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lody Valve Hi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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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ody Valve HiFi
  • 월간오디오
  • 승인 2013.11.01 00:00
  • 2013년 11월호 (496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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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의 매혹적인 오렌지 빛으로 세상을 물들이다
멜로디 밸브 하이파이는 진공관 수집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던 오디오 애호가가 1996년에 설립한 진공관 앰프 전문 메이커다. 그동안 다양한 출력관을 이용해 가성비가 출중한 제품들로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았는데, 특히 국내에서는 H88A 시그너처와 아리에타 등이 스테디셀러로 꾸준한 인기를 끈 바 있다.
멜로디 밸브의 최신 제품인 AN211 MK2. 모델명에서 보이는 것처럼 211은 대형 송신관 211을 출력관으로 쓰는 인티앰프다. 211과 같은 송신관은 가청 대역보다 훨씬 더 높은 고주파 대역을 처리해야 하므로 흔히 쓰는 저주파용 진공관에 비해 고역 특성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1000V 수준의 높은 B 전압이 필요한 것은 물론, 회로 구성에도 어려움이 많아서 에어타이트처럼 가격이 매우 비싼 제품들에서나 간혹 볼 수 있었을 뿐 상품화된 것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211과 같은 대형 송신관을 앰프에 잘 구사하게 되면 다른 진공관 앰프에서 얻을 수 없는 분명한 이점을 갖게 된다. 가장 중요한 점은 211이 삼극관이며, 출력이 2A3나 300B와 같은 일반 삼극관보다 크다는 점이다. 즉, 2A3나 300B를 사용한 앰프들은 출력이 낮으므로 매칭할 수 있는 스피커들이 빈티지나 일부 음압이 높은 스피커로 제한되거나, 음압이 낮은 현대의 스피커에 대응하려면 출력관을 병렬, 혹은 푸시풀로 연결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211은 싱글 구성으로도 최대 50W까지도 뽑을 수 있으므로, 한 채널에 단 하나의 출력관만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음의 순도를 중시하는 애호가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덕목이 된다. 아무리 똑같이 만든 진공관이라도 편차는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므로 출력관을 여러 개 사용하게 되면 음에 블러링이 생기는 것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300B가 진공관의 명기로 추앙받게 된 이유도 투명하고 아름다운 고역에 있는데, 이는 바로 300B가 빔관이나 오극관보다 극히 단순한 형태의 삼극관으로서 특히 싱글로 많이 사용되었기 때문인 것이다. 즉, 멜로디 밸브의 AN211 MK2는 삼극관 싱글 앰프의 한계라고 할 수 있는 스피커 구동 능력을 개선한 현대적인 삼극관 싱글 앰프라고 할 수 있다.
AN211 MK2는 최근 동사에서 야심차게 기획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뉴 프리미엄 시리즈의 첫 번째 제품이다. 일설에 의하면 이 앰프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앰프에 속하는 영국 오디오 노트의 온가쿠(Ongaku) 앰프를 타깃으로, 그에 준하는 성능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구현하고자 개발되었다고 한다. 멜로디에서는 정밀한 회로 설계와 최고급 부품들을 아낌없이 투입하면서 앰프의 가격을 현실적인 선에서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하는데, 그 결과는 성공한 것 같다. AN211은 미국 가격 기준으로 온가쿠에 비해 불과 6%의 가격으로 완성되었는데(온가쿠가 얼마나 비싼 앰프인지 독자 분들은 감을 잡으셨으리라), 해외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끈 것은 물론, 알만한 해외 오디오 전문 웹진에서 최고의 진공관 앰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AN211 MK2의 외관은 그동안 멜로디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었던 피아노 마감이 아닌 알루미늄의 질감을 잘 살린 마감으로 신선한 느낌이다. 심플한 디자인의 프런트 패널에 곡선을 사용해 포인트를 살렸고, 사이드 패널에는 부드러운 우드 가공으로 아날로그의 느낌을 구현했으며, 곡면과 직선이 조화롭게 가공되어 고급스럽게 보인다. 단순함을 최대로 살리기 위해 프런트 패널에는 실렉터와 볼륨만을 배치시켰고, 전원 스위치는 사이드 패널에 장착했는데, 전체적으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연상시키는 세련된 기품을 담고 있다. 역시 깔끔한 디자인의 리모컨도 포함된다.
초단은 쌍삼극관 12AU7을 반씩 나눠 사용하는 구성. 12AU7은 증폭도가 높지 않은 대신, 출력 임피던스가 낮아 많은 앰프에서 널리 사용되는 감초와도 같은 진공관이다. 드라이브 관은 독특하게 1L4를 사용하고 있는데, 1L4는 1940년대부터 포터블 라디오에 사용되었던 소형 5극관으로, 저전력과 함께 특히 고역 특성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L4는 아마도 211의 우수한 고주파 특성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 선택된 것으로 여겨지는데, 진공관 컬렉터가 주재하는 회사의 제품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류관으로는 5U4가 사용된다.
