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lody New H88A Sig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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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ody New H88A Signature
  • 월간오디오
  • 승인 2013.12.01 00:00
  • 2013년 12월호 (4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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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디의 새로운 진화 뉴 시그너처
요즘 여기저기서 시연회다 발표회다 해서 행사가 많다. 제품 개발자가 멀리 유럽이나 미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직접 날아오는가 하면, 외국의 유명 평론가가 얼굴을 내밀기도 한다. 오디오계의 불황이 어제오늘이 아니지만, 이런 난국을 어떡하든 타계해 보려는 업체들의 노력이 이렇게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고 있다.
그런데 이런 행사에 참석하는 애호가들의 수준도 점차 올라가서 이제는 어지간한 빤한 내용으로는 절대 만족하지 못한다. 따라서 점차 심도 깊은 프로그램으로 진행이 되고 있는데, 이는 반대로 이 세계에 진입하려는 초심자들에게 높은 벽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래저래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순간이다.
바로 요즈음, 진짜 솔로몬의 지혜가 발휘된 제품을 만났으니 바로 신작 멜로디 앰프다. 무슨 말인가 하면, 여러 개선 사항 중에 첫 번째로 꼽을 만한 미덕, 바로 리모컨 작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이런 부분이 감각적으로 잘 이해되지 않는 분도 있을 것이다. 기껏해야 리모컨 하나 더 주는 것뿐인데, 왜 이리 호들갑이냐고. 그러나 실사용에 있어서 이런 서비스의 제공은 그야말로 천지개벽이라 해도 좋을 만큼 큰 차이가 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요즘 리모컨이 없는 전자 제품이 뭐가 있는가? 거실 주변을 한 번 둘러보자. TV, 블루레이 플레이어, AV 앰프, CD 플레이어, 플레이스테이션 3, 에어컨, 심지어 로봇 청소기까지 일단 리모컨은 필요충분조건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하이파이용 제품에 있어서, 특히 앰프에 있어서 이런 편의성이 다소 무시되어 온 듯하다.
이 대목에서 좀 기술적으로 설명하면, 리모컨으로 동작시키는 볼륨단과 그냥 손으로 돌리는 볼륨단은 그 설계 방침 자체가 다르다. 당연히 전자가 훨씬 더 어렵다. 앰프, 특히 프리앰프부에서 볼륨단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이라고 할 때, 이런 인티앰프의 퀄러티는 바로 이 대목에서 상당 부분 정해지는 것이다. 일례로 1980-1990년대 초를 이끌었던 여러 하이엔드 앰프들이 급속히 리모컨을 도입하면서 한동안 문제를 야기시킨 적이 있었다. 왠지 소리가 전만 못했던 것이다. 이 부분을 극복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었음은 물론이다.



원래 멜로디라는 회사는 제품 가짓수를 많이 만들지 않는다. 대신 어떤 모델이라도 지속적으로 개량을 해서 좀더 완결된 제품으로 발전시킨다. 그 과정이 어느 하이엔드 업체 못지않게 조심스럽고 또 신중하다. 당장 돈이 된다면 이것저것 뜯어 고치고 외관을 근사하게 바꿔서 가격표를 왕창 올리는 메이커들과는 근본부터가 다른 것이다.
이번에 만난 제품은 일단 외관부터 바뀌었다. 한 눈에 봐도 수려하고 아름다워졌다. 전작들이 다소 수줍은 시골 처녀와 같았다면, 여기선 세련된 도회지 여성이 연상된다. 그것도 울긋불긋 화장발이 가득한 말괄량이가 아니라, 제대로 투피스 정장을 갖춰 입은 양가집 규수와도 같다. 이런 디자인상의 변화는 일단 환영할 만하다.
좀더 자세히 보면 노브 자체가 바뀌었다. 전작이 다소 무뚝뚝하고 거칠었다면, 여기선 더 나긋나긋하고 감촉이 좋다. 그런 느낌은 어김없이 음에 반영이 된다. 참, 오디오란 그런 면에서 신기한 물건이다. 더불어 바닥의 3점 지지 스파이크는 한눈에 봐도 견고하고 무게감이 느껴지는 알루미늄 스파이크로 바뀌었는데, 이 부분이 전체적인 이미지에 기여하는 바를 무시할 수가 없다.
이제 내면을 엿볼 때다. 사실 이 부분은 올 초에 구작 시그너처와의 달라진 부분으로 소개되었지만, 오랫동안 스테디셀러로서의 입지를 굳혀온 구작과의 차이점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자 한다.
