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나노텍 시스템즈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스피커 케이블이 들어 왔다. 이 제작사의 제품은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뛰어나다. 그동안 여러 차례 이 케이블들을 들어 봤지만 그 가격대가 믿어지지 않는다. 소리의 특징은 자연스럽고 무색무취하다. 깊이감이나 밀도나 해상력 운운할 것 없이 이만하면 케이블이 가져야 할 미덕은 충분히 갖추고 있는 중용기인 셈인데, 성능은 물론이고 가격대에서도 이만한 제품을 찾기 어려울 정도의 모범생이라 불러도 과찬은 아닐 것이다. 해상도와 생기, 청량감, 활력 등에서 모두 수준을 뛰어 넘는 소리를 들려준다. 지난 봄에 1m 페어의 케이블이 필요해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이 케이블을 벌크로 판매하고 있기에 구입한 적이 있다. 사용하는 기기가 파워 앰프에서 서브우퍼 컨트롤러로 케이블을 따로 연결해야 하는 시스템인데, 그동안 사용해 왔던 실버 선이 다소 날카로워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격도 기 만원 정도이기에 소리를 한 번 테스트해 볼 겸 구입한 것인데, 그 결과는 예상외로 좋았다. 은근히 지녀 왔던 약간의 불만이 사라졌다. 기 만원으로 이런 업그레이드를 한 것은 그래도 평상시 이런 귀동냥을 해 왔던 덕분일 것이다. 아는 것이 힘이니까. 구태여 고가의 케이블로 낭비하지 않았던 것이 기분 좋았던 근래의 체험이다.오디오에 탐닉하다 보면 케이블도 당연히 고급화가 이루어지지만, 요즈음의 젊은 세대거나 나이든 세대라 할지라도 모처럼 오디오 세트를 구비하게 되면 곧장 고민이 뒤따른다. 물론 본인의 고민이 아니다. 주변의 나 같은 어중간한 판단력을 가진 사람들의 몫이다. 조카 하나가 제품을 구매했는데 가보니 케이블은 그냥 숍에서 서비스로 준 것들을 사용하고 있었다. 당연히 정체불명의 케이블들이다. 그런 경우, 이건 안 되니 제대로 된 케이블로 바꿔야 한다고 해야 하는가? 인터 케이블, 파워 코드 하나에도 수백만원 하는 제품들이 즐비한데 정색을 하고 그것들을 권한다면 어떻게 될까?물론 출처도 분명하지 못한 전선을 잇대어 만든 제품을 쓰게 되면 문제가 많다. 그러나 그 문제보다도 더 큰 문제는 그런 상황에서 주절주절 좋은 케이블들을 설명하고 권유하는 측이 아닐까? 다 합해봐야 1-2백만원 안팎의 시스템인데 거기다가 한 개에 최소 수십만원, 조금 더 나아가서 수백만원짜리를 써야 한다고 침을 튀기며 강권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좋은 소리가 나오게 해 주겠다면서 케이블부터 개비를 하라고 채근을 하는 실력가(?)가 한둘이랴. 그러나 이런 정도의 가격대와 성능을 지닌 제품이라면 어지간한 경우에 권유를 해도 크게 무례가 아닐 것이다.이 케이블이 공연히 일본의 인기 제품인 것은 아니다. 나노 케이블이라고도 불리며 일본에서 화제를 모아 각종 전시회에서 그랑프리를 독점하기도 했는데, 전류는 선재의 외부로만 흐른다는 원리에 입각해 금속 선재의 외피에 금과 은의 합금을 나노 방식으로 만들어 도포해 놓은 것이다.이 케이블은 0.5mm 7가닥, 0.18mm 26가닥의 동선 위에 골드(90%)· 실버(10%) 나노 입자가 도포되어 흡사 실버·골드선과도 같은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벌크 제작이 아니라 완제품의 수입이라 단자 역시 골드로 마감되어 있다. 굵기도 가늘어 사용하기에도 상당히 편리하다. 이밖에도 수입사에서는 CD 나노 세척액, 또 플러그 나노 세척액 등도 들여왔는데, 나노 액체를 도포해 클리닝을 하는 방식으로 효과가 뛰어나다. 큰 욕심부리지 않고 적합한 케이블을 찾는 애호가에게 진정으로 권하고 싶은 정직한 제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