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ok 12A Power 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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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ok 12A Power Amp
  • 김기인
  • 승인 2014.08.01 00:00
  • 2014년 8월호 (505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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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오디오를 하다 보면 가장 다양하지만 가장 성에 안 차기도 해서 바꿈질을 하게 되는 것이 파워 앰프다. 프리앰프보다 음질의 지배력은 약하지만 스피커의 구동력이나 품격, 음색에 미묘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실제 비교 시청 결과를 본인이 느낀다면 바꾸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고전 스피커인 W.E.나 탄노이를 전제로 한다면 파워 앰프의 성격에 따른 음질 격차는 극명하게 나타난다.
진정한 마니아라면 파워 앰프의 선택 과정은 즐거움의 길이기도 하지만 고난의 길이기도 하다. 출력이 크고 댐핑이 좋아 스피커 핸들링 능력이 충분하다 싶으면 섬세하고 질감 있는 표현력이 부족하고, 충분한 질감과 음색을 가지고 있으면 구동력이 약하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 전자가 주로 빔관이나 5극관을 근간으로 하는 구형 PP 앰프들의 경우고, 후자는 고전 3극관을 베이스로 한 싱글 파워 앰프의 경우이다.

이 양자의 장·단점을 고루 보충한 파워 앰프가 바로 3극관과 PP로 구성된 구형 파워 앰프로 볼 수 있다. 이런 앰프의 대부분은 영국과 독일의 다이나트론이나 데카, 클랑필름인데, 주로 PX4·PX25·PP3250·AD-1 등의 고전 3극관을 사용한다. 대부분 고가의 앰프이고, 앰프 자체의 구성이나 디자인이 모자란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장전축 내장용이거나 프로용 앰프이기 때문이다.
미국 앰프로 3극관을 사용하고 있는 명기의 반열에 오른 앰프는 W.E.의 46C·91B·86C, 그리고 브룩(Brook)의 10C·12A를 꼽을 수 있다. 91B가 싱글 300B이고, 86C가 300B PP인데, 브룩 10C는 2A3과 300B를 교환 사용 가능하며, 12A는 2A3 PP로 구성되어 있다. W.E.의 앰프들은 워낙 잘 알려져 있고 또한 고가여서 일반 마니아들이 손대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브룩의 파워 앰프는 비교적 값도 저렴하고 핸들링도 어렵지 않아 인기가 있다. 물론 저렴하다고는 하지만 역시 귀한 앰프여서 차 한 대 값 정도는 각오해야만 손에 넣을 수 있다.

이번 호에는 브룩의 앰프 중에서도 12A를 다뤄 볼까 한다. 10C가 300B와 2A3을 교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12A보다는 훨씬 고가이다. 필자의 의견으로는, 그에 비해 음질상의 큰 장점이 있지는 않다. 탄노이 실버 15인치 유닛이 장착된 오리지널 오토그라프를 전제로 한다면 12A가 10C보다 고역 질감이나 저역 양에서 우세하다고 볼 수 있다. 섬세하고도 형연할 수 없는 음악적 피어남이 중·고역에 맺혀진다. 저음은 단정하고, 깊게 들으면 특유의 3극관 저역 디테일이 구수하다. 알텍 A-5(1947년산 810 오리지널 통에 515, 805A, 288B, N-500C-헐리우드 버전)를 기준으로 한다면 전체적으로 3극관 고유의 음색이 넓게 분포된 단정하고도 우아한 표현을 이룬다.
12A의 외관적 특징은 W.E. 91B를 연상시키는 장방형 알루미늄 섀시와 단정한 진공관 배치 및 트랜스 배정이 싫증나지 않게 디자인되어 있다는 것이다. 섀시의 높이가 비교적 높은데, 이는 내부 부품 배치상 실용적인 설계의 결과라 본다. 하부에 초크 트랜스가 있고, 세워진 러그 판을 기준으로 입력 회로가 구성되어 있기에 무엇인가 투박한 인상은 주지만 나름 매력 있다. 이런 디자인은 W.E.의 91B, 86C에도 동일하게 도입된 것으로 보아 아마 당시 유행이라는 잠정적 결론을 내려 본다.

12A의 전원 트랜스, 출력 트랜스, 초크 트랜스는 시각적으로 별 특징이 없이 밋밋하다. 필자가 보기에는 하부 섀시에 장착되어 있는 초크 트랜스가 가장 단단하게 보이고, 나머지는 그저 그런 인상이다. 함침도 시키지 않았고, 코어 조임 나사도 유난히 길어 세련된 맛이 없다. 그러나 그 성능 면에서는 대단히 평가가 좋고 내구성도 뛰어나다.
입력 잭은 6핀 소켓 타입이며, 출력 단자 역시 옥탈 진공관 소켓 타입이어서 사용상 불편이 따른다. 출력단은 2·4·8·15·500Ω의 5단계 구성이며, 사용 진공관은 출력관 2A3×2, 드라이브관 6J5×2, 초단관 6SN7, 정류관 5U4의 6구 타입이다.
세련되고 잘 빠진 음이라는 인상보다는 농부처럼 수더분하며 구수한 음색이 매력 있고, 이러한 음색은 앰프의 외형에서도 잘 느낄 수 있다. 탄노이나 웨스턴 스피커 등 고전 스피커 시스템을 갖고 있는 마니아에게는 보석과도 같은 단아한 파워 앰프로, 영구적으로 소장하고 싶게 하는 구석이 있는 명기라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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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4년 8월호 - 5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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