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yon VulcanⅡ
상태바
Ayon VulcanⅡ
  • 이정재
  • 승인 2013.02.01 00:00
  • 2013년 2월호 (487호)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공관의 진정한 매력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다
영화 <점퍼>의 한 장면처럼 하와이에서 서핑을 즐기고, 영국에서 비오는 거리를 산책하고, 저녁 식사는 우아한 프렌치 식당에서 즐기는, 그런 경험을 하게 한다. 우리의 감성을, 그리고 상상을 극대화시켜 바로 그 장소로 옮겨주는 역할을 한다. 사실적이고 마음을 흔드는 음악은, 그 음악이 태동한 배경으로 듣는 이를 옮겨주는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구나. 이 정도의 느낌을 전달해 주는 기기를 아마도 우린 하이엔드라고 부르는 것 같다. _글 이정재  오디오 분야, 아니 오디오 역사를 통틀어 진공관이라는 소자를 빼놓고는 오디오라는 기기 자체를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진공관이란 소자는 오디오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힘을 가졌다. 기술의 발전을 토대로 진공관이라는 소자를 대체하기 위해 트랜지스터나 IC 등의 소자들이 발명되고, 좀더 고성능의 소형화 또는 스펙상의 정확한 기기 동작을 내걸고 나왔지만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은 그들의 자사의 오디오를 소개할 때 진공관스럽다거나, 마치 진공관의 음질을 듣는 것처럼 포근하다는, 이런 설명들이 비일비재하다. 또한 요즘의 PC 파이를 하는 그룹들의 화두도 '좀더 아날로그스럽게' 이것이 모토가 되어가니, 참으로 우리 귀에 익숙한 소리란 예전의 그것이 아닌가 한다. 이토록 진공관이란 소자는 추억으로 묻히는 옛날의 그것이 되는 것이 아니라 초 하이엔드 기기를 만드는 회사들을 통해 다시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놀라운 소자이다. 어디 이뿐인가. 자작 앰프를 위한 동호회를 살펴보면 트랜지스터 앰프를 제작하는 곳은 손에 꼽지만, 진공관 자작 동호회는 지역별로 참 많이 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진공관이라는 소자가 얼마나 다루기에 따라 형형색색의 색을 지닌 소리로 매력을 이끄는지 알 수 있다. 진공관으로 앰프를 만들어 내는 하이엔드 메이커들도 참 많이 꼽을 수 있다. 오디오 리서치, 매킨토시, VAC, KR 엔터프라이즈, 오디오 밸브 등 꿈의 기기들이 포진한 참 많은 메이커를 볼 수 있는데, 오늘 주목해 봐야 할 진공관 전문 메이커가 바로 에이온이다. 에이온은 오스트리아에 기반을 둔 오디오 회사이며, 초 하이엔드 진공관 앰프들과 스피커를 제조하고 있다. 에이온을 생각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붉은 벨벳 보호 커버, 검은색 아노다이징 헤어라인 가공의 알루미늄 바디, 패션 명품의 금속 파트에 버금가는 크롬 트랜스커버, 그리고 보고만 있어도 좋은 소리가 날 것 같은 주문 한정 생산의 진공관 등이다. 차로 예를 든다면 부가티나 벤틀리 정도의 클래스를 보는 듯하다. 


