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를 시작하려는 후배와 긴 대화를 나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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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를 시작하려는 후배와 긴 대화를 나누다
  • 양해남
  • 승인 2013.09.01 00:00
  • 2013년 9월호 (494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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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후배에게 오디오 시스템 구성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제가 음악을 좋아하는 편인데, 쓸 만한 오디오 좀 추천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대략 이런 종류의 질문인데, 내가 가끔씩 받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답하기로 치자면 참으로 난감한 질문이기도 하다. 내가 아무리 성의를 다해서 답변을 한다 해도 질문자는 만족할 만한 답을 얻지는 못하는 편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가능하면 확실한 답에 접근하기 위하여 질문을 한 사람에게 다시 질문을 하곤 한다.  어떤 음악을 좋아하나요?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종류의 음악이 존재하고, 또한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지? 간략하게 나누어 봐도 수십 종류이며 조금 자세히 나누면 수백 종의 음악들이 흘러나오고 있어. 이 중에서 네가 좋아하는 음악은 극히 제한적인 편이지? 이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오디오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하지만 제가 너무 막연하게 음악을 듣고 있는 편이라서 쉽지는 않군요.그렇다면 오디오 시스템도 막연해질 수밖에 없어. 모든 장르를 다 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만은 나도 아직 이런 오디오 시스템은 들어본 적이 없거든. 아무 장르라도 좋아. 무언가 선택을 해야만 해. 한 번 네가 정말 좋아하는 음악의 장르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떨까.어떤 오디오 시스템을 구성할까보다는 어떤 음악을 진정으로 좋아하는지를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겠군요.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전용공간을 가지고 있나요?혹시 음악을 혼자 듣기로 마음먹고 시스템을 구성하려고 해?네. 주로 작업실에서 혼자 들을 생각입니다. 하지만 가족이나 찾아오는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그렇다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전용공간이 갖추어진 셈이군. 매우 이상적인 환경이라고 볼 수 있지. 많은 이들은 거실이라는 공간을 이용하는데, 나는 이 공간이 음악 감상에 적합하지는 않은 편이라고 생각 해.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지. 나는 거실이라는 열린 공간보다는 크기가 작아도 사면이 막힌 방을 추천하고 싶어. 뭐 골방이라도 관계는 없고. 음악 감상에는 이쪽이 훨씬 유리한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작업실의 크기가 약간은 큰 편인데 관계는 없겠지요?역시 큰 공간이 음악 감상에 더욱 좋을 것 같지만 그 공간에 놓인 가구나 물건들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아. 효율적인 음악을 재생하기 위해서 많은 수고가 따라야 하겠는 걸? 큰 공간에서의 재생이 더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어.여러모로 고민을 해서 오디오 시스템의 위치를 선정하도록 할게요. 뭐 좋은 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즐긴다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오디오 시스템에 예산은 얼마나 지출할 수 있나요?오디오 시스템은 한 번 구성을 하면 완벽하게 마무리가 되는 그런 구조가 아니야. 초기에 지출된 비용과는 별도로 지속적인 유지비가 지출이 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그래도 대략적인 예산이 궁금합니다. 또 예비비로 얼마 정도를 준비해야 하는지요.예전에 유명하신 평론가 분으로부터 오디오 연봉론이라는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이 분의 의견에 나는 전적으로 동감을 해. 전체 시스템을 합한 금액은 나의 연봉을 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물론 예비비를 포함해서 말이지.처음 시작을 하는 저에게 약간은 부담스러운 액수가 될 수도 있겠군요.오디오 시스템을 구성하면서 한 번에 지출하라는 이야기는 아니야. 점차적으로 살림을 늘려나가는 것이지. 가령 아주 기본적인 구성(스피커, 앰프, 소스)을 하고 필요에 따라 교체나 추가를 해나가는 것이 좋아.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편할 수도 있겠지만 시스템을 구성해 나가는 즐거움도 매우 크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어.