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이 강한 하이엔드 브랜드를 말한다면 그리폰의 이름은 빠질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그리폰은 중독성 강한 사운드와 스칸디나비아 반도 해적의 후예들답게 제품의 스케일과 사운드의 개방감이 돋보이는 브랜드다. 워낙 그리폰의 색깔이 강조되기 때문에 한 번 매력을 경험한다면 중독성에 빠져들게 된다. 주로 대형기를 중심으로 제품들이 구성되는데, 현재 생산되는 인티앰프 중 아틸라는 가장 막내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디아블로가 강인한 인상의 악마에 비유된다면, 아틸라는 현실적인 정복자의 인상이 제품에 있다. 디아블로의 경우 스테디셀러 인티앰프로 불리는 만큼 성능과 디자인을 모두 인정받은 제품이었는데, 아틸라는 이런 디아블로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 제품이다. 출력은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디자인도 더욱 슬림해졌지만, 내부 회로 구성과 시스템 기본 기능들은 모두 디아블로와 동일하다. 아틸라의 사운드와 설계를 면밀히 살펴본다면 오히려 그들의 집약된 노하우가 숨어 있는 느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사운드는 그리폰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조심스럽고 차분함이 느껴지는, 오히려 성숙한 성향을 지니고 있다. 


 아틸다의 전면 디자인은 마치 디아블로를 눌러 놓은 듯한 형상이다. 동일한 디스플레이 창을 사용하고 표출되는 메뉴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VFD를 채용하여 각종 정보의 변경 및 사용자 모드로 세팅할 수 있도록 했다. 회로 구성은 푸시풀 구동 방식을 채택하여 채널당 100W(8Ω), 200W(4Ω)를 낼 수 있다. 증폭 회로에는 피드백을 걸지 않은 무궤환 회로 방식을 채택, 이로 인해 회로 상호 간의 변조 노이즈를 완전히 제거하고 효율적인 드라이빙으로 뛰어난 순발력과 여유 있는 사운드 재생을 돕고 있다. 주파수 특성은 디아블로와 동일한 0.1Hz-250kHz의 광대역 재생 특성을 유지하고 있다. 회로 구성은 기본적으로 듀얼 모노럴 구성 방식, 채널 간 분리도를 극대화한다. 또한 입력단에서 출력단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분리되어, 채널 간 상호 간섭을 완전 제거하고 있다. 프리부는 디아블로에 사용한 그들의 전통적인 설계 방식인 패시브형 프리 방식을 채용했다. 여기에 사용된 볼륨은 50스텝의 어테뉴에이터 방식의 릴레이 볼륨. 입력은 밸런스 1계통과 언밸런스 4계통을 사용할 수 있으며, 입출력 단자들은 전기적인 전도율 향상과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자류 모두 금도금 처리되었다. 전원부에는 듀얼 모노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를 채용했다. 60,000㎌ 용량의 대용량 콘덴서를 통해 충실하고 안정적인 전원을 구성하였고, 내부 배선은 모두 신호 경로를 고려한 최단 배선 설계로 이루어졌다. 사용된 PCB는 밀리터리 스펙을 만족하는 70μ의 양면 타입이 사용되어 신호 라인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출력은 그리 높지 않지만, 진공관에 비유한다면 마치 디아블로가 5극관 푸시풀이라면, 아틸라는 3극관 싱글 엔디드에 비유될 만큼 차분하고 안정적인 새로운 사운드를 체험할 수 있다. 


 재즈곡으로 오스카 패터슨 트리오의 'You Look Good To Me'를 들어보았다. 재즈 트리오의 움직임이 밝은 파스텔 톤으로 표현되었는데, 드럼의 크기는 오히려 과장 없이 사실적인 크기로 다가와 있으며, 패터슨의 피아노는 가벼운 터치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베이스는 마치 기름기를 제거한 것 같이 단정한 저역으로 잔잔히 스피커 앞을 채워주었다. 베이스와 피아노로 이어지는 트리오 연주에서도 소무대를 구성하고, 적당한 두께감으로 멜로디를 정확히 전달해 주었다. 보컬 곡으로 에미 후지타가 부르는 'Desperado'를 들어보았다. 아틸라만의 차분함이 곡 분위기를 압도한다. 디테일이나 웅장함보다는 그녀의 목소리가 조심스럽고 단정한 사운드로 다가온다. 자연스러움이란 표현이 어울리는 재생이다. 반주로 연주되는 피아노와 첼로의 선율 역시 불필요한 과장 없이 잘 조율된 악기처럼 단아하다. 대편성곡으로 들어본 말러 교향곡 5번 1악장은 중심의 흐트러짐 없이 차분하게 전개되었다. 도입부에서 각 악기 파트들이 일제히 울리더라도 잘 정돈된 깔끔한 사운드로 오히려 접근이 가능하였다. 그리고 무대의 깊이와 거리까지 제대로 표현해 주었다. 전체적인 사운드는 차분하면서 자연스러운 모습들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제품 크기에 비해 출력이 결코 부족함이 없지만, 출력을 통한 파워감보다는 명료함과 디테일을 중시한 정위감이 뛰어난 사운드를 재생해 주었다. 정교함과 하이엔드 인티앰프가 요구하는 정갈하고 투명한 스테이지는 이 제품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이다. 아틸라도 디아블로의 후속답게 잘 다듬어져 있다는 인상. 그리고 그리폰만의 중독성 있는 사운드와 개성 뚜렷한 매력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는데, 아틸라는 분명히 그리폰이 가장 자신 있게 내놓은 보급형 인티앰프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가격 1,100만원  실효 출력 100W(8Ω), 200W(4Ω)  출력 임피던스 0.027Ω  주파수 대역 0.1Hz-250kHz  파워 서플라이 커패시터 2×60,000㎌  게인 +38dB  입력 임피던스 20㏀(XLR), 8㏀(R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