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a Acoustics Model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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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ta Acoustics Model C
  • 이정재
  • 승인 2014.04.01 00:00
  • 2014년 4월호 (50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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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위대한 역사를 써내려갈 만한 혼 스피커가 등장하다
코플랜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르(미네소타 오케스트라)에서 도입부의 금관들의 빛깔이나 사실 약간 부스트되어 엄청난 양감으로 다가오는 공기의 움직임도 잘 전달이 되고 팀파니의 피 떨리는 음 하나하나 부족함이 없다. 스트레스 없이 시원한 청량감은 미국 쪽 성향인 듯하지만 중·고역을 다듬은 매끄러움은 역시 유럽의 성향이다.

한 개인의 역사가 한 계통의 역사를 대변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렉 기타를 예를 들면 레오 펜더가 만든 펜더라는 기타와 오빌 깁슨이 만든 깁슨이라는 기타가 장르와 계통 음악을 대변하는 커다란 양대 산맥이 되었다. 공통점은 좋아서 만들기 시작하고, 소리로 인정받은 것. 그리고 그 이후에 모든 기타 제작자들에게 영감을 주어 수많은 현대의 일렉 기타들이 양산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수많은 기타들이 좀 아이러니하지만 기타의 톤을 설명할 때 이 기타의 하프 톤은 펜더 같은 소리가 난다 또는 이 기타는 깁슨 계열의 묵직함이 있다고 설명한다.
결국 일렉 기타라는 엄청난 광범위한 시장에 수많은 명기가 있음에도 일반에게 각인되어 있는 두 이름은 펜더와 깁슨. 오디오의 역사에도 한 개인이 역사를 이루어낸 사람들이 많이 있다. 제임스 B.랜싱은 알텍 랜싱에서 5년의 임기 동안 수없이 많은 걸작을 만들어내고, 1946년엔 자신의 이름을 딴 JBL을 만들었고, 오디오를 모르는 이들도 익히 이름은 들어봤을 마크 레빈슨, 크렐도 있다. 스레숄드, 제프 롤랜드 등 오디오의 역사에 명기의 반열에 자리 잡은 개인의 역사가 있다. 이토록 장황하게 밑밥을 깔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오늘 리뷰하는 카스타 어쿠스틱스의 카스타 모델 C를 만든 이탈리아의 장인 같은 엔지니어 로베르토 티타렐리(Roberto Tittarelli) 때문이다.
티타렐리의 오디오에 대한 관심은 일반적인 수준은 분명히 넘어섰다. 하긴 적당한 수준으로서의 관심이었다면 자작으로 만든 스피커 정도로 끝났을 테지만 당당히 분류 별로 6개의 모델을 선보이는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가 되었으니, 이것은 개인의 역사가 계통의 역사로 발전한 것이다.