우선 관의 구성부터 살펴보자. 초단관은 구작에서 12AX7을 썼는데, 신작에선 XF184(3EJ7)으로 바뀌었다. 드라이브관도 6SN7에서 RCA 6BA11으로, 그것도 오리지널로 변경되었다. 이게 뜻하는 바가 무엇일까? 말하자면 3극관에서 5극관으로 바뀌었다는 것으로, 출력관에 동원된 같은 5극관인 KT88을 구동하다고 볼 때 훨씬 이점이 있다. 더 디테일하고 투명한 음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과연 이런 관의 교체만으로 음이 이렇게 멋지게 좋아질 수 있는 것일까? 실은 이번의 변경 내용에서 그것은 아주 일부에 속한다. 좀더 본격적으로 알아보자. 커플링 콘덴서를 보면 여태껏 호블랜드의 뮤지캡을 써 왔다. 사실 커플링 콘덴서는 진공관뿐 아니라 TR 앰프에서도 음질이나 음색을 결정할 때 매우 중요한 소재다. 하지만 이번에는 멀티캡의 PPMFX를 무려 6개나 동원했다. 아마도 멀티캡 쪽이 더 명확하고 현대적인 감각의 음을 들려주기에 이번에 바꿨다고 짐작이 된다.
원래 본기를 뜯어보면 구작의 경우 중앙에 커다란 릴레이와 보호 회로가 장착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에 아예 없애 버렸다. 어떤 앰프든 보호 회로가 많을수록 내구성은 좋아지지만 음질은 열화된다. 당연한 이치다. 그래서 최상의 경지는 보호 회로를 쓰지 않으면서 내구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기의 최대 성과는 바로 이 부분에 있지 않을까 싶다. 덕분에 베일이 몇 꺼풀 벗겨진 듯한 디테일하고 3차원적인 음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본기의 출력은 AB클래스로 50W다. KT88을 쓴 앰프치고는 과하지 않게 처리했다. 모 앰프의 경우 75W까지 뽑아내는 데에 비하면 약간 부족하지 않나 우려를 가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해 보면 어지간한 스피커들은 무리 없이 구동한다. 이제 본격 시청에 들어가 본다.
첫 곡으로 들은 윈튼 마샬리스의 'Feeling of Jazz'에는 다이안 리브스가 게스트 보컬로 참여했다. 정통파 흑인 보컬의 대명사답게 파워풀하고 끈끈하며 가슴이 후련한 노래를 부른다. 중간에 트럼펫이 등장할 땐 한바탕 태풍이 부는 것과 같다. 이전 제품과 비교할 때 훨씬 대역이 넓고, 특히 저역의 펀치력은 엄청나다. 솔직히 가격을 생각하면 반칙 아닌가?
이어서 솔티가 지휘하는 말러의 교향곡 2번 1악장은 리스닝 룸을 가득 채우는 음향의 깊이와 넓이가 인상적이다. 다양한 혼과 브라스가 등장하고, 비극적인 현의 울림이 공간 가득 울려 퍼진다. 말러의 음악에서 기대하는 스케일이 충분히 나오며, 개개 악기의 음색이나 정위감도 빼어나다. 멍청한 구석은 하나도 없고, 디테일이 잘 살아 있으면서 들뜨지 않는다. 스피커를 완전히 갖고 논다는 느낌이 들만큼 엄청난 구동력이 인상적이다.
펄만의 연주로 들어본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봄'은 상당히 우아하고 실키한 음색이 포근하게 마음을 감싼다. 그 주변을 에워싼 피아노의 은은한 음향도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중간 중간 강력하게 돌진하다가 살포시 풀어지는 대목의 묘사가 능숙하다. 아슈케나지가 반주하는 피아노 음의 영롱함도 특필할 만한 대목.
본작은 단순한 리모컨의 도입뿐 아니라 숱한 개량을 통해 더욱 하이엔드 성향의 내용으로 탈바꿈했다. 올 초에 구작에서 엄청난 개량을 감행한 신작으로 소개된 시그너처였지만, 이번에 소개하는 뉴 시그너처는 단순히 리모컨이나 외관 디자인뿐만 아니라 음질 또한 더 진화되었다. 그러면서도 아무런 티도 내지 않고 묵묵히 평가하는 자의 몫으로만 남겨두는 우직함이 돋보인다. 이번 모델은 편의성과 음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포획한 새로운 행보로 평가할 만하다.



수입원 헤르만오디오 (010)4857-4371
가격 305만원   사용 진공관 KT88×4, XF184×2 , 6BA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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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3년 12월호 - 4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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