내부를 보면 멜로디 밸브의 제품답게 더 말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한 땀 한 땀 포인트를 일일이 숙련된 기술자가 납땜해서 완성하는 하드와이어링 방식이다. 특히 211과 같은 대형 송신관은 일반 오디오용 진공관보다 고전압에서 동작하므로, 기판 대신 하드와이어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음질 면에서 적지 않았을 것이다.
사용된 부품을 보면 1% 메탈 필름 저항은 기본, 초고가의 젠센 코퍼 포일 커패시터와 문도르프 실버 오일 커패시터, 니치콘 골드 대용량 전해 커패시터와 루비콘 전해 커패시터 등의 고급 부품들이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다. 배선에는 테플론 실드 은도금선과 고순도 동선을 적재적소에 사용했으며, 진공관 앰프의 핵심 부품이라고 할 수 있는 출력 트랜스는 일본에서 제작한 특수 열처리 C코어에 일일이 수작업으로 감은 트랜스포머를 사용하고 있다.
싱글 앰프로서 밸런스 입력에 대응하고 있는 것도 특이한 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가끔 보게 되는 '무늬만' 밸런스 입력이 아닌 정식 밸런스 입력이다. 그것도 일반적인 OP 앰프 회로가 아닌 광대역 입력 트랜스를 장착했고, 실드에도 만전을 다 하고 있다. 이 점은 밸런스 입·출력을 선호하는 애호가들에게 큰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막강한 전원부도 인상적이다. 전술한 대로 5U4가 정류관 역할을 하는데, 특이한 점은 용도별로 분리된 대용량 반도체 정류부가 병행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5U4는 반도체 전원부와는 별개로 출력관의 수명을 늘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원부의 배선은 헤비 게이지 고순도 동선을 사용하고 있다.
채널당 13W의 출력은 211관의 능력이나 여유 있는 전원부에 비해 좀 낮게 잡았다는 느낌이 들지만, 음색의 조정 과정에서 최적의 동작 조건을 찾아낸 결과일 것이다. 물론 출력을 낮게 잡으면 진공관의 수명 연장과 발열 문제와 같은 안정성에는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출력관 211은 직류 점화를 통해 원천적으로 험을 제거했으며, 따라서 삼극관 앰프에서 흔히 보는 험 밸런스 조정 단자도 없다.



소리를 듣기 위해 앰프를 켜 본다. 서서히 달아오르는 211의 불빛을 마주하니 주변의 모든 사물이 멈춘 듯, 토륨-텅스텐 전극만이 내주는 매혹적인 오렌지 빛에 경도된다. 그 저항할 수 없는 매력에는 도저히 마음을 뺐기지 않을 수가 없다. 진공관 앰프에서 진공관의 불빛을 볼 수 없다면 얼마나 허전할까.
음에 대해 가장 먼저 느낀 인상은 음색이 차분하고 자연스럽다는 점이다. 삼극관 싱글, 게다가 송신관이라는 점을 생각하며 뭔가 색채감이 분명하고 쭉쭉 뻗는 약간의 과장이 섞인 화려한 고역을 예상했는데, 이 음은 단정하면서 기품을 가진 정직한 음이다. 고역에서 음의 분해 능력이 빼어나고 무척이나 섬세한데, 듣다 보니 이 음은 바로 매우 높은 S/N비에 기인한 듯하다. 이 앰프는 정숙해서 일체의 잡음이 없기 때문에 이런 정교한 음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어느 해외 리뷰에서 높은 전압을 가한 송신관의 음은 그 높은 전압으로 일체의 잡스런 음들을 '멸균'시킨 것 같은 맑은 음을 낸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아마 그 느낌이 이런 것이었을 것이다.
이 음은 분명 차원이 높은 음이다. 비유하자면 최고급 은선의 음과 같다. 은선을 기피하는 애호가들이 많을 텐데, 아마도 그런 분들은 저급한 은도금선에서 '날리는' 음, 화장기가 짙은 음에 질색한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잘 만든 최고급 은선에서 나오는 음은 음악에 포함된 세밀한 정보를 낱낱이 보여 주면서도 자연스러움과 나긋나긋함을 잃지 않고 감동을 준다. 세련된 외관과 훌륭한 소리를 겸비한, 게다가 불빛까지 매혹적인 멋진 진공관 앰프의 출현에 박수를 쳐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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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3년 11월호 - 4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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