알려지기는 13세 때 앰프를 만들고, 17세 때 마란츠와 JBL에 빠졌고, 18세에 혼 스피커 시스템에 열광하여 연구 개발하게 되는 우리에겐 그냥 스쳐 지나갈 스토리지만, 이 티타렐리에게는 운명을 뒤바꾼 사건들을 인생에서 만나게 된다. 티타렐리에게 가장 인상 깊은 사건은 혼과 빈티지 스피커에서 나오는 자연스럽고 여유로운 사운드가 아니었을까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퍼에는 전통의 강자인 알니코 마그네틱을 이용하고. 중역과 고역엔 혼 시스템을 사용한다. 필자도 시대 별로 만들어진 혼을 가진 스피커를 접해보곤 하는데, EV의 파트리션 800 시그너처, 파트리션 2, JBL의 하츠필드, 4343, 4344, 아방가르드, 오데온 등을 들어 보았다. 물론 오디오쇼나 숍에서 잠깐 듣는 정도는 제외하고 직접 써보았거나 튜닝을 하러가서 몇 날을 집중하여 들어본 것들이다.
특히 혼 시스템이 주는 특유의 음악적 열기감이라고 표현할 만한 느낌이 있는데, 이것은 마치 음악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느낌이다. 아마도 티타렐리도 이 같은 혼의 매력에 빠졌던 것이 아닐까.
카스타 모델 C를 만드는 카스타 어쿠스틱스는 티타렐리의 개인적인 역사를 빼면 2011년에 설립한 겉으로 보기엔 신생 회사이다. 그런데 신생 회사치곤 이상한 점이 있다. 대부분의 신생 회사 특징은 조합형 물건을 내놓은 경우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유닛을 만들면 인클로저는 의뢰를 한다든지, 인클로저를 만들면 드라이버 유닛을 특주하여 사용한다든지, 네트워크 튜닝만 한다든지, 이런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회사는 유닛, 인클로저, 네트워크 전부를 한 회사에서 처리하는 것은 물론 자체에서 개발한 유닛을 다른 곳에 팔지도 않는 특이한 점을 지녔다. 앞서 말한 개인의 역사, 즉 제작자 20여 년의 삶이 배어나와 2011년에 설립하게 된 회사인 것이다.
카스타 어쿠스틱스 모델 C의 외형상 특징을 살펴보자. 혼을 채용하고. 대구경 우퍼(15인치)를 쓰는 스피커인데, 인클로저는 통울림이 배제된 현대 스피커의 모습을 하고 있다. 클래식한 분위기와 현대 기술의 조화라 할까? 대부분의 혼, 우퍼 구성의 스피커들이 덕트가 있는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을 통해 저역을 만들고 있고, 통울림이 생기는 것에 반해 이 스피커는 통울림이 없는 밀폐형으로 디자인되었다.
덕트 형인 경우 유닛의 앞·뒤 진폭으로 인해 리플렉션된 음들이 중첩되어 특유의 착색이 생길 수가 있고, 스피커 제작자의 역량에 따라 기분 좋은 착색으로, 또는 거슬리는 뭉침이 되는 수도 있다. 하지만 밀폐형은 드라이브 유닛의 역상 움직임이 내부에서 공기의 텐션을 주어 유닛의 움직임에 도움을 주고 리플렉트되는 음이 내부에서 소멸되므로, 정위상의 소리가 더욱 정확하게 들리게 된다. 다시 말해 착색을 배제하기로 작정을 하고 만든 스피커이다. 올드하다고 느낄 수 있는 유닛의 구성을 초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낸 것이다.



인클로저 역시 검은색 배플과 측면에 아래·위로 각을 준 붉은 패널을 덧대어 인테리어적으로도 손색이 없다. 손색이 없다는 말보다 'Made in Italy' 이 한마디가 만듦새를 더욱 잘 설명해 주는지 모르겠다. 뒷면은 육각 형태로 각을 주어 슬림하게 다듬었다. 뒤에서 얼짱 각으로 사진을 찍으면 현대의 하이엔드 스피커의 모습이지만, 앞면은 아무래도 우퍼 때문에 좀 넓어 보인다. 사실 그릴을 씌운 모습이 더 멋있게 느껴진다.
뒷면에는 바인딩포스트가 인클로저에 달린 것이 아니라 별도의 알루미늄 패널에 달려 있으며 트위터의 레벨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범위는 ±3dB이다. 패널에 'Power : 35W'라고 적혀 있는 모습이 '앰프를 가리지 않는다!' 하고 말해주는 듯하다. 음압은 98dB로 어지간한 앰프는 다 맞을 것이라 생각한다.
15인치 알니코 V 마그넷과 셀룰로오스 콘 우퍼가 정면에 자리하고 있다. 지금은 생산이 중단된 알니코지만 카스타에서는 생산해서 사용한다. 그럼 왜 알니코 자석을 고집했을까? 알니코 자석은 영구 자석 중 온도에 대한 특성이 가장 뛰어나 고온에서 아주 뛰어난 내구성을 보여준다. 최대 에너지적이 높아 낮은 온도계수를 가지고 있어서 열에 대한 안전성이 탁월한 것이다. 버틸 수 있는 온도가 무려 600도. 이런 고온에서의 감자기 현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15인치라는 우퍼가 아무리 운동을 해대도 코일 쪽에 올라가는 온도 때문에 자력이 변하는 일이 없다. 그래서 현대의 스피커들이 냉각 방식에 대해 고민하곤 하는데, 알니코를 사용한 유닛을 보면 뒷면 마그네틱 부가 캡으로 감싸져 있다. 확실히 알니코 우퍼에서 나오는 부드럽고 깊게 떨어지는 저음의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밀폐형의 인클로저 때문인지 느릿한 느낌은 아니다. 더욱이 더스트 캡에 구멍을 뚫어 마그네틱과 공심 코일 간에서 생길 수 있는 공기의 압축까지 완전히 없애버렸다.
미드레인지와 트위터에 달린 제로 컴프레션 다이렉트 프런트 로딩 드라이버가 당사가 이야기하는 핵심 기술 중 하나인데, WE 594A 드라이버를 근간으로 발전시켜 제작되었다. 혼 유닛의 경우 발음되는 드라이버로부터 나팔관 같은 혼이 달려 있는 구조인데, 그 혼의 라운드 각과 드라이버와 맞닿는 부분의 특성에 따라 착색이 생길 수도, 대역이 커트될 수도, 지향각이 많아질 수도 적어질 수도 있는 특성이 생기게 된다.
제로 컴프레션이란 발음된 소리가 혼의 어느 구석에도 머물지 않아 뒤에 연이어 나오는 소리들이 혼 내부에서 뭉침이 없게 하는 기술인데, 말은 쉬워도 이 기술을 만들어내기까지는 수없이 많은 컴퓨터 모델링과 목업 제작을 통해 각을 다듬고, 곡선의 라운드 각을 잡아야 한다. 더욱이 재질의 공진 대역에 따라 그 특성이 변하기도 하니 수없는 시행착오를 통해 생겨난 결과물이다. 당연히 구형 형태를 지닌 현대 유닛이라 혼 트위터의 주파수 특성도 고역이 24kHz까지 나온다.



