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dis J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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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is JPL
  • 정우광
  • 승인 2013.10.01 00:00
  • 2013년 10월호 (495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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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밀한 중음역의 황금빛 아름다움을 맛보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어 대부분의 애호가들이 바뀐 음의 환경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던 시기에 새로운 음의 표준을 제시한 대표 기종으로서 자디스의 가치는 빛이 나는 것이었는데, 오래된 중고 제품이 아니라 새롭게 만들어진 이 제품을 들어보니 역시 좋은 음의 본질은 변화하지 않는 것임을 새삼스럽게 일깨워주고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음악을 기록하고 재생하는 매체의 주력이 LP 음반에서 CD로 옮겨가면서 재생 시스템에 커다란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 중반의 일이었다. 미세한 소릿골을 따라 움직이는 바늘 끝에 이어진 캔틸레버에 감긴 머리카락보다도 가는 선에 유도되는 전류의 변화가 음악 신호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 신호를 증폭하는 앰프에서는 어떻게 하면 이 신호를 잘 증폭하는가 하는 것이 품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가 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음반의 소릿골에 음악을 저장하는 과정에서 기록 밀도를 높이기 위해 저음역의 신호를 억제하고 고음역의 신호를 강조해 기록하기 때문에 앰프의 초등 단계에서 이 신호에 저음역을 강조하고 고음역을 억제하는 이퀄라이징 회로가 필수 사항인데, 이 과정에서 소리 신호는 천 배 이상의 큰 증폭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전체 오디오 시스템의 음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프리앰프의 포노 EQ 회로였었다. 이러한 것이 CD의 등장으로 입력단의 신호가 강력한(?) 것으로 변화함에 따라서 프리앰프의 음질 결정의 중요한 요소였던 포노 EQ 회로에서 라인 앰프 회로로 변화했던 것이다. 천배 가까운 증폭이 이루어졌던 포노 회로에 비해서 메인 앰프로 음성 신호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증폭의 필요가 없어진 볼륨 조정용의 완충 회로만이 필요하게 되었던 터라 앰프의 제작자들은 어떻게 해야 좋은 소리를 내어주는 프리앰프를 만들 것인가에 대해 혼란스러워 했다. 그래서 프리앰프 무용론이 등장하기도 하고, 볼륨 기능만을 갖춘 패시브 앰프가 등장하기도 하였던 것이 80년대 중반의 하이파이 오디오 업계였던 것이다.



자디스의 프리앰프를 앞에 놓고서 이처럼 30여 년 전의 일을 떠올리는 이유는 이 제품이 발표되었을 당시의 오디오 상황이 생각나서이다. 과거의 포노 EQ가 내장된 프리앰프를 사용하여 CD를 재생하던 오디오파일들에게 라인 전용의 진공관 앰프인 자디스의 JPL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CD의 음질은 대충 거기에서 거기인 것처럼 여겨졌던 당시에 JPL에서 만들어주는 소리를 들어본 애호가들은 열광했던 것이다. 당시 프리앰프의 대부 격이었던 마란츠나 매킨토시의 프리앰프에서 라인 증폭 부분만을 떼어낸 것 같은 단순한 회로인데,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최종적인 소리는 전혀 다른 고품격의 사운드로 변화했던 것이었다. 이 제품이 나오게 됨으로써 CD를 재생함에 있어서도 프리앰프의 중요성이 다시 인식되게끔 되었고, 뒤이어 수많은 제품들이 줄을 지어 나왔던 것이었다. 화려한 등장만큼이나 JPL의 인기는 오랫동안 식을 줄을 몰라서 많은 애호가들의 위시리스트에 올라 있기도 했는데, 당시의 제품 가격 기준으로는 무척이나 높은 가격이 보급에 걸림돌이 될 뿐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인기가 있는 제품이다 보니 중고 시장에서도 무척이나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지금 눈앞에 시청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제품을 보니 마치 타임캡슐에서 다시 끄집어낸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한동안 우리 시장에서 사라져서 더 이상 제품의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제품의 사용 설명서를 보니 그동안에도 생산은 계속 이루어져 왔던 것이라고 한다. 다만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쏟아지는 수요에 맞추기가 힘들어서 우리 앞에는 나타날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이라고 한다.



이 제품의 시청을 위해서 에어 타이트의 ATM-300과 비투스 오디오의 SM-102가 준비되었다. 스피커 시스템으로는 이번 호의 시청기인 레거시 오디오의 위스퍼와 클립시의 F-30을 준비했다. 우선 에어 타이트와 연결된 클립시의 소리를 듣는다. 3극 진공관 싱글 구동의 앰프로 울리기에 클립시의 스피커는 제격이다. 예열이 더딘 관계로 제품의 베스트 성능은 끌어내지 못했지만 한 번에 스피커의 울림이 높은 품격의 것으로 바뀌어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앰프의 볼륨 범위는 에어 타이트의 게인을 최대로 하였을 경우에 8시를 넘기기가 힘들 정도로 커다란 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적은 볼륨에서의 맑고 디테일한 사운드를 즐기려고 한다면 두 개의 앰프는 미스 매칭이 될 것이다. 두 개의 앰프가 다 현대의 저 능률 스피커를 인식해서인지 게인을 상당히 높게 잡고 있어 조정 범위가 제한적이었다. 이어 앰프를 비투스의 것으로 바꾸어 보았다. A급 증폭으로 한 채널당 100W의 출력을 가지고 있는 이 앰프는 겉모습부터가 상당히 위압감을 주고 있다. 하지만 스피커를 통하여 나오는 사운드는 매우 경쾌하고 반응이 빠르다. 앰프의 무게에 반비례하여 재생음의 무게가 가벼워진 듯한 느낌이 든다. 더욱이 이를 구동하는 자디스의 농밀한 중음역의 전개와 빠르고 경쾌한 반응은 거대한 크기의 레거시 스피커를 매우 상쾌한 소리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어 대부분의 애호가들이 바뀐 음의 환경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던 시기에 새로운 음의 표준을 제시한 대표 기종으로서 자디스의 가치는 빛이 나는 것이었는데, 오래된 중고 제품이 아니라 새롭게 만들어진 이 제품을 들어보니 역시 좋은 음의 본질은 변화하지 않는 것임을 새삼스럽게 일깨워주고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수입원
소비코AV (02)525-0704
가격 1,100만원  사용 진공관 ECC83×3, ECC82×1  주파수 대역 15Hz-100kHz(-3dB) 
크기(WHD) 43×17×29cm  무게 1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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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is #J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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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3년 10월호 - 4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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