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3
상태바
AR-3
  • 김기인
  • 승인 2014.04.01 00:00
  • 2014년 4월호 (501호)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들어 다시 인기가 치솟는 스피커 중에 AR(Acoustic Research)이 있다. AR은 에드가 빌쳐에 의해 설립된 음향 회사로, 60년대 당시 초대형 플로어 스피커 시스템에 AR-1이라는 소형 북셀프 밀폐형 스피커로 도전장을 낸 것으로 유명하다. JBL이나 젠센, EV와 같은 막강한 메이커들과 나란히 놓여진, 용량으로는 1/10도 안 되는 부피인 AR-1의 시연 모습은 사진으로만 보아도 인상적이다.
60년대 당시로서는 인클로저 내부를 흡음재로 꽉 채우고, 내부 발산 음향 에너지를 최대한 제거해 그 반동 에너지가 다시 우퍼 콘지를 진동하는 에어 서스펜션 스피커는 유래가 없었다. AR-1의 등장은 가히 선풍적이었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사람들이 대형 스피커와의 음량, 음질 차이를 못 느낄 만큼 인상적이었다고 전한다.
AR은 당사 스피커를 울리기 위해 트랜스 아웃풋의 TR 앰프를 리시버와 인티로 발매했으며, 튜너도 개발했고, 그리고 유명한 플로팅 타입 AR 턴테이블을 발표했다. 이 턴테이블 역시 초유의 발상이었는데, T자형 서스펜션 보드에 플래터와 암축을 일체화하고 모터는 외부 케이스에 장착해 모터 진동이 플래터에는 전달되지 않도록 설계한 심플한 디자인이었다. 특히 1/2W의 초소형 싱크로너스 구동 모터와 별도의 스타트 모터를 구분해 2모터에 의한 벨트 드라이브 동력 전달 시스템은 극도로 진동을 억제한 발명품이었다. 후에는 스타트 모터는 제거하고 콘덴서 기동에 의한 1모터 시스템으로 개량되나, 2모터 시스템이 소리가 좋다. 이 AR 턴테이블은 후에 모든 서스펜션 플로팅 타입 턴테이블의 원조가 된다.



AR의 디자인은 심플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그 속에는 가장 앞서가는 오디오 디자인의 콘셉트가 녹아 있어 각종 오디오 페어에서 상을 휩쓸다시피 한다. AR의 모든 제품은 지금 보아도 디자인적으로나 사운드 측면에서 나무랄 데가 없다. 특히 AR 앰프는 출력 트랜스를 탑재하고 있어 TR인데도 불구하고 기계적 내구성도 좋아 현역기로 손색이 없다. 특히 AR 스피커와 매칭 시에는 현대 어떤 하이엔드 기계라도 AR 앰프의 독특한 질감과 음악성, 중후함을 따라올 수 없다. 유명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사용한 오디오 시스템이 바로 AR이었고, 작고한 작곡가 이봉조 선생도 AR 스피커를 선호했다.





필자가 AR을 처음 대한 것은 70년대 말이었다. 4X라는 북셀프 스피커였는데, 일본제 산수이 2000X와 연결해 들었다. 당시로서는 유명한 매칭이었는데, 그 소리가 낭랑하면서도 음악적 분위기를 잘 표현해 주는 소형 시스템이었다. 화려한 일제 스피커와는 그 격이 다른 음색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즉시 그 가치를 알아보았었다. 그러나 삼베로 된 전면 그릴을 뜯어내 내부를 보여 주면 실망하는 그 눈초리들을 잊을 수가 없다. 마치 기운 옷처럼 덕지덕지 바른 테이프와 페인트칠, 깔끔하지 못한 유닛 모양새 등 정말 허접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화려했던 동시대 일본제 스피커들은 이제 모두 죽었으나, AR은 그 허름한 모양새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제품이 컬렉션의 대상이 되어 애호가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컬렉션의 전면에 올라 있는 스피커 군이 AR-1, AR-LST, AR-3, AR3a, AR-4X이다.




AR-1은 2웨이로 그 유명한 알텍 755A 8인치 풀레인지를 중·고역으로 채택하고, 12인치 우퍼를 장착한 명기이다. 그 다음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마 AR-3일 것이다. AR-3은 1인치 심비오틱 돔 트위터와 2인치 심비오틱 돔 스쿼커, 12인치 천 에지 우퍼를 장착한 3웨이 에어 서스펜션 북셀프 스피커다. 모두 알니코 자기 회로를 장착하고 있으며, 시리얼 넘버 약 천 번대 이전 것은 오일 콘덴서를 네트워크에 장착시켜 더욱 부드럽고 음악성 있는 사운드를 재생한다. 중역 전면에 흡음 석면이 없이 심비오틱 자체로 노출되어 있으며, 그 후기 버전으로 가면서 흡음재가 장착된다. AR-3을 개량해 네트워크와 트위터, 스쿼커를 새로운 타입으로 장착한 것이 AR-3a다. 자기 회로도 페라이트로 바뀌지만, 초기 버전에는 3과 같이 알니코 우퍼가 장착된 제품도 있다. 말하자면 재고를 서서히 소모하며 뉴 버전으로 넘어간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오히려 과도기 제품이 후기 3a보다는 인기가 좋으며 구하기도 힘들다. 출시 가격은 3a가 3보다 비쌌지만, 현재 거래 가격은 역전되어 3이 훨씬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



3a는 AR 앰프를 제외하고는 소출력 앰프로 핸들링하기 힘들다. 음질상 까다로운 매칭이며, 특성상 저능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3은 웬만한 진공관 앰프로도 핸들링이 가능하다. 특히 피셔 TR이나 진공관 리시버들과 매칭이 좋고, 다이나코 TR 앰프와도 상성이 좋다. 잘 울린 AR-3의 음질은 부드럽고 그윽해 오래 숙성된 포도주와 같은 향기가 있다. 약간 어둡지만 호소력이 짙고, 튀어나오지는 않지만 악기 그 자체의 음색을 잘 표현한다. 항상 모나지 않고, 입체감도 좋으며, 편하다는 것이 현대 오디오 마니아들의 눈길을 끄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501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4년 4월호 - 501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