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B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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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B란 무엇인가
  • 최상균
  • 승인 2012.01.01 00:00
  • 2012년 1월호 (474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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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균의 하드웨어 노트 [20]
 
오디오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모두 들어 보았을 용어 중에 NFB(Negative Feedback, 부궤환)라는 말이 있다. 보통 앰프 광고나 리뷰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어떤 앰프는 NFB를 걸지 않아서 어떻고, 다른 앰프는 NFB를 많이 걸어서 어떻다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오늘은 NFB가 어떤 것인지 쉽고 구체적으로 알아보자.우선 'Negative'는 빼고 'Feedback'부터 알아보자. 우리말로는 '되먹임' 또는 '궤환'이라고 한다. 되먹임의 예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노래방에 가서 노래하려 할 때 스피커에서 삐익 소리가 나는 경우를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우리는 마이크의 방향을 돌리든가 손바닥으로 마이크를 틀어막고 그러면 삐익 하는 소리가 사라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피커에서 나온 반주 소리가 마이크로 들어가서 앰프에서 더 크게 증폭되고 스피커에서 더 큰 소리로 재생된다. 이 큰 소리는 마이크로 다시 들어가서 또 증폭되고 더 큰 소리를 만들며 앰프가 발진하게 되는 것이다.여기서 마이크로 들어가는 소리는 입력,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는 출력이었다. 그런데 스피커에서 나오는 출력이 입력으로 되먹임되어 들어가서 빙글빙글 루프를 형성해 버린 것이다. 즉, 되먹임이란 어떤 시스템에서 출력이 입력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 되먹임은 경우에 따라 제어 기술에서 매우 중요한 기법이 된다. 즉, 출력을 음(-)의 값으로 해서 입력에 되먹임시키면 더욱 정확한 출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다른 예를 하나 들어 보자. 로봇의 팔을 이동시키려고 한다. 로봇의 팔 끝을 기준 지점에서 30cm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려면 관절에 있는 모터를 30cm에 해당하는 양만큼 돌리라는 신호만 주면 끝이다. 그런데 그렇게 한 후에 로봇 팔 끝의 위치를 측정해 보면 정확하게 30cm를 이동한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모터가 낡아서 오차가 생길 수도 있고, 로봇 팔이 묵직하다면 관성에 의해서 조금 더 이동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날씨가 몹시 추워서 로봇 팔이 몇 mm 수축해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정밀하게 로봇 팔의 끝 위치를 30cm에 맞추려면 실제 로봇 팔 끝의 위치를 외부에서 정확하게 측정하고 지령(입력)을 교정해 주어야 할 것이다.즉, 현재 27cm만큼만 와 있다면 입력(30cm)에서 출력(27cm)을 뺀 3cm가 지령에 되먹임된다. 그 결과도 오차가 있어서 만일 4cm만큼 이동했다면 다시 입력(30cm)에서 현재 출력(31cm)을 뺀 -1cm가 입력 지령에 추가된다. 이런 식으로 계속 되먹임이 반복되면 정확하게 30cm 위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입력에서 출력을 계속 빼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출력의 되먹임이 -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NFB의 N은 'Negative'를 의미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노래방의 예는 출력이 입력에 -가 아닌 +로 계속 더해졌기 때문에 발진이 생긴 것인데, 이는 정궤환(Positive Feedback)이라고 하며 시스템이 불안정해지므로 전기 기타에서 왜곡으로 효과음을 주는 등의 용도 외에 의도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이제 앰프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앰프에 들어오는 신호는 예컨대 CD 플레이어에서 나온 음악에 해당하는 전기 신호이다. 그리고 출력은 증폭한 후 출력단으로 나가는 신호이다. 그런데 앰프의 증폭 회로는 완전할 수 없다. 부품의 품질이 균일하지 않을 수도 있고, 시정수가 정확한 것도 아니어서 늘 오차의 소지가 있으며 중간에 잡음이 유입될 수도 있다. 따라서 아무리 잘 만든 앰프라고 하더라도 입력 신호와 출력 신호를 동일한 파형으로 맞출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앰프 설계자들은 출력 신호를 입력 신호와 비교해서 교정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출력 신호는 입력 신호에 비해 증폭되어 훨씬 커졌으므로, 저항을 통해 입력 신호 수준으로 감쇄시킨 후에 입력 신호에서 출력 신호를 빼주면서 정확하게 파형을 일치시키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이 바로 앰프의 NFB이다. 


