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집에 가서 가장 마음 편한 주문을 하라면 당연히 우동이나 짜장이다. 이걸 싫어하거나 무시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상이 아니라 약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이다. 물론 무슨 알레르기가 있다면 모르겠다. 고급 음식 취향이라 그런 대중 음식은 안 먹는다? 그런 사람이 혹시라도 있다면 근자에 장학 재단 기금을 1조원으로 늘린다는 관정교육재단을 설립한 삼영화학의 이종환 회장의 식단을 한 번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 분은 된장국을 가장 좋아하고 식당에 가면 우동이나 짜장이 단골이다.에포스라는 스피커를 보면 나는 항상 우동이나 짜장이 연상된다. 특이하게 치장을 하거나 자랑을 하지 않고, 가격도 줄곧 대중적인 범위에 머물면서도 그 소리는 누가 들어도 상질이다. 신뢰와 검약이야 당연히 영국의 상표지만 오디오에 있어서 에포스야말로 그 대표 주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대충 값싼 부품으로 채워 넣는 수준이 아니다. 스피커를 설계할 때 같은 유닛을 가지고도 차이를 가장 확실하게 낼 수 있게 하는 것이 네트워크 설계에 대한 부분이라고 한다(이는 통계적인 기법을 이용한 ABX 테스트 결과에서도 입증이 된 바 있다). 에포스 스피커는 다른 스피커 회사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특이한 네트워크 설계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전기적인 소자라고는 트위터에 붙은 커패시터 달랑 하나가 전부일 뿐이다. 이 커패시터는 트위터가 저역을 재생하지 못하도록 잘라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퍼에서 고역을 감쇄시키는 것은 전기적인 소자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우퍼의 고무 서라운드(우리나라에서는 에지로 불리고 있음)를 사용해서 기계적으로 에너지를 감쇄시키는 방식이다. 기계적인 크로스오버는 에포스만 채택했던 것은 아니고 틸 오디오의 유명한 동축 미드레인지와 트위터 드라이버가 채용하고 있고, 토템 어쿠스틱의 대부분의 북셀프 스피커도 기계적인 방식과 전기적인 방식을 병행해서 채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글스턴 웍스의 안드라의 경우도 에포스의 설계와 상당히 유사하다. 에포스가 선택한 설계 방식으로 인해서 에포스는 그동안 빠르고 착색이 없고 음악적으로 만족을 주는 스피커로 명성을 얻은 바 있다. 때문에 당연히 시장의 반응도 좋고 여러 가지 시리즈의 제품이 많다.본 시청기는 에픽, M, ELS 등 그동안 출시했던 시리즈와 달리 에포스가 여간 해선 쓰지 않았던 하이파이라는 명칭을 붙인 첫 번째 라인인 엘란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소형기이다. 이 모델 위로 15, 30, 35 등이 있다. 그들이 고급기라고 공칭하고 있는 만큼 가격대도 기존 시리즈보다는 훨씬 세다. 당연히 외장에서 내부까지 새로운 모습을 취하고 있다. 트위터와 우퍼도 새로 설계되었음은 물론이다. 그 결과로 라이브 공연에 와 있는 듯한 막대한 다이내믹 레인지가 첫 번째로 감지된다. 인클로저는 소형기이지만 보통의 방안에서는 음장의 부족을 전혀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더욱 간결해지고 견고해진 캐비닛, 완전 방자형 실드로 인해 홈시어터 사용도 안심할 수 있다. 새로운 25mm 돔 트위터는 소형 혼을 가진 패브릭 돔 형식이며, 네오디뮴 마그넷, 페로플루이드 냉각 방식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새로운 미드·우퍼 역시 알루미늄 다이캐스트 섀시에 페이즈 플러그, 사출 성형의 폴리프로필렌 콘으로 구성되어 있다.재생 주파수는 51Hz에서 25kHz. 감도는 89dB이며 25-100W 출력의 앰프가 권장 사항이니만큼 앰프 대응도 무척 자유로운 편이다.


 이 스피커에 적절한 시스템으로 추천하고 있는 기기는 영국의 전통 있는 크릭의 인티와 CD 플레이어이다. 가격 대비 성능을 거론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앰프와 CD 플레이어로 크릭의 제품들을 손꼽을 수가 있는데, 에포스 스피커와 크릭의 매칭은 제작사의 튜닝 과정에서도 즐겨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전통을 지녔으면서도 고가의 하이엔드 제품에 관심을 갖지 않고 건실한 인티앰프를 주력으로 만들고 있는 크릭은 번잡한 시리즈에도 관심이 없고 몇 기종의 대표 제품만을 정공법으로 생산하고 있는 보기 드문 양식의 메이커이기도 하다.에볼루션 2 시리즈는 크릭의 대표 주자이며, 인티앰프는 버브라운의 전자 볼륨 채용, 고용량 콘덴서와 대형 토로이달 트랜스를 사용하는 등 웬만한 분리형 못지않은 성능을 구현해 내고 있다. CD 플레이어 역시 동사의 제품 중 DAC 성능을 가장 높게 한 고성능기로, 버브라운의 부품을 채용해 24비트/192kHz의 오버 샘플링을 구현하고 있는 모범적인 제품.이 시스템으로 듣는 사운드는, 음장은 물론 대형기에 미치지 못하지만 전 부문에서 정밀, 산뜻하며 밝다. 뛰어난 해상력은 물론이고, 보컬은 농밀하고 애틋하다. 왜 이 매칭이 우동이나 짜장 같은지 한 번 들어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타이스의 명상 서주에서 안네 소피 무터가 연주하는 첫 소절만 들어도 이 시스템은 결코 고가의 하이엔드가 부럽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깨닫게 해 준다. 신뢰와 대범, 그리고 사운드의 모범을 바로 이곳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  

 수입원 다웅 (02)597-4100
 [Epos Elan 10]
가격 99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5.6cm, 트위터 2.5cm 소프트 돔  재생주파수대역 51Hz-25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3.2kHz  임피던스 4Ω  출력음압레벨 89dB/2.83V/m  권장 앰프 출력 25-100W  파워 핸들링 100W  크기(WHD) 18.5×31×24.5cm  무게 6.1kg
 [Creek Evolution 2 Inte]
가격 125만원  실효 출력 75W(8Ω), 110W(4Ω)  THD 0.05% 이하  주파수 응답 5Hz-50kHz(-1dB)  
게인 ×52  입력 감도 480mV  분리도 60dB 이상  S/N비 90dB 이상  크기(WHD) 43×8×34cm  무게 8.6kg
 [Creek Evolution 2 CDP]
가격 125만원  DAC 타입 24비트/192kHz 버 브라운 델타 시그마  주파수 응답 1Hz-20kHz(±0.25dB)  
출력 레벨 2V  출력 임피던스 50Ω THD 0.0008% 이하   THD+N -97dB 이상  
다이내믹 레인지 100dB 이상  크기(WHD) 43×7×34cm  무게 6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