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io Research VSi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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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o Research VSi75
  • 나병욱
  • 승인 2013.07.01 00:00
  • 2013년 7월호 (492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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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120에 담아낸 진공관의 눈부신 매력
 여운이 길게 남으면서도 그 뒤끝은 깔끔하게 잘 정리가 되어 리듬의 비트가 정확하고 확실하다. 피아노에서 왼손과 바른손의 터치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어택하는 음이 명쾌하다. 보컬에서 목소리의 온도감이 특히 좋으며 유연하고 시원하게 쭉쭉 뻗어준다. 스피커의 장악력도 뛰어나서 대음량에서는 물론이고, 피아니시모에서도 정보량의 손실은 없어 보인다.  오랜만에 오디오 리서치의 앰프를 만나게 되었다. 그것도 한 제품이 아니고, 인티앰프에 이어 프리앰프와 파워 앰프까지…. 참으로 오래전 꿈에 그리던 오디오 리서치의 프리앰프와 파워 앰프를 어렵게 맞이하여 가슴 설레며 밤을 지새우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트랜지스터 앰프에 익숙해졌던 필자의 귀를 어리둥절하게 하며 재생 음악의 진수를 알게 해주는 감명 깊은 순간들이었던 것 같다. 오디오에 관한 한 귀가 얇고 단순한 성격으로 새로 출시된 여타 회사의 앰프와 임무 교대되어 이별하게 되었지만 지금도 가슴 설레며 날 새는 줄 모르고 음악을 듣던 그 시절의 오디오 리서치 레퍼런스 2 MK2 프리앰프와 VT100 MK3 파워 앰프는 어쩌다 헤어진 첫사랑의 연인처럼 잊혀지지 않는 영원한 앰프들 중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디오 리서치는 40여 년이 넘는 긴 역사와 오디오 메이커로는 대단한 규모의 큰 공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생산되는 제품의 모델들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출시된 VSi75 인티앰프도 전 모델 VSi60이 출시된 후 5년 가까이 지난 후에야 등장시킨 것처럼 말이다. VSi60이 세계 각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기에 롱런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VSi60과는 획기적으로 차원이 다른 인티앰프를 탄생시키기 위해 서두르지 않았다고 한다. 따라서 VSi75 인티앰프는 VSi60의 대체품이 결코 아니며 모든 면에서 완전히 진화한 새로운 모델이라고 강조한다. LS27 프리앰프와 레퍼런스 75 파워 앰프를 제작하며 얻어진 신기술과 특별한 노하우가 바로 VSi75의 탄생 배경이다.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크지도 작지도 않은 크기에 VSi60에서처럼 실버톤의 밝은 색으로 디자인된 섀시는 가정에서 가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 것 같다. 초단 드라이버관에 6H30 2개를 채용하고, J-FET로 구성된 프리단으로 결합된 프리앰프로 설계했으며, 출력관으로는 KT120을 채널당 2개씩 채용, 채널당 75W를 보장한다. KT120은 필자로서는 좀 생소한 진공관이지만, 오디오 전용으로 특별히 제작된 관이라고 하니 믿을 만하다. 특징으로는 넓은 F레인지와 높은 해상도, 그리고 빠른 응답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오디오 마니아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오디오 리서치에서 사용되는 진공관들은 50시간 이상의 번인 과정을 통해 엄격한 테스트를 통과해야 채택이 결정되며, 그 과정에서 여러 특성을 기록하여 마니아가 사용 중 파손하더라도 그 형번만 확인된다면 똑같은 특성의 관으로 쉽게 교체할 수도 있다. 6H30 관에는 진동에 대응하는 탄력성이 좋은 재질의 링을 채용하였고, 출력 트랜스를 비롯한 모든 부품들은 엄선에 엄선을 거쳐 채용하는 등 어느 곳 하나 소홀함이 없이 정성을 다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각각의 출력관 앞에는 바이어스 전압을 컨트롤할 수 있게 조정 노브가 준비되어 있고, 전면 패널 중앙에 채용되어 있는 LED 디스플레이 창을 통해 전압 체크와 조정도 할 수 있다. 또한 전면 패널에는 자그마한 버튼 6개가 자리하고 있는데, 전원을 비롯해 볼륨업과 다운, 그리고 뮤트, 이 모든 것들을 간편하게 컨트롤할 수도 있고, 앉은 자리에서 리모컨만으로 LED 디스플레이를 통해 쉽게 조정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완전히 새로워진 음량 조절 인터페이스인데, 총 103단계의 음량 조절 게이지로 설계되어, 실제 조절 시에 그 민감도는 섬세하며 탁월하다. 입력단에는 5개의 언밸런스 금도금 단자가 준비되어 있고, 출력단은 1조가 마련되어 있어 다용도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바인딩 포스트 스피커 단자는 4Ω·8Ω에 대응하게 되어 있고, 옵션으로는 진공관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진공관 커버도 준비되어 있다. 


 오디오 리서치에서는 VSi75와 함께 개발된 레퍼런스 CD9를 매칭하여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는데, 이번 시청에는 함께할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시청에는 동급 스피커 가운데 가장 내추럴하고 실키한 사운드라고 정평이 나 있는 베리티 오디오의 레오노레 스피커에 골드문트의 에이도스 20BD를 동원하였다. VSi75의 첫 재생음에서의 느낌은 오디오 리서치의 장점을 참으로 잘 살려낸 음이라는 것이다. 진공관답게 여운이 길게 남으면서도 그 뒤끝은 깔끔하게 잘 정리가 되어 리듬의 비트가 정확하고 확실하다. 피아노에서 왼손과 바른손의 터치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어택하는 음이 명쾌하다. 보컬에서 목소리의 온도감이 특히 좋으며 유연하고 시원하게 쭉쭉 뻗어준다. 스피커의 장악력도 뛰어나서 대음량에서는 물론이고, 피아니시모에서도 정보량의 손실은 없어 보인다. 5극관답게 재즈 음악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데, 리얼한 현장 분위기의 표현력은 아무데서나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이 아니었다. 스네어 드럼이나 오픈 심벌, 그리고 하이햇 등의 질감은 라이브 사운드에 가깝다고 느껴졌으며, 각각의 비트는 칭찬하고 싶어진다. 콘트라베이스의 피치컷과 라인은 확실하게 그려내고, 실체감도 근사하다. 색소폰 등 혼에서 체온을 느낄 수 있으며 악기들의 특징적인 질감이나 연주자의 특징적인 텅잉 등 정말로 재즈다운 사운드를 실현해주었다. 이러한 느낌은 필자만의 느낌은 아니었는지 세계 4곳의 오디오 전문지로부터 올해의 제품에 선정되는 쾌거를 거두었다고 한다. 한동안 뜸을 들이며 태어난 앰프지만 좋은 혈통답게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는 인티앰프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수입원 오디오갤러리 (02)764-6468가격 1,000만원  사용 진공관 KT120×4, 6H30×2  실효 출력 75W  주파수 대역 12Hz-70kHz(-3dB)
주파수 응답 1Hz-70kHz(-3dB)  입력 감도 0.55V(RCA)  입력 임피던스 52.5㏀(RCA)
최대 입력 10V  크기(WHD) 36.8×23.5×41.3cm   무게 16.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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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3년 7월호 - 4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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