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ll 2420 인티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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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 2420 인티앰프
  • 김기인
  • 승인 2014.01.01 00:00
  • 2014년 1월호 (498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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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빈티지 오디오 시스템의 왕좌를 차지하는 아이템들은 세 부류로 나뉜다. 그 첫째가 지멘스, 클랑필름, 텔레풍켄, 노이만, EMT를 위주로 하는 독일 군단 프로 장비들이며, 그 두 번째는 영국의 탄노이, 데카, 리크, 쿼드를 중심으로 하는 브리티시 사운드의 명맥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미국의 웨스턴 사운드와 마란츠, 매킨토시, 알텍, 젠센, JBL을 근간으로 하는 아메리칸 사운드의 계보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왕중왕 자리에 올라 있는 것이 소위 W.E.라고 불리는 웨스턴 사운드다. 영국 사운드가 주로 민수용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면, 독일과 아메리칸 사운드는 극장이나 역사, 방송국, 공연장 등을 타깃으로 하는 프로 장비 시스템 위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말하자면 프로 버전을 정리하고 간추려서 가정용 홈 빈티지 사운드로 최적화시켰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빈티지 시스템의 특징은 그 당시 비용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소리와 내구성을 위주로 최고급 장비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부피나 무게, 가격이 현재로서도 장난이 아니다. 특히 웨스턴 장비들은 더욱 그러해서 웨스턴을 제대로 들으려면 우선 음향적으로 잘 설계된 리스닝 룸부터 꾸며야 할 정도로 각고의 노력과 경제적 부담이 수반된다. 웬만한 고급 아파트 한 채 값에 해당하는 W.E. 장비를 구매하고도 리스닝 룸 설계가 잘못되어 그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마니아들을 숱하게 보아 왔는데, W.E.가 넓은 장소에서 사용하는 프로 장비라는 사실을 간과한 데서 오는 부작용이었다. 그러나 빈티지 마니아라면 누구나 W.E.를 집에 들여놓으려는 꿈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소리에 특유의 매력이 있고, 오디오적 집중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W.E.의 가장 핵심은 그들의 초대형 혼 스피커 시스템과 3극관을 중심으로 하는 앰프류들의 트랜스 성능에 있다. 특히 그들의 트랜스 성능은 아직까지 어떤 회사에서도 모방하지 못할 만큼 특유의 음질 특성과 성능을 자랑한다. 트랜스 내부에 사용되는 코어의 재료와 구조는 지금도 연구 대상이어서 끊임없이 분석해 모방품을 만들어 내고 있지만 모든 면에서 역부족이어서 그 동일한 성능의 제품은 공식적으로는 없는 것이 현재 실정이다.
웨스턴 사운드는 비슷한 시대의 피어리스나 알텍, 젠센 등에서 유닛이나 부품 등을 주문 생산해 자사 제품에 도입했는데, 매우 철저한 품질 관리 규정을 가지고 있었다. 스피커의 경우 알텍에도 동일 모델이 있지만 W.E. 마킹의 제품과는 소리 차이도 있고, 가격 차이도 큰 것이 실정이다. 그래서 마니아들 중에는 W.E. 계열의 스피커나 앰프에 지대한 관심을 쏟는다.





그중에서 진공관 앰프 분야에서는 W.E. 계열사라고 해서 그 인기를 배가시킨 회사가 있는데, 바로 'Bell Sound Systems'이다. 벨 사운드는 웨스턴의 규정에 의해 그들의 측정 장비나 음향 장비 일부를 만들어 납품했는데, 그런 제품들을 보면 W.E.의 명색에 전혀 뒤지지 않게 완전주의자적 제품 정신을 보이고 있다. 그 벨 사가 프로 버전과는 달리 민수 버전의 앰프와 스피커도 생산했는데, 현재에 이르러 남아 있는 제품은 많지 않고,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모델이 3030이라는 6V6 PP의 스테레오 인티앰프다. 3030은 15W/ch의 6V6 PP 앰프로 정류관 6CA4 1개와 출력관 6V6 4개, 증폭관 12AX7 6개를 사용하는 비교적 저렴한 가정용 앰프다. 그리 탄탄한 느낌의 디자인도 아니고, 내부도 정밀하게 만들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약간 어수룩한 인티앰프였다. 그러나 그 사운드는 풍성할 뿐 아니라 질감과 음악성을 모두 갖춘 발군의 성능을 발휘한다. 그래서 '역시 W.E. 계열사 제품답군'이라는 칭찬을 한 몸에 받았었다. 특히 알텍 스피커와 매칭시키면 알텍 스피커의 강한 면을 잘 커버해 부드럽고도 질감 풍부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단 3030의 각 부품이나 배선이 약간 약하고 부족해 내구성 면에서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고, 디자인이 좀 모자란다는 인상이었다. 그래서 동일 음색의 더 나은 벨 제품을 찾다 보면 나오는 것이 2420이다. 2420은 전면 패널이 좀더 현대적이며, 3030보다 후기 모델이다. 역시 6V6 PP로 4개의 6V6과 1개의 6CA4 정류관, 5개의 12AX7을 사용해 구성된 인티앰프이다. 후기 모델인 관계로 우선 디자인적인 장점과 부품의 생생한 성능이 마니아들의 욕구를 받쳐 준다. 출력은 채널당 10W 정도로 약간 줄어들었지만 전체적 음색은 3030과 동일하다. 알텍 스피커와 물리면 예의 그 부드러운 음색의 질감이 살아나 손색이 없다. 제품도 3030에 비해 깨끗한 것이 많고, 전면 패널이 정리된 감이 있어 3030의 추종자라면 한 번 살펴볼 만한 매력 있는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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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4년 1월호 - 4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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