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세대의 하이파이 오디오는 그야말로 당연한 것이었다. CD는 그야말로 절대적인 고음질 소스로서, 좋은 사운드를 듣기 위해서라면 당연히 추구해야 할 요소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 영원할 것 같았던 고정 관념들이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다. 대안으로 등장한 소스들이 예상 외로 너무 좋은 퀄러티로 등장한 것이다. 물론 첫 시작 단계에서 실망한 사람들도 많았겠지만, 지금에 와서 다시 들어본다면, 확실히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본격적인 무손실의 파일 음원들이 대세로 자리 잡고, 그와 더불어 스트리밍 플레이어, USB DAC, 블루투스 리시버 등 그에 따른 소스기기들이 CD 플레이어의 존재 자체를 뒤흔들 만큼 그 시대를 변화시켰다. 하이엔드 하이파이 시장뿐만 아니라, 엔트리 컨슈머 시장에서도 이런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시장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그중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전통의 하이파이 브랜드들이 첫 시작을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때만 해도 당연히 CD가 대세를 이루던 시기였기에, 이들로서는 말 그대로 과감한 도전이었다. 더구나 네트워크 설정, NAS, UPnP 등 당시로서는 지독히 낯선 접근들은 과연 시장성이 있을까 하는 염려까지 생기게 했다. 특히 네트워크를 거친 파일 음악들이 과연 CD 음질보다 뛰어날까 하는 근본적인 의구심이 가장 컸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여기에 확신이 있었고, 지금의 시장만큼 키워냈다. 전통의 하이파이 브랜드 중 가장 활발히 네트워크 플레이어들을 선보이며, 일찌감치 네트워크 시장에 두각을 나타낸 업체, 바로 영국의 네임(Naim)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브랜드들이 엔트리 모델로서 대세에 편승하여 가격대 성능비를 앞세운 네트워크 플레이어들을 출시하고 있지만, 역시 그 시작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네임의 제품들이 항상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NDS와 NDX라는 걸출한 제품을 출시하며, 네트워크 플레이어로서 하이엔드 CD 플레이어를 대체할 수 있고, 그 이상의 성능이라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ND5 XS로 네임의 주력 스펙들을 담아낸 중급의 네트워크 플레이어이다.
XS 시리즈는 네임의 주력 라인업으로, 슬림한 디자인에 필수 성능들을 담아낸 콘셉트를 추구하고 있다. 같은 시리즈들은 모두 통일화된 디자인 콘셉트를 가지고 있어, 세트를 구성해 놓으면, 네임 특유의 일체화된 블랙 포스를 느껴볼 수 있다. 어찌 보면 심플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오랫동안 보아도 질리지 않는 클래식한 매력은 네임의 또 다른 인기 요소가 될 것이다.
최근 네트워크 플레이어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지만, 사실상 기능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이전에는 아이팟 직결단만 추가해도 기능적으로 뛰어나다는 이야기들이 오고 갔지만, 이제는 리모컨 어플, DAB, USB A단 등 많은 편의성들이 기본적으로 추가되어 있다. 다만 네트워크로 지원하는 음원 사양들은 중요한 것이니 꼭 체크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ND5 XS는 24비트/192kHz 사양. 사실 최근의 제품들이 이것보다 높은 스펙을 가지고 출시되는 것들이 많지만, 음원의 활용도나 네임 특유의 음악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니, 직접 청음하여 체크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제품을 켜자마자, 반가운 글자가 반긴다. 무려 한글의 지원이다. 하이파이 제품에서 메뉴부터 설정까지 한글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낯설기까지 하다. 설정에 어려운 영어들이 포함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글자로 설정을 이것저것 조정하는 것이 감회가 새롭다. 특히 매뉴얼까지 모두 한글로 번역되어 있기에, 차근차근 보는 것도 큰 재미가 될 것이다. 한글 지원이 뭐 그리 거창한가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지금 현실의 해외 하이파이 제품들 대부분이 매뉴얼조차 번역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플레이어처럼 몇몇 설정들이 필요한 제품들은 한글로 보아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데, 영어로 본다면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수입원의 노력과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네임의 네이트 XS2 인티앰프를 추가하여, 간단한 네트워크 설정을 마치고 음악을 들어본다. 네임의 제품들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질감 표현들이 한 번에 느껴진다. 네임만의 개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음악 듣는 맛을 제대로 살려주는, 개인적으로도 아주 매력적인 음색이다. 특히 저가의 네트워크 플레이어들이 조금은 경질의, 그리고 매력 없는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확실히 중가 이상만 넘어가도, 음의 깊이감이 확실히 차이가 난다. 단순히 스펙이 비슷하다고, 사운드까지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결국은 최종적인 아날로그단을 얼마나 완성도 있게 품어내는가에서 큰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다.
한 번 더 사운드의 업그레이드로 XP5 XS 전원부를 추가한다. 사실 네임의 제품들은 전통적으로 전원부를 적극 권장한다. 전원부의 가격대가 사실 본체의 가격과 맞먹는 수준이지만, 이 전원부의 마력을 경험하고 나면, 도저히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그만큼 엄청난 사운드 차이를 보이며, 실제 본지의 필자들도 네임의 리뷰를 청탁하면, 언제나 전원부를 꼭 보내달라고 간청하기도 한다.
전원부와 연결된 사운드는 그야말로 레퍼런스 시스템에 접근한 사운드로 탈바꿈되며, 전원부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할 수밖에 없게 한다. 사운드의 순도, 힘, 그리고 무대까지 완벽히 완성된 듯한 모습이며, 처음부터 전원부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것처럼, 이질감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들으면서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CD 플레이어가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정말 엄청난 기술력과 투자를 거듭해야 할 듯하다. 어중간하게 접근하면, 필시 네트워크 플레이어나 USB DAC 등에서 밀려 제자리를 잃어갈지도 모른다. 그만큼 그들의 존재가 너무나도 강력해졌다.
수입원 디오플러스 (031)906-5381
ND5 XS 네트워크 플레이어
가격 385만원 주파수 응답 10Hz-20kHz(+0.1dB, -0.5dB)
디지털 입력 Coaxial×1, BNC×1, Optical×1, USB A×1 디지털 출력 BNC×1 출력 레벨 2.1V
출력 임피던스 30Ω(최대) THD+N 0.02% 이하 크기(WHD) 43.2×7×30.1cm 무게 6.5kg
XP5 XS 파워 서플라이
가격 310만원 크기(WHD) 43.2×7×30.1cm 무게 7k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