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CF-580 카세트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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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CF-580 카세트 라디오
  • 김기인
  • 승인 2013.08.01 00:00
  • 2013년 8월호 (493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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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인의 아날로그 기행 79
 필자의 고등학교 시절인 1970년대 중반의 학생들이 가장 소유하고 싶었던 품목이 카세트 레코더였다. 소형 릴 녹음기와 함께 카세트 레코더가 당시 유행 품목이었는데, 릴은 부피도 크고 다루기도 불편해 포터블 소형 카세트 레코더가 선택 순위 1위였다.



필자는 단순히 레코더 기능만 충실한 소형 카세트 레코더가 좋았는데, 상급기로 올라가면 카세트 녹음 기능에 FM 라디오, 그리고 스테레오 기능이 추가된 것들이 많았다.간단하게 적정 위치에 놓으면 언제 어디서라도 완성된 오디오 시스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비교적 오디오 설치에 제약을 받는 국내 가정 공간에서는 적격이었다. 특히 야외 놀이를 가거나 이동이 필요한 행사에서는 더욱 제 기능을 발휘하는데, 이동이 간편하도록 상부에 손잡이도 붙어 있어 편리했다. 그 시절 기차를 타고 야유회를 가는 학생들이나 회사 모임의 그룹에서는 의례히 카세트 라디오를 끼고 있는 것이 다반사였다. 가끔 무거운 LP 판을 들고 소위 야전이라고 하는 LP 레코드 플레이어를 동반하는 그룹도 있었지만 LP가 무겁고 소형 야전으로는 카세트만큼 음질도 좋지 않아 선호도가 떨어졌다. 그 결과 카세트 라디오에 LP 플레이어까지 구겨 넣은 올인원 시스템도 판매되었지만 그 수가 극히 적어 잘 눈에 띄지는 낳았다.


 카세트 라디오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당시로서는 카세트 레코더의 성능이었다. 녹음되는 카세트테이프의 폭이 좁아 특히 고역 부분이 선명도가 모델별로 많은 차이가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일반 산화철 자기 테이프에서 페로크롬(FeCr), 크롬(CrO₂), 급기야는 메탈(Metal) 테이프까지 개발되었으며, 메탈 테이프의 경우는 고가여서 당시 서민 하루 일당에 해당하는 가격에 판매되기도 했다.야전의 경우 30cm LP를 틀기 위해서는 많은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접어서 내부에 수납되는 턴테이블 방식이 많았다. 턴테이블이라는 섬세한 기능을 수납해야 했기에 내구성도 떨어졌고 기능도 완전하지 못한 단점이 있다. 그러나 카세트의 경우는 비교적 작은 부피의 메커니즘을 장착시켜 고성능화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 고급화로의 개량이 끊임없이 이루어진 결과 장기간 동안 제품이 판매되었는데, 따라서 고급 제품이 많았다. 


 주로 일본 도시바, 파나소닉, 소니가 세계 시장을 주도했는데, 특히 소니가 가장 앞서 있었으며 시장 점유율도 높았다. 그중에서 가장 고급품이 소니 CF-580이었다. 당시 가격이 대략 35만원 정도였으니까 일반 사무직 근로자 2개월치 봉급에 해당하는 고가품이다. CF-580의 특징은 일반적인 카세트 라디오가 올 플라스틱 성형인데 반해 메탈을 가미한 복합 플라스틱 성형이라는데 있다. 이것은 그만큼 내구성이나 성능을 강화시킨 고급 제품이라는 뜻이며, 결과적으로 중형의 부피로 최강의 기능과 음질을 보장하면서 내구성이 매우 뛰어난 제품으로 탄생되었다. 아마 카세트 라디오 중에 가장 무거웠으며 가격도 최고였으리라는 생각이 든다.CF-580의 기능은 가정에서 충분히 오디오 시스템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설계되어 후면에 레코드 In-Out 단자와 외부 스피커 연결 단자, 그리고 포노 EQ가 내장되어 LP 플레이어 연결 단자가 구비되어 있고, 전면에는 헤드폰 단자와 외부 마이크 연결 플러그도 마련되어 있다. 물론 내부에 스테레오 콘덴서 마이크가 내장되어 있지만 더 질 좋은 녹음을 위해 마이크 In 잭을 별도로 설계했다.


 CF-580의 설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음질 개선 조치는 전면에 설치된 5인치 알니코 타원 스피커와 양옆으로 장착된 페라이트 4인치 타원 스피커의 4스피커 조합이다. 크기로 본다면 전면 5인치 알니코 스피커가 우퍼로 보이지만 4개의 스피커가 거의 풀레인지로 작동한다. 다만 양옆의 페라이트 스피커는 입자가 거칠지만 앞으로 음을 밀어내는 확산성이 강해 음색이 밝고 힘이 있어 고역에 유리하고, 전면 알니코 스피커는 입자가 곱고 우아해 저역의 섬세함에 더 초점이 맞춰진다는 것뿐이다. 이러한 스피커의 배치로 힘이 있으면서도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스케일감을 느낄 수 있다. 작은 부피에 비해 큰 스테레오 스케일을 얻을 수 있는 비결은 이 스피커 설계에 있다는 것을 초보자라도 즉시 알 수 있다.CF-580은 현재까지도 사용자가 많으며 인기도 높다. 기본적으로 FM 스테레오 기능은 아직 탁월하며, 카세트 레코더나 포노 기능도 훌륭하기 때문이다. 잘 보관된 것은 카세트 기능도 완전한 것이 꽤 있고, 고장이 있더라도 벨트 훼손 정도여서 쉽게 보수가 가능하다. 필자가 사용해 본 경험으로, 소형 아날로그 시스템의 기본기로 70년대의 추억을 모두 불러올 수 있는 명기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도 구입 가능하며 가격도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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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3년 8월호 - 4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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