 에이온은 게르하르트에 의해 설립되었다. 이 회사는 1990년대 VAIC 오디오로 시작한 작은 회사였지만, 후에 진공관 생산 공장을 인수하고 회사의 규모를 키워 프리앰프, CD 플레이어·DAC 및 스피커를 포함,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게르하르트는 타고난 테크니션이었고, 디자이너였다. 게르하르트 식의 만들기가 있는데 기능과 기술을 어떠한 폼 안에 집어넣어 합리적인 형태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면 마치 스티브 잡스가 오디오 디자이너라면 그 사람이 게르하르트였을 것 같다. 이 수장의 지휘 아래 독특한 구성과 디자인의 하이엔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소리는 '순수하고, 아름다우며 감성에 호소한 소리'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중독성도 매우 강해서 일단 들어보면 수긍을 하는 동시에 어느새 기준점이 되어버리는 독특한 소릿결을 품고 있다. 부드럽고, 공간을 따스하게 메우며 좋은 벨벳의 감촉을 느끼는 듯하다. 또한 진공관 소자를 중심에 두면서도 스피드나 구동력이 떨어지지 않고, 3차원적인 음장감도 정밀하게 표현하는 초 하이엔드의 음, 바로 그런 음을 만들어낼 줄 아는 회사인 것이다. 오늘은 에이온의 작품 중 불칸 2 파워 앰프를 살펴보려 한다. 불칸 2는 모노블록이며, 에이온의 독특한 디자인 형태를 띠고 있다. 각 앰프는 두 가지 기본 출력 튜브와 출력 트랜스포머를 가지고 있다. 유서 깊은 6BQ5(EL84)는 각각의 출력 튜브를 조절하게 되어 있고, 증폭기의 밑단에는 VAIC 52B를 사용하여 주파수 극단에서 정확성을 제공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불칸 2는 최신 세대 AA62B 출력 튜브를 사용한다. AA62B는 오늘날 생산되는 가장 큰 단일판 DHTs(직접 가열 트라이오드) 중 하나이다. 에이온는 체코 공화국의 실제 진공관 제조 시설을 소유하고 있다. AA62B관은 사실 초기 웨스턴 일렉트로닉스의 300B를 재검토하여 새롭게 해석한 현대관의 하나로 보는 것에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게르하르트의 품질에 대한 의지와 그의 통제 하에 관리되는 공장은 최고 품질의 트라이오드 출력 진공관의 전체 범위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다른 회사에서 OEM 진공관을 만들기 위해 접근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중하게 거절하고 있으며 그 결과 에이온은 독점으로 이 품질 좋은 진공관을 자사에만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게인 단계에 걸쳐 순수 클래스A 트라이오드 진공 튜브 회로로 설계했고, AA62B를 사용하여 높은 피크 전류 및 고전압 전송을 가능하게 하였다. 또 하나의 특징은 간결한 신호 경로 회로를 들 수 있다. SE 트라이오드 앰프는 순수 클래스A 회로를 단일 종단 사용했고, 짧은 신호 경로를 위해 회로 기판의 패턴 또한 매우 짧은 경로와 좌우대칭이 되도록 완전히 새로이 디자인하였다. 진공관의 수명을 위해 전원단이 각 경로별로 소프트 스타트가 되도록 했고, 각 튜브는 전자 보호 회로에 의해서 보호되며 증폭단을 네거티브 피드백으로 설계하였다. 실렉터 스위치는 모든 입력을 전환하는 RCA 잭 근처에 릴레이를 결합하여 소스를 선택할 때 어떤 노이즈도 인입되지 않는다. 에이온 제품의 공통적인 특징 하나가 바로 철두철미한 전원 대책이다. 아마도 진공관을 사용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일지도 모르겠다는 필자의 생각. 옛날 턴테이블을 많이 사용하던 시절 진공관 포노들은 극성에 매우 민감하여 극성이 바뀌면 바로 노이즈가 올라와 바로 알 수 있었는데, 여튼 이 에이온의 제품도 전원단에 있어서는 병적이리만큼 신경을 쓴다. 일례로 전원단 옆에 빨간 등이 있는데, 극성이 다르면 불이 들어와서 기기 극성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다. 전원 공급 장치는 새로운 구성과 향상된 AC 라인 노이즈 필터로 정제되어 있다. 