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인 사운드를 정리해 보면 차분함과 고요함이 가장 먼저 와 닿는 제품이며, 절대 넘치지 않는 사운드는 마치 싱글 3극관의 사운드 느낌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쉽게 나서지 않고, 한발 물러나 스피커 뒤쪽으로 깊이 있는 무대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새로운 브랜드의 제품을 접할 때마다 이들 제품의 특징과 핵심 기술이 어떤 것인지를 먼저 살펴보게 된다. 그리고 브랜드의 제품 철학도 필수다. 이번에 새롭게 접한 트락스라는 브랜드도 이런 관점에서 살펴보면 최근의 제품들과는 차별화된 콘셉트가 느껴지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하이엔드 오디오의 변방으로 불리는 불가리아의 오디오 브랜드라는 점도 독특하다.
동사는 진공관 앰프 전문 업체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들은 일본의 진공관 앰프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유럽 스타일로 만들었다고 한다. 타무라 트랜스를 채용한 것도 고전적인 일본 회로 스타일을 추구하는 모습 중 하나로, 클래스A의 싱글 진공관 앰프 회로 방식을 모태로 대부분의 제품이 설계되어 있다. 더욱 재미있는 점은 이탈리아 개발자에 의해 설계되었고, 스위스에서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제품의 외관 및 만듦새는 스위스 제품의 이미지가 담겨 있으며, 사운드의 특징은 이탈리아와 일본 스타일이 결합된 개성이 강한 타입이다.
동사의 제품들은 프리앰프와 파워 앰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두 공통적인 디자인을 채용하고 있다. 파워 앰프의 경우 대부분 진공관 타입이기 때문에 상단에 진공관과 트랜스포머를 올려놓은 스타일이며, 외관의 케이스들은 동일한 사이즈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헤로스 파워 앰프의 경우 이와는 조금 다른 모습인데, 유일하게 풀 진공관을 사용하지 않은 하이브리드 제품이라는 것이 특별하다. 타 제품과 동일한 사이즈에 사방을 히트 싱크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을 채용한 심플한 스타일. 실제 제품의 만듦새를 살펴보면 엄청난 노력이 뒷받침되었을 것이라 짐작케 하는 제품이다.



전면은 사선으로 CNC 가공했고, 중앙에 파워 버튼을 적용, 언뜻 보아도 디자인의 독특함보다는 알루미늄 가공에 엄청난 비용을 들인 제품으로 완성되어 있다. 후면은 입력 단자(XLR/RCA) 선택과 입력 게인(Low/High) 선택 스위치가 있고, 5687 진공관이 노출되어 있다. 하이브리드 타입이지만 출력 트랜스가 적용된 타입이기 때문에, 출력 임피던스(4Ω/8Ω)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
헤로스의 하드웨어 콘셉트는 독특하다. 클래스A 증폭을 기반으로 진공관과 FET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트랜스포머 로더 타입을 적용하였으며, 출력단 FET와 최종 트랜스를 결합한 독특한 회로 구성이다. 일반적인 솔리드 앰프 회로와는 달리 최종 출력 트랜스 타입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 회로의 구성은 5극 진공관의 3결 접속을 통한 푸시풀 앰프 설계 기법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리고 풀 밸런스 설계를 위해 입력단에 밸런스 입력을 위한 위상 반전 입력 트랜스포머를 사용하고 있다. 진공관 앰프의 설계 기법을 유지하고 출력관 대신 FET를 구성한 것이다. 또한 전원부 노이즈 차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내부에는 트랜스포머부, 전원부, 그리고 출력단을 철저히 격리시켰다. 내부는 전원부와 출력부를 칸막이로 철저히 분리해 두고 있으며, 트랜스포머 역시 격리된 구조로 어셈블리가 이루어져 있다.
첫 곡은 피아노곡으로 루돌프 부흐빈더가 연주한 슈베르트 즉흥곡 op.90 D899 중 4번 A플랫 알레그레토를 들어 보았다. 부흐빈더의 감성적인 연주와 앰프 특유의 잔잔함이 잘 어울렸으며, 3극 진공관 앰프와 같은 잔향 전달이 많이 되었다. 스테이지는 넓지 않고, 스피커 위치를 넘어서지 않기 때문에 조금 느긋한 반응 속도가 느껴지는데, 디테일한 건반 터치의 질감 표현력보다는 피아노 음의 전체적인 윤곽을 그려내는 차분한 재생이었다.



보컬 곡으로 안네 소피 폰 오터의 목소리로 그리그의 가곡 중 '슬픈 나날'을 들어 보았다. 화려하지 않고, 자극 없는 자연스러운 고역의 처리 능력을 통해 그녀의 목소리의 두께감과 발음이 정확히 전달되어 들렸으며, 정적과 여운이 잘 전달되었다. 그리고 뒤 배경이 깨끗한 사운드를 중심으로 스피커 뒤쪽으로 깊숙이 물러난 깊이 있는 사운드가 재생되어, 이 제품의 장점을 잘 표현해 주는 곡이었다.
대편성곡으로 베토벤 교향곡 5번을 카를로스 클라이버가 지휘하는 빈 필의 연주로 3악장과 4악장을 들어 보았다. 대편성곡은 소극적이면서 스테이지가 그리 크지는 않다. 재즈곡으로 딕 하이먼 'Your Driving Me Crazy'를 들어 보았는데, 대편성과 달리 소편성 무대가 잘 그려졌으며 공간감이 좋다. 그리고 조심스런 작은 무대에서 스네어 드럼의 거리가 제대로 표현되어 있었으며, 드럼, 피아노, 색소폰, 트럼본은 함부로 나서지 않고, 포지션을 잘 지켜주면서 표현과 질감이 자연스럽게 매칭되어 있었다. 이를 통해 모두 적당한 거리를 둔 사운드 역시 스윙 재즈 특유의 리듬감을 잘 살려주었다.
전체적인 사운드를 정리해 보면 차분함과 고요함이 가장 먼저 와 닿는 제품이며, 절대 넘치지 않는 사운드는 마치 싱글 3극관의 사운드 느낌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쉽게 나서지 않고, 한발 물러나 스피커 뒤쪽으로 깊이 있는 무대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클래스A의 100W이지만, 출력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는 제품이란 점에서 스피커의 매칭 시 충분한 음압 레벨이 확보된 제품을 권장하고 싶다. 파워를 강조한 타입이라기보다는 아기자기하고, 조밀한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것이 특징. 제품 외관의 이미지와 잘 결합되어 있는 파워 앰프로 기억된다.

수입원 소노리스 (02)581-3094
가격 3,200만원  사용 진공관 5687×1  실효 출력 100W  입력 XLR×1, RCA×1 
크기(WHD) 21×23×40cm  무게 30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