트라이곤 프리앰프, 골드문트 파워 앰프, 그리고 조디악 골드·볼티쿠스 DAC로 청취에 들어간다. 현대 기기와 고출력 파워, 뭔가 좀 빡빡할 것이란 선입견을 뒤로 하고 상당히 좋은 질감과 부드럽고 저역엔 텐션이 붙는다. 의외로 정확한 포커싱과 뒷쪽으로 펼쳐지는 무대를 그려주고, 조디악이 만들어 주는 다량의 신호 데이터를 남김없이 소리로 보여준다. 트라이곤 프리앰프의 영향인지, 카스타 자체의 소리가 그런지, 질감이 아주 좋으며, 골드문드 특유의 야들야들함도 잘 표현해 준다.
코플랜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르(미네소타 오케스트라)에서 도입부의 금관들의 빛깔이나 사실 약간 부스트되어 엄청난 양감으로 다가오는 공기의 움직임도 잘 전달이 되고 팀파니의 피 떨리는 음 하나하나 부족함이 없다. 스트레스 없이 시원한 청량감은 미국 쪽 성향인 듯하지만 중·고역을 다듬은 매끄러움은 역시 유럽의 성향이다.
다른 조합으로는 바쿤 7511 MK3 파워 앰프, 그리고 네임의 소스 기기로 진행한다. 역시 음압이 있기 때문에 15W로도 충분한 구동이 된다. 소릿결은 끈적이는 유분기 없는 수분의 촉촉함이랄까. 소편성 실내악과 보컬 위주의 음악을 들어보았는데, 표현력의 클래스가 다르다. 대편성 위주로 현대의 하이엔드 음촉을 즐길 수도 재즈나 실내악, 보컬 위주의 촉촉하고 질감 넘치는 소리도 모두 가능한 팔색조 같은 느낌이다. 다만 아쉽다면 인지도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좋은 것은 좋게 받아들여져야 하는데, 인지도의 문제가 걸린다는 필자 역시도 속물이 된 것은 아닌지…. 모델 C는 속물 따위는 집어치우고, 순수하게 음악을 음악답게 소리 내어 주고 있었다.



수입원
SP-오디오 (070)7119-5287
가격 1,850만원  사용유닛 우퍼 38.1cm, 미드레인지 5cm, 트위터 2.5cm  주파수 응답 30Hz-24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350Hz, 5kHz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98dB/W/m  크기(WHD) 44×114.5×48.5cm

501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4년 4월호 - 5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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