별도의 전원 변압기와 필터는 싱글 엔디드 앰프의 중요한 속성인데, 입력과 출력 몇 단계의 절연을 제공하고, 인덕터 대신 저항을 사용하는 경우 필터링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훨씬 더 큰 용량의 전해 콘덴서를 사용한다. 전원 변압기를 거울처럼 가공한 크롬 케이스를 덮어 RFI·EMI는 완벽하게 차폐하며 에이온 특주 AA62B를 위한 듀얼 초크 필터링 전원 공급 장치를 달고, 자동 시퀀싱을 통해 바이어스 고정이 전원 사이클 1분 정도에 완료되게 설계되어 있다. 이런 전원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것이 바로 접지인데, 이 접지는 음악 전체에 영향을 줄 만큼 조용한 배경과 관계된다. 때문에 적절한 접지의 중요성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데 불칸은 이중 접지 시스템으로 완벽에 가까운 칠흑 같은 배경을 선사한다. 또한 광대역의 넓은 대역폭 출력 변압기를 장착했다. 주요 장점은 높은 주파수에서 스피드를 유지하면서, 베이스에 더 많은 전류를 제공할 수 있다. 출력 트랜스는 방진 복합 재료로 밀봉하여 마이크로 펄스 노이즈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이러한 설계를 바탕으로 부품 또한 선별되어 사람으로 따지자면 건강한 혈관 역할을 해주는데, 이런 배려들이 시너지 효과를 이루어 좀더 좋은 소리로 보답하는 듯하다. 진공관 소켓을 베릴륨으로 도금한다든가, WBT 단자들(입력·출력), 금도금 산업용 PCB 등 차원이 다른 고급 부품들이 사용된다. 불칸 2의 각 섀시를 보면 참으로 아름다운 경험을 하게 되는데, 4개의 원통형 거울과 같은 광택의 트랜스가 있고, 그 앞으로 발사대에서 카운트다운을 기다리는 우주선 같은 진공관들과 마치 컨트롤 센터처럼 자리 잡은 작은 진공관의 모습이 최첨단 현대적인 유기체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전원을 켜면 앞에 백라이트가 달린 에이온 로고가 살아 숨쉬기를 하듯 붉은 빛으로 깜박깜박하다가 1분 정도 후에 점등이 유지되며 비로소 소리를 낼 준비를 마친다. 이때 들어와 있는 로고는 불을 끄고 보면 진공관들의 붉은 불빛과 더불어 고급스러움의 진수를 보여준다. 


 수입사 시청실에서 불칸을 직접 들어 본다. 매칭은 제이슨·메데아 트랜스포트와 DAC 조합에 뮤직퍼스트 오디오 레퍼런스 프리, 그리고 예전에 리뷰한 바 있는 카이저 어쿠스틱스의 카웨로 스피커를 매칭했다. 당연히 파워는 불칸 2이다. 첫곡으로 의 'Acoustic Brazil'. 기타의 선율을 얼마나 탄력적으로 표현하는지, 탄현의 엔벨로프와 배음이 너무나 적나라하면서도 깊이 있게 표현된다. 'CD를 듣는다'는 느낌이 아닌 'CD 속의 연주자를 본다'의 느낌으로 표현해주며 배경이 될 때와 주인공으로 나올 때의 느낌도 기막히게 뽑아낸다. 이후로 말러를 걸어도 보고, 여성보컬, 남성보컬, 재즈도 쿼텟, 퀸텟, 콘트라베이스 솔로 등 여러 음악을 들으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영화 <점퍼>의 한 장면처럼 하와이에서 서핑을 즐기고, 영국에서 비오는 거리를 산책하고, 저녁 식사는 우아한 프렌치 식당에서 즐기는, 그런 경험을 하게 한다. 우리의 감성을, 그리고 상상을 극대화시켜 바로 그 장소로 옮겨주는 역할을 한다. 사실적이고 마음을 흔드는 음악은, 그 음악이 태동한 배경으로 듣는 이를 옮겨주는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구나. 이 정도의 느낌을 전달해 주는 기기를 아마도 우린 하이엔드라고 부르는 것 같다. 



 수입원 소노리스 (02)581-3094가격 4,200만원  사용 진공관 AA62B×2, 6BQ5×2, 5U4G×1, 12AX7×1 실효 출력 55W  출력 임피던스 4Ω, 8Ω  주파수 응답 10Hz-50kHz  S/N비 92dB입력 감도 600mV  입력 임피던스 100㏀  크기(WHD) 36×25×60cm  무게 46kg 
487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3년 2월호 - 487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