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순간 고요해진다. 많은 이들이 할 말을 잃었다. 잠시나마 자기가 있던 공간을 놓친다. 등을 깊숙이 파묻고, 고개를 앞으로 쭉 빼고 듣는, 무대의 로열석에 와 있는 착각. 합주자들의 위치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자연스럽게 음악에 빠져든다. 기기라는 존재 자체는 일순간 사라지고, 무대 위의 음악만이 공간을 가득 메운다. 비교적 넓은 공간의 불리한 상황이지만,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무대는 그야말로 우리들이 지금까지 놓치고 있었던 판도라의 상자이다. 플레밍의 오랜 집념이자, 그리폰의 정점, 판도라 프리앰프와 메피스토 파워 앰프가 공개되었다. 





놓칠 수 없는 기회이다. 그리폰의 CEO, 플레밍이 직접 참여하는 시연회. 더구나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극찬 받고 있는, 판도라 프리앰프와 메피스토 파워 앰프가 리스트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시연회는 3월 10일, 코엑스 컨퍼런스센터에서 진행. 2회에 걸친 시간이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자리했는데, 역시 그리폰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시청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제품 앞에 모여서 여기저기 유심히 관찰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만큼 화제의 제품이다. 오디오 평론가 이종학 씨의 진행으로 시연회가 시작되었는데, 플레밍을 소개하는 순서가 이어졌다. 마치 그리폰의 스피커를 보는 듯한 거구의 플레밍 씨는 그리폰과 새로운 제품들에 대해 소개했는데, 그야말로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진정한 의미의 레퍼런스 모델이라 평가했다. 25주년에 맞춰 기념작 모델로 출시하려고 했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제품으로서, 그리폰의 모든 기술력과 노하우들을 집대성했다는 설명을 이어갔다. 


 포세이돈 스피커, 판도라 프리앰프, 메피스토 모노블록 파워 앰프, 미카도 시그너처 CD 플레이어로 시스템을 구성했다. 그냥 눈으로만 봐도 압도적인 장관. 패밀리 룩 디자인으로서의 그리폰의 가치가 한층 더 살아난 모습이다. 그야말로 예술품이다. 플레밍의 간단한 설명들이 오고간 뒤에 본격적인 시연이 진행되었다. 플레밍 씨가 평소 자주 듣는 음악들을 소개하며, 몇 곡의 테스트 CD를 들려주었다. 타격감 가득한 음원에서부터 여성 보컬까지 다양한 음악들을 전해주었는데, 초 하이엔드의 세계를 보여주는 그리폰의 우렁찬 자신감이 그대로 드러났다. 악기들의 레이어를 구성하는 그 뛰어난 묘사력과 공간 전체를 파고드는 파괴력 있는 저음은, 레퍼런스 그리폰 시스템이라는 것을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자연히 깨닫게 된다. 


 플레밍의 시연이 끝나고, 곧 이종학 씨가 선곡한 음반들도 시연대에 올랐다. 그가 평소 오디오 평론을 진행할 때 쓰는 음반인 만큼, 시청회에서는 제격인 음원들이다. 야니네 얀센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시작으로, 비틀즈의 'Come Together'까지 이어진다. 모든 장르에서 압도적인 무대를 만들어주며, 진정한 레퍼런스의 의미가 무엇인지, 소리로 증명해준다. 그리폰이 보여준 판도라의 상자의 비밀은 무대, 그리고 음악이었다. 악마적인 치명적인 매력, 수많은 이들의 눈과 귀를 멀게 하기 충분했다. 앞으로 또 수십년 간 레퍼런스 모델로 그 명성을 이어갈 판도라와 메피스토, 그 눈부신 활약이 기대된다. _글 김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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