 앰프에서 NFB를 거는 것은 무척 쉽다. 진공관 앰프의 예를 들어 설명하면, 출력 트랜스의 +가닥이 출력에 해당하므로 그곳에서 선을 뽑아 저항을 통해 입력 신호 수준으로 감쇄시킨 후 입력단의 캐소드에 연결해 주기만 하면 된다. 저항 값을 크게 하느냐 작게 하느냐에 따라 NFB의 양(dB)이 결정되는데, 이 양에 따라 앰프의 출력과 음색이 크게 변화한다. 한편 NFB를 걸 때, 저항과 함께 커패시터를 병렬로 연결하는 경우도 많은데, 커패시터를 쓰게 되면 고역과 저역에 걸리는 NFB의 양을 다르게 할 수 있다. 초기 앰프 설계자들 사이에서 NFB는 실로 매력적인 기술이 아닐 수 없었다. 부품이 충분히 정교하지 않던 시절에도 NFB 덕택에 앰프의 안정도를 향상시킬 수 있었고, 왜곡도 현저하게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오디오에 있어서 왜곡이 없는 정확한 소리가 좋은 소리의 충분조건은 될 수 있지만 필요조건은 될 수 없다. 언제부턴가 애호가들 사이에서 NFB를 많이 건 앰프의 소리에서 인공적인 느낌이나 과도한 화장기가 느껴진다는 의견들이 나왔고, 음의 순도 면에서는 NFB를 걸지 않거나 적게 건 것이 유리하다는 의견들이 대두되었다. 아마 당시 만든 거의 모든 앰프들이 NFB에 크게 의존하였고, 별로 완성도가 높지 못한 여러 앰프들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등장했던 것 같다. 지금은 컬렉터 아이템이 되어 버린 하만 카든의 진공관 앰프 - 사이테이션은 NFB를 경쟁적으로 듬뿍 걸던 시절의 앰프였다.


 후에 앰프 설계자들은 경쟁자와의 차별화를 위해 자신들의 앰프는 NFB를 걸지 않거나 아주 조금만 건다는 것을 자랑하는 입장으로 선회하게 되었다. 그런데 광의의 의미로 NFB를 생각하면 회로상에서 완전히 NFB를 배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요즘 앰프 광고에서 '저희 앰프는 어떤 식으로건 NFB를 전혀 걸지 않습니다'라는 과장된 문구가 가끔 등장하는 것을 보면 NFB는 이제 음의 순도를 해치는 악역으로만 여겨지고 있는 것 같다.


 오디오는 참 어렵다. 무엇 때문에 소리가 어떻다는 이야기들은 언제나 애호가들 사이에서 회자되는데, 상당수는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런 인과 관계가 늘 성립한다면 지금 우리 주위의 오디오들은 모두 같은 회로에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야만 할 것이 아닌가?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떠도는 이야기들을 믿지 않는 것이 자신의 좋은 소리를 얻는 첩경이라고 생각한다. NFB도 마찬가지이다. NFB를 많이 걸었건, NFB를 걸지 않았건 그런 것은 오디오의 음질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런 세세한 스펙보다는 제작자의 제품에 대한 자세라던가, 제작자의 기술적 경험과 음악적 감성이 제품과 소리에 얼마나 충실하게 반영되어 있는가 하는 것들이 더욱 중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결국 오디오는 회로나 부품보다 소리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http://blog.naver.com/casalsa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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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2년 1월호 - 4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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