그렇다면 한 번에 구성하는 시스템은 한 번에 허물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로도 들리네요. 예산의 규모는 부담스럽지 않은 범위에서 저의 연봉을 넘지 않도록 계획을 짜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족과 함께 음악을 들을 수 있나요?음악은 혼자 즐기는 게 가장 이상적이긴 해. 하지만 자칫 가족들에게 누가 될 수도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좋아하는 음악만 고집하지 말고 가끔은 아내나 혹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즐기는 게 좋아. 가족과 함께하는 음악 감상은 세대를 넘어서는 소통의 도구가 되기도 하거든.가족과 함께 음악을 즐긴다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노력을 해보도록 할게요.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작업실에서 아내가 예전에 좋아했던 음악을 자연스럽게 들려주며 유도를 해봐. 그리고 혹시 그 곡이 요즘 가수들이 리메이크한 곡이라면 더욱 좋겠지. 이런 노래들을 찾아보면 꽤 많이 있거든. 이렇게 되면 아이들도 오디오에 한발 가까이 다가서게 되는 것이지. 함께 듣고 그 음악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매우 중요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는 게 관건이지만.아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역시 세대 간의 소통을 위해서 음악은 매우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그리고 가족들에게 음악은 오디오 시스템으로 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면 좋겠어. 휴대용 기기나 다른 방법을 통해서 듣는 음악이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지. 특히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차이점을 음악을 직접 들려주며 설명을 해주면 누구든지 납득을 할 수 있거든. 그게 여의치 않다면 D/A 컨버터를 통한 디지털 음원을 들려줘도 그 차이점은 확연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좋은 음악은 좋은 소리로 들어야 한다는 점을 말이지.함께 즐기는 오디오 시스템, 그리고 같이 즐기는 음악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게요. 혹시 좋아하는 소리의 취향이 있나요?요즘은 인터넷 상에는 오디오에 관한 정보들이 너무 많아서 나도 혼란스러워. 이러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나만의 뚜렷한 주관이 필요해. 누가 좋다고 추천하는 정보에 부화뇌동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 사실 정보의 오류가 너무 많은 편이거든. 이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사운드를 찾아내는 일이 우선이야.정말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나만의 소리를 찾아낼 수 있을까요?사운드를 구별하는 방법은 역시 많이 들어보는 게 제일 중요해. 흔히 귀동냥이라고 하지. 나는 오디오 숍을 방문해서 들어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신뢰감이 가는 오디오 숍을 선정해서 지속적으로 방문을 하고 다양한 사운드를 경험해 보는 게 좋겠지. 방문 시에는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음악을 들고 가거나 주인에게 부탁을 해서 주의 깊게 듣다보면 소리에 대한 감이 잡힐 거야.주위에서 보니까 동호인들의 집을 방문에서 듣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만. 이 방법은 어떨까요?매우 조심해야 될 사항이 동호인의 집에서 음악을 듣는 일이야. 일단은 그 소리는 그 시스템을 구성한 동호인의 개성으로 가득한 소리로 보면 되지. 이 소리는 참고가 될 수도 있지만 나의 소리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해. 또한 그 동호인의 소리는 그의 만족도가 높은 소리이기 때문에 자칫 너에게 강요된 소리로 들릴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하고.그렇군요. 하긴 그 소리를 위해서 그 사람은 많은 시간과 경비를 투자했을 테니까요. 앞으로 저도 저 자신만의 소리를 찾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도 비교적 긴 시간을 투자해서 설명을 해봤지만 내가 느끼는 것은 선택은 그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명확한 사실이 하나 있다. 음악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귀하며 우리들의 인생을 너무나 풍요롭게 해준다는 사실이다.나는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나만의 기준이 있다. 음악을 듣지 않고 사는 불행한 사람, 음악을 즐기며 사는 행복한 사람이다. 이제 이 후배도 행복한 사람으로 거듭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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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3년 9월호 - 4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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