 좋고 표현력이 넘친다. 드라이브단과 라인 프리단에는 역시 12AX7를 각 2개씩 총 4개를 사용하며, 다이오드 정류 방식으로 되어 있다. 현 거래가도 저렴해서 구하기 쉽고, 대부분 부품 열화도 적어 상태가 좋다. 일반 피셔 우드 케이스와는 맞지가 않아 오히려 오리지널 우드 케이스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단점이 있지만, 오리지널 우드 케이스에 수납하면 전면 디자인이 돋보여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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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4년 9월호 - 5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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