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yin A-55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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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yin A-55T
  • 월간오디오
  • 승인 2012.05.01 00:00
  • 2012년 5월호 (4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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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부분에서 흠을 찾을 수 없는 신뢰의 이름
 수십 년간 조금씩 면모를 달리해 오던 하이파이 시장의 판도가 지금은 눈에 띄게 급격한 변화의 와중에 있다. 당연히 스피커보다는 앰프와 소스 쪽에서 더 치열한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고, 브랜드마다 더 다양한 소스를 지원하기 위한 더 미니멀하고 스타일리시한 외관을 구현하기 위한 각개 전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진공관 앰프 브랜드에서 구현해 온 스펙트럼은 예나 지금이나 상당히 보수적이고 좁은 범위에 국한되어 있다. 기껏해야 내·외부 소자나 외관 디자인을 약간 손보는 정도랄까. 진공관 앰프 자체가 주는 아날로그적이고 고전적이며 회고적인 느낌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끊임없는 자가 복제가 반복되는 수준이다. 현대적인 외관을 취하고 있는 케인의 행보도 폴리시의 측면에서 그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 하지만 가장 활발하게 업그레이드 버전 내지는 뉴 페이스를 선보이고 있는 젊은 진공관 앰프 브랜드라는 점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명백한 사실인 것 같다. 앞으로 PC 파이 환경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하이파이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궁금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소개하려는 A-55T는 약 2~3년 전에 케인에서 선보인 모델이다. 케인이라는 브랜드의 재미있는 점은 출력과 음질이라는 갈림길에서 헤매거나 갈등하고 있는 애호가들 — 이를테면 짜장과 짬뽕의 딜레마에 빠진 — 에게 딱 부러지거나 명쾌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타협점을 제시해 주는 과도기적 모델을 간헐적으로 선보인다는 점이다. TA30에서 제시한 KT88과 EL34 두 버전의 솔루션에 이어 좀더 세련된 감각의 외관과 강력해진 파워로 무장한 A-50T가 있고, 그리고 EL34의 가녀린 음색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한 것이 KT88 버전인 A-55T다. 채널당 40W의 실효 출력으로 결코 모자라지 않는 파워를 선보이면서도 'KT88 앰프는 이 정도 크기와 무게는 돼야지'라는 천편일률적인 편견을 깨고 콤팩트한 외관을 유지하고 있다. 스포티하고 날렵한 미니 자동차를 연상시키는 포름의 구성 요소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실력 있는 전문 디자이너의 손을 거쳤으리라는 확신이 들게 된다. 케인의 주특기인 알루미늄 절삭 가공 기술은 전면 패널의 디자인에서 유감없이 표출되고 있고, 피아노 마감의 고급스럽고 깔끔한 섀시와 트랜스포머 하우징, 로고 배치와 폰트 하나하나가 유별나게 튀지 않으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나름의 미학을 견지하고 있다.전술했듯이 과도기적 면모를 보이는 이 제품에 대한 자료는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데, 추측컨대 아마도 국내 애호가들을 위한 특주 버전이 아닌가 싶다. 유럽에서 유독 인기 있는 출력관인 EL34 진공관은 국내에서는 KT88에 밀려 다소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 소리에서도 '센 것'을 좋아하는 화끈한 국내 애호가들을 위한 베리에이션으로 만들어진 모델인 듯하다.



 사용 진공관을 보면 초단에 12AX7과 12AU7을 한 쌍씩 채용하고 있고, 출력부에는 KT88의 푸시풀 구성으로 8Ω시 울트라 리니어 모드에서는 채널당 40W, 트라이오드 모드에서는 채널당 18W의 출력을 이끌어내고 있다. 출력관을 제외하고는 A-50T와 전반적으로 동일한 구성이다. 리뷰를 위해 케인의 베스트셀러 모델인 CDT-15A를 수입사에 요청해서 시청 기기로 사용했다. 스피커는 진공관과의 매칭에서 항상 유감없는 소리를 들려주었던 틸 PCS. 사실 A-55T의 리뷰를 위해 CDT-15A를 의뢰한 것이긴 하지만 매칭해서 소리를 들어보니 케인에게는 케인의 소리라고 뭉뚱그려도 좋을 만한 동일한 지향점이 있었다. 맑고 청명한 고역은 스웨덴이나 핀란드 등의 북유럽제 오디오에서 들었던 투명한 감동을 상기시켰고, 중·고역에서의 밸런스감이 저역에서 느꼈던 약간의 아쉬움을 커버해주었다. 외관의 이미지만으로 가늠했을 때 막연히 호쾌하고 거친 소리를 들려줄 것 같았는데, 첫인상을 배반하고 소편성과 어쿠스틱 악기의 재생에서 들려주는 유려하고 따스한 울림은 꽤나 매혹적이다.EL34의 아름답고 수줍은 홍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면서, 그 바탕 위에서 좀더 활발하고 분명하게 활을 긋는 남성적 분방함이 조화롭게 감지되는…. 눈을 감고 들으면 EL34인지 KT88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색채미가 화려하면서도 저역의 표정이 풍부한, 고전적이면서도 모던한, 기대 이상의 소리가 펼쳐진다. 얼마 전에 다수의 오디오 회로집을 독파하고 하드웨어적인 접근에 일가견이 있는 이 업계의 관계자로부터 뚜껑을 열어본 수많은 앰프 중에서도 유달리 흠결을 찾기 힘든 브랜드가 케인이라는 소리를 들은 적 있다. 사용 부품들과 회로를 보면 AS가 발생할 확률도 상당히 낮다는 말도 했다. 그 얘기를 듣고 나서 생긴 선입견인지는 모르나, CD 플레이어와 인티앰프 모두 내부를 열어 보진 않았지만 외관과 소리에서 돈독한 신뢰감이 느껴진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전작인 A-50T보다는 이 제품이 더 많은 애호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를 두루 갖춘 것 같다. 그리고 초단이나 출력관의 브랜드나 내부 부품들을 좀더 업그레이드해서 SE 버전으로 출시되어도 상당히 시장성이 있을 것 같다. 욕심이지만 PC 파이에도 직관적으로 대응하고 얼마 전 선보인 A-50TP처럼 포노단까지 구비한다면 더더욱 효용성이 있는 제품이 되지 않을까. 


 수입원 케인코리아 (02)702-7815가격 148만원  실효 출력관 40W(울트라리니어), 18W(트라이오드)사용 진공관 KT88×4, 12AU7×2, 12AX7×2  주파수 응답 10Hz-50kHz(±1.5dB)  THD 1%  S/N비 89dB 입력 임피던스 100㏀   출력 임피던스 4Ω, 8Ω크기(WHD) 35×18.5×30cm   무게 13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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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2년 5월호 - 4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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