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L 4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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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L 4365
  • 김남
  • 승인 2013.02.01 00:00
  • 2013년 2월호 (487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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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명기가 완성판으로 다시 돌아오다
아늑하고 뜨겁기도 하면서 호쾌하기 짝이 없는 음장감. 그러면서도 청량하고 반짝거리기도 한다. 물론 다소 방이 클수록 유리하지만 음량을 키우지 않더라도 들릴 것은 다 들린다. 시원하다. 단박 가슴이 열린다. 만약 JBL같은 대 메이커가 아니었더라면 아마 이보다 2배 값은 충분히 받았을 것이다. 수작이다. 꼭 써보고 싶다. 모처럼 그런 유혹을 받는다. 시청기를 듣고 나서 몹시 헤어지기 아쉬운 제품이 있다. 돌아와서도 그날 밤 자료를 뒤적이면서 다시 소리를 기억해 본다. 이 시청기가 그렇다.20여 년 전에 JBL의 혼 제품을 쓰고 있다가 '가정집에서는 혼 스타일은 안 돼'라는 알은체하는 병에 휩쓸려 헤어지고 나서부터 사실 그 제품을 능가하는 스피커를 만난 적이 없다. 고만고만하거나 그 이하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실수를 통해 이제 깨닫는다. 세상에는 사실 잘난 스피커도 많지만 그 원초에는 분명히 JBL이 있었다. 생산 모델이 복잡하고 수수한 인클로저 때문에 특별히 두드러지지 않지만, 소리의 느티나무로서 동구 밖에 우뚝 서 있는 제품이 바로 JBL인 것이다. 새삼스럽게 스피커는 JBL로 시작해서 JBL로 끝나는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스피커 세계의 한 축이었던 JBL의 4344가 단종된 이후 이 제작사는 다소 혼란스러워졌다. 크고 작은 여러 보급형 모델이 이어지면서 대표 제품이 어떤 것인지 어지러워졌었는데, 이제 분명히 하나의 질서를 세웠다. 바로 본 제품이야말로 정통의 43, 44 시리즈를 통 털어 진정한 JBL의 플래그십 모델이 되었다. 불멸의 명기인 4344의 완성판이라고 해도 되겠다. 동사에서도 본기가 그 시리즈 플래그십 제품이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기도 하다.지난해 시청하고 올해의 대표작으로 추천을 했던 S4700이 있지만 본 시청기보다 가격이 다소 낮다. 체구도 좀 작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때까지 본 시청기를 들어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제품을 추천했다. 물론 S4700은 충분히 훌륭한 제품이다. JBL에 대해 아련히 사라져 갔던 기억이 일거에 되살아날 정도였으니까. 4365와 견주어 홈 스타일을 염두에 두고 다운 그레이드를 실시한 현실적인 제품이었다면, 본 시청기는 본격 대형 혼 스타일의 본류를 잇는 제품이다.본 시청기가 종래 제품과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중역 드라이버가 4인치로 대형화되었다는 것이다. 종래 제품은 2인치 내지 3인치가 대부분이었고, 종래 최고기였던 K2 9800도 3인치였다. 동사의 최고 플래그십 제품인 에베레스트 DD66000 등 한두 기종이 4인치를 쓰고 있을 뿐이다.


 혼 스피커에서는 소리의 대부분이 드라이버에서 나온다. 본 시청기의 크로스오버는 750Hz와 15kHz. 따라서 대형 드라이버와 바이 레이디얼 혼을 통해 나오는 소리는 당연히 확실하고 상세하며 호쾌해진다. 마치 벌판을 진격하는 기병군단 같다. 꾸물거리거나 감추는 맛은 전혀 없다. 고급 한지로 바른 봉창을 뚫고 쏟아져 들어오는 여름 햇살처럼 소리가 엄습한다. 삽시간에 몸이 음악으로 감싸인다. 몸의 먼지를 털어버리듯 소리를 털어내고 싶을 정도. 압도적인 스케일감이 있고, 웅장하면서도 가뿐하다. 감도도 8Ω에 93dB이나 되니 어지간한 소출력 앰프로도 울릴 수 있는 미덕을 포함하고 있다. 200-300W 이상이 아니면 제 소리가 나지 않는 오만한 스피커들이 오죽 많은가. 수입상인 소비코 AV의 홈페이지에 본 제품에 관한 여러 가지 기술적 스펙이나 재질 등이 소개되어 있으므로 여기서는 그런 스펙의 나열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들어본 소감에 대해 거론해 보고자 한다. 무슨 알니코 자석이 페라이트로 변하고, 콘지의 새로운 코팅이 어떻고 하는 그런 설명은 사실 일반 사용자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어쨌든 모든 부분에서 조금씩 개선이 이루어졌다는 설명이지만, 그런데서 오는 소리의 차이는 도토리 키 재기이다. 그보다도 가장 확실한 차이점은 드라이버의 크기가 확대되었고, 혼의 크기도 당연히 커졌다는 본질적인 것이다. 내구성에서 다소 말이 있었던 38cm 우퍼의 에지도 아코디언 스타일로 교체, 종래보다는 훨씬 더 수명이 늘어났다. 그리고 이미 JBL의 제품에 자주 등장하는 액세서리이지만 시청 환경에 따라 트위터와 미드의 게인을 조절할 수 있는 어테뉴에이터, 네트워크가 문제가 있을 시 손쉽게 탈착할 수 있도록 후면에 마련된 개구부, 수수하지만 싫증도 잘 나지 않는 전통적인 스타일과 86kg이나 되는 육중한 몸체. 이런 것들은 익히 봐 왔던 것들이므로 거론하지 않겠다.


 결론적으로 놀라운 점은 이 제품이 동사 최고 제품인 프로젝트 에베레스트나 K2와 내용상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 제품을 일본의 유수한 전문지가 이보다 곱절 이상 비싼 스피커와 똑같이 1등급으로 매겨 발표한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다.혼 스타일의 스피커에 한 번 길들여지면 다른 스피커는 들을 수 없어진다. 왜냐고? 3웨이 등의 잘 만든 고가 스피커에서는 결코 들을 수 없는 소리를 혼 제품은 내주기 때문이다. 연주회장의 분위기, 연주자들의 침 삼키는 소리, 호흡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것은 혼 스피커가 최고이기 때문이다. 아낌없이 모든 소리를 다 내준다. 연주 시작 전에 바이올리니스트의 긴장된 짧은 호흡이 들려 놀랐다. 안네 소피 무터의 음반에서이다. 그러면서 해상력도 좋고, 밀도, 매끄러움도 좋다. 재즈 바의 자옥한 담배 연기도 보인다고 하면 과장일까? 아늑하고 뜨겁기도 하면서 호쾌하기 짝이 없는 음장감. 그러면서도 청량하고 반짝거리기도 한다. 물론 다소 방이 클수록 유리하지만 음량을 키우지 않더라도 들릴 것은 다 들린다. 시원하다. 단박 가슴이 열린다. 만약 JBL같은 대 메이커가 아니었더라면 아마 이보다 2배 값은 충분히 받았을 것이다. 수작이다. 꼭 써보고 싶다. 모처럼 그런 유혹을 받는다. 



 수입원 소비코AV (02)525-0704가격 1,850만원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38cm, 고역부 10cm·2.5cm  
재생주파수대역 35Hz-40kHz(-6dB) 크로스오버 주파수 750Hz, 15kHz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93dB/2.83V/m  권장 앰프 출력 50-300W  크기(WHD) 59.7×104.8×42.9cm  무게 86.2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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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3년 2월